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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주 '他利我得' 좌우명, n-핵산 투입 공정 미처리로 진실성 의문
'업무상 과실 착오' 해명 대신 반성과 성찰, 산업계에 대한 사과 필요

원료의약품 전문기업 대봉엘에스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창업자 박종호 회장의 좌우명과 경영철학을 만날 수 있다.

"'他利我得(타리아득. 남에게 이익이 되어야 나에게 이득이 된다)'이라는 좌우명과 함께 '나의 이익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이윤을 창출하게 해주는 것'을 기업의 정신으로 삼고 있다"

히트뉴스가 발사르탄 사태에 파묻혀 있던 대봉엘에스의 2019년 행정처분에 주목하게 된 것은 위반사항이 단순한 실수였냐에서 출발했다.

조품을 원료의약품화 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n-헥산 투입 공정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 것인지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의 자문을 여러 차례 구했다.

자문을 한 인사들은 n-헥산 투입 공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조품을 원료화하는 정제공정을 하지 않은 것이고, 조품을 원료 가격으로 공급하면서 상당한 폭리를 취했을 가능성도 크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대봉엘에스 관련 기사를 보도하기 전 히트뉴스는 회사측에 'n-헥산 공정이 무엇이고, 왜 n-헥산을 공정중에 투입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입장을 물었었다.

당시 회사측은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은 회피한 채 "대봉에서는 어떤 문제가 없었던 걸로 다 밝혀진 사실인 것 같거든요. 그 뒤에 원료를 공급해서 들어올 때는 식약처 다 허가받고 들어올 거 아니에요. 발암물질이라는 기준이 없었잖아요. 근데 나중에 문제가 된 거 잖아요"는 말을 했다.

대봉엘에스 홈페이지에서 캡쳐한 창업주의 좌우명인 '他利我得(하단)'과 히트뉴스 보도내용에 대한 대봉엘에스의 입장문 일부 내용(빨간선 박스)
대봉엘에스 홈페이지에서 캡쳐한 창업주의 좌우명인 '他利我得(하단)'과 히트뉴스 보도내용에 대한 대봉엘에스의 입장문 일부 내용(빨간선 박스)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서 발암유발 가능 추정물질인 NDMA가 검출된 것과 대봉엘에스가 발사르탄 원료의약품 제조과정에서 n-헥산 투입 공정을 하지 않은 것은 별개의 사실이다.

단지 히트뉴스는 원료의약품 제조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정제과정인 n-헥산 투입 공정을 하지 않았는지에 물었는데, 대봉엘에스는 동문서답, 혹은 물타기식 답변을 한 것이다.

히트뉴스가 1월 25일 'n-헥산 건너 뛴 원료제조사 대봉엘에스의 일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자, 대봉엘에스는 1월 26일 히트뉴스에 기사와 관련한 입장을 전달해 왔다.

대봉엘에스의 입장문중에는 "식약처의 행정처분 공지 내용을 보시면 아실 수 있는 바와 같이, 식약처는 의약품 제조사 등을 상대로 매월 수십건 이상의 행정처분을 내리는 바 이들 행정처분은  상당수가 업무상 과실이나 착오 등에 기인합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 말인 즉, 자신들이 발사르탄 원료의약품 제조과정에서 n-헥산 투입 공정을 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과실이나 착오'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원료의약품 관련 업체들에 따르면 발사르탄 조품이 정제과정을 거쳐 원료가 되면 부가가치가 2배~2.5배 이상 높아진다.

원료의약품 등록시 허가받은 절차에 따라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은 제품을 원료의약품 명목으로 비싼 가격에 거래처에 공급했는데 이를 업무상 과실이나 착오라고 말하는 것에 업계 관계자들을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과실 착오가 아닌 명백히 의도적이며, 법규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설사 '업무상 과실이나 착오'라는 말을 그대로 믿는다 쳐도 대봉엘에스는 동업자로서 신뢰를 잃어버리는 처신을 했을 뿐만 아니라 국산 원료의약품의 신뢰도를 실추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앞서 지적했듯이 발사르탄 조품과 원료의 가격 차이는 최소 2배~2.5배이다. 대봉엘에스는 규정에 정해진 제대로 된 원료를 공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폭리를 취했던 것이다. 약사법은 물론 상호신뢰에 기반하는 계약을 위반한 것이다.

자신들의 위법행위로 인해 거래 제약사에 금전적 피해는 물론 기준대로 제조하지 않은 불완전한 원료로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도록 하는 피해도 입혔다.

국산 원료의약품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인도·중국 등에  비해서는 가격 ,  일본 등의 선진국과는 품질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우리나라의 원료의약품 산업은 샌드위치 상황에 놓여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분석에 따르면 2019년 원료의약품의 국내 자급도는 16.2%에 불과하다. 이는 2017년의 35.4%와 비교할 때 20%P 가량 감소한 것이다.

정부는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 경쟁력 강화와 사용 활성화를 위해 국산 원료를 투입해 제조한 의약품에 대해 약가를 우대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원료의약품 생산과정에서 중요 공정을 생략하는 등의 위법과 일탈행위는 국산 원료의약품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부 정책과 업계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산업에 대한 불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봉엘에스가 진정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깨달았다면 거래하고 있는 제약사는 물론 제약산업계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책임있는 조치를 이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대봉엘에스는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를 NDMA 핑계를 대며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앞서 대봉엘에스 창업자 박종호 회장(약사)의 좌우명인 '他利我得'을 언급한 것은 대봉엘에스가 겉으로는 공존공생, 상생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자신들의 이득만 추구하는 회사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중국의 고사성어 중에는 '羊頭狗肉(양두구육, 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다)는 말이 있다. 겉으로는 번듯하고 그럴듯하지만 속은 변변치 않다는 말이다.  겉과 속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표현할 때 쓰는 대표적인 고사성어이다.

대봉엘에스 박종호 창업자는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의 말미에 "기업이 많은 이윤을 창출해서 분배와 납세와 재투자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하지만 그 과정도 남에게 이익을 주고 이윤을 창출해야지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기업존재의미가 없다는 것이며 이 정신도 대를 이어서 승계 발전해 갈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봉은 발사르탄 원료 의약품 제조과정에서 드러난 n- 헥산 투입 공정을 하지 않은 위법 사례와 대봉엘에스의 처리 및 대응 상황을 살펴보며 창업자의 초심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회사 경영 방식이 바뀌었는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자신들의 위법한 행위가 스스로의 신뢰 저하는 물론 원료산업계 전반에도 해악을 끼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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