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가 있어도 관리 제대로 안되면 있으나 마나

최근 보건복지부가 국감 지적사항인 'K-CSO(한국형 의약품 판매대행사)를 통해 숨겨진다는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즉각적 척결 조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으로 9일 밝혀졌다. 

지금까지와 다른 대응의 핵심어는 ▲최종 책임 주체 ▲K-CSO 처벌근거 명확화 ▲리베이트 쌍벌제 및 지출보고서 제도의 실효성 제고 등 3가지다. 

복지부는 K-CSO와 관련된 불법 리베이트 최종 책임 주체를 이제까지처럼 '제약사'로 인식하고 있다. 리베이트에 있어 제약회사가 이중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시각이라면, K-CSO는 전처럼 여전히 제약사의 손발 기능을 하는 '하수인' 입장에 머물게 된다. 그러면 K-CSO 역할을 하는 도매유통업자의 지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당국은 현행법상 의약품공급자가 K-CSO를 악용해 리베이트를 제공할 경우 형법에 따라 공동정범(共同正犯)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여전히 강변 하면서 다만, 위탁 업체(제약사 등)의 관리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수탁업체(K-CSO)의 불법 행위에 대해 약사법상 제재가 어려운 점을 해결함으로써, '억울한 제약사'도 '편법적으로 꼬리 자르기를 하는 제약사'도 없애기 위해 추진되는 정책이라고, 새삼스레 제도 추진의 성격을 설명했다.

당국은 K-CSO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행위에 대해 약사법 개정을 통해 처벌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당국과 국회는 '지출보고서 작성 및 공개'를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잡을 수 있는 최후의 가장 좋은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K-CSO에게도 지출보고서 작성을 의무화 시킨다. 지출보고서에 대한 업체의 책임감 및 신뢰성제고를 위해, 작성된 지출보고서를 매년 각 협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시킬 방침이다. 

여기에 각각의 협회에 공개된 보고서 내역에 대해 관련자들(의료인 및 개국 약사 등)의 이의 신청 및 수정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지출보고서 오류 신고텐터 운영' 등을 통해 자료의 정확성을 제고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공개된 자료에 관련자들의 성명만 나타나도 기겁을 할 텐데 말이다. 당국이 이런 현상을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불법 리베이트 수수자의 행정처분을 강화해 현행 리베이트 수수금액 300만원 미만 1차 위반 시 '경고' 처분을, '자격정지 1개월'로 높이기로 했다.

지출보고서 미보관·미제출·거짓작성 업체에 대한 처벌 기준도 상향돼 현행 '2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된다.

그동안 ▷리베이트 쌍벌제 ▷리베이트 투아웃제(환자 불만을 이유로 2018년 폐지) ▷공정경쟁규약 ▷CP(윤리경영, Compliance Program) ▷ISO 37001(반부패경영시스템)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등 온갖 제도적·자율적인 방책이 시행돼 왔지만, 불법 리베이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는 왜 이렇게 없어지지 않고 의료·의약 업계에서 반복되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잡힌다.

첫째, 의약품의 특수성이다. 약사법에 따라 전문의약품의 경우 공급자는 반드시 의료기관의 의사에 의해 선택 받아야 의약품을 팔 수 있고 일반의약품의 경우에는 약국의 약사로부터 채택돼야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이처럼 의약품 공급자의 생사여탈권을 요양기관의 의사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자들 일부는 이들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이들을 설득하는 최고의 수단이 이들에게 물질적(경제적 이익)·정신적(노무 등 노력·봉사)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신앙처럼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욕이 경제적 본능이라 하지 않는가.

만약, 의약품이 약사법에 저촉되지 않는 특수성이 없는 일반 상품이라면 왜 공급자가 의료기관의 의사와 약국의 약사에게 불법리베이트를 주면서까지 장사할 생각을 하겠는가. 

둘째, 공급자 간 치열한 경쟁관계다. 한국 의약품시장은 제 발로 요양기관을 찾아 걸어 들어가는 오리지널 약품 시장과 통상 수십 종 많으면 백종 이상의 제네릭 시장으로 양분된다. 오리지널 약품은 굳이 리베이트를 줄 필요가 없겠지만, 제네릭 약품의 경우 그 수많은 경쟁 약품 중 자사제품이 요양기관에 선택되려면 리베이트 아니고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부 의약품 공급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 거래상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의약품 공급자에게, 예컨대 주던 것 안 주면 불가피하게 거래처를 바꿀 수밖에 없다고 묵시적으로 의사를 표할 경우, 이를 거절할 공급자는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약사법 제47조제2항 본문의 '판매촉진' 목적과 관련된 이유다. 의약품공급자가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의사·약사 등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단서는 예외적으로 시제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등에 따른 경제적 이익 제공만을 허용하고 있지만, 제47조2항 본문의 '판매촉진을 목적으로'라는 문구를 근거로, 수사기관이 예외적인 단서 규정의 활동 대부분을 불법 리베이트 행위로 광범위하게 해석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의약품 공급자(법인의 대표자나 이사, 그밖에 이에 종사하는 자를 포함하고, 법인이 아닌 경우 그 종사자를 포함함)는 자칫 범죄자가 되기 일쑤라는 사실이 반복되고 있다고 공급자의 변호인들은 증언하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 금지 조항의 위반은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수사기관의 해석은 죄형법정주의(형벌은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예외적인 규정이기 때문에 가능한 협소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형법의 대원칙)에도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몇 가지 이유들을 생각해 보면, 불법 리베이트는 의료 및 의약계에서 쉽사리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K-CSO를 의약품 공급자의 하수인쯤으로 생각하는 정부와 국회가 그것을 불법 리베이트의 종착지(온상)로 보고 집중타를 때리고 있지만, 지켜 볼일이다. K-CSO의 지출보고서 작성 및 공개가 효과를 내면 오죽이나 좋을까. 

불법 리베이트를 잡을 수 있는 추가 제도를 설정하거나 개정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불법 여부를 관리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필요한 일인데, 보건복지 당국의 이번 방침을 보면, 누구를 시켜 어떻게 어떠한 방법으로 지출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되고 안 되는지를 관리할 것인가가 완전히 빠져있다. 

지출보고서 내용을 협회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그것을 검색해 본 관련자(지출 수혜자)가 잘 못 여부를 수정하는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소기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까. 문제의 핵심은 지출보고서에 공개하지 못하는 지출내역을 끄집어 잡아내는 일일 텐데 말이다.

불법 리베이트 적발은 내부 고발이 없었다면 거의 모두 들통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보건복지 당국이 타산지석으로 삼아 지출보고서 관리 제도에 적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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