SK, 삼성, LG, 롯데 등 다양한 투자 방식으로 바이오 진출
아직까지 생산 기반 있는 CMO와 제품화 가능한 것부터 공략

대기업이 신약개발 등 신사업 발굴 차원에서 바이오 분야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사업 초기 대기업의 바이오 분야 진출의 실마리를 '생산 기반이 있는 위탁생산(CMO)' 등에서 찾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 바이오 산업에 제대로 진출한 경험이 없는 롯데가 엔지켐생명과학의 지분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지분인수와 함께 조인트 벤처 설립 등 다양한 방식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롯데 측에서는 구체적 투자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히트뉴스에 "(롯데그룹이 엔지켐을 파트너로 선정한 것은) 생산기반이 있는 회사가 초기 진출에 용이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바이오 투자 현황[히트뉴스 재정리]
대기업의 바이오 투자 현황[히트뉴스 재정리]

롯데에 앞서 다른 대기업들 역시 바이오 분야에 진출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SK그룹, 삼성그룹, LG그룹, CJ제일제당 등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은 SK바이오팜을 자회사로 두며, 기초연구부터 허가까지 글로벌 신약개발의 전 주기를 독자적 역량으로 해낸 대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의약품 생산 기지로써 SK팜테코를 인수했다. 또 허밍버드, 하버바이오메드, 진에딧 등 해외 유수의 신약개발 벤처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한 최태원 회장의 장녀 윤정 씨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생명정보학(Bioinformatics)을 공부한 뒤 SK바이오팜으로 돌아온다면, 향후 SK그룹은 IT기술과 결합된 바이오 분야에도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SK그룹이 IT 역량을 녹여낼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회사인 스탠다임 투자에 나선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관계자는 "SK는 신약개발 경험이 있고, 글로벌 (신약개발 관련) 네트워크도 풍부하다"며 "SK는 글로벌 수준에서 통용될 만한 기술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략적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향후 인수합병(M&A)까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LG그룹과 삼성은 일찍부터 신약개발 등 바이오 분야에 뛰어 들었다.

삼성은 생산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CMO)와 개발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로(바이오시밀러)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며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의 경우 신약개발의 가치사슬 중 마지막 단계부터 공략하는 전략으로 신약개발에 임하고 있다.

삼성은 아직 M&A까지 고려한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지만, 향후 국내뿐만 아니라 유망한 기술을 가진 해외 벤처 기업들에 대한 전략적 투자는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그룹은 올해 LG화학에 바이오 사업 육성을 위해 2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당뇨·대사, 항암·면역 등 신약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향후 자신들이 보유한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기초기술을 가진 바이오 벤처를 투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CJ헬스케어를 매각하면서 제약 분야를 떠난 CJ제일제당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개발에 다시 뛰어든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개발을 하는 바이오벤처 고바이오랩에 약 40억원 규모로 투자했다. 또한 천랩과 공동연구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CJ제일제당과 천랩은 이번 연구협력을 통해 천랩이 개발한 정밀 분류 플랫폼과 CJ제일제당 인체 유래 마이크로바이옴 은행(Microbiome Bank)을 기반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신종 균주 발굴 △생물정보(Bioinformatics) 기술을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 신약 개발에 관한 공동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은 식품 쪽에서 매우 높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으며, 식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바이오 분야로 마이크로바이옴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네릭 비즈니스를 철수하는 것과 별개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는 의약품 개발과 건강기능식품을 모두 공략할 수 있는 분야로 판단해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중국 제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산둥루캉하오리요우생물과기개발유한공사(가칭) 합작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바이오 산업이 주요 산업군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 역시 바이오 산업이 일회성 투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대기업의 성장동력이 노후화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바이오에서 찾는 현상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기업은 CMO 등 생산 기반이 있는 곳에 먼저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바이오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무형자산에 있는 만큼 향후 투자 방향성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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