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지적 있지만 국내-글로벌 넘어 국내사간 협업도 증가
코프로모션으로 매출 늘린 국내사들, R&D 투자에 적극 활용

"매출과 수익성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솔직히 매출이 늘어야 앞, 뒤살필 여유가 있는거 아닌가. 오리지널 제품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국내사 재직자)

"국내사가 내미는 손을 굳이 뿌리칠 필요없다. 그물망같이 촘촘한 국내사의 영업력을 활용해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특허만료 시 제네릭 방어도 가능하다."(글로벌제약 재직자)

국내사와 다국적사의 입장과 전략차이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코프로모션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코프로모션은 더이상 국내사와 다국적사간 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사끼리 손잡는 사례도 늘고 있다. 

 

코프로모션 롤 모델 '유한'에 신흥강자 '보령'까지

한 때는 다국적사와 코프로모션을 체결한 업체를 '다국적사의 도매상'으로 보는 곱지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형품목 코프로모션을 체결할 경우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해당 제약회사의 또다른 비즈니스 역량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파트너 계약종료가 임박했거나 업체간 불화설이 있다는 소문에 기회를 엿보기도 하고, 실제 수수료 출혈경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코프로모션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빠르고 확실한 방법으로 자리잡았다.

히트뉴스, 재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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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프로모션을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시킨 곳은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베링거인겔하임과 만성질환 치료제를 비롯해 길리어드 간염 치료제, HIV치료제까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매출 60% 이상을 도입품목에 의지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를 통해 확보된 자금을 R&D 오픈 이노베이션에 활발하게 투자하는 유한양행의 행보는 분명 경쟁 제약사들에게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은 둔화됐지만 유한이 코프로모션하는 제품의 성적은 여전히 나쁘지 않다. 

베링거인겔하임의 △트윈스타(924억원), △자디앙패밀리(366억원), △트라젠타패밀리(1245억원), 길리어드의 △베믈리디(94억원), △비리어드(1067억원), △젠보야(369억원) 등은 각각의 치료제가 속한 시장에서는 내노라 할 대형 품목이다. 유한은 또한 노바티스 △글리벡과 얀센 △레미케이드를 영입한데 이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에톨로체 △레마로체까지 품어 바이오시밀러로 영역을 확대했다.

대웅제약은 코프로모션 '킹'으로 알려진 회사다. 아스트라제네카 △크레스토(840억원), △넥시움(385억원), △포시가(325억원)와 △직듀오(206억원)를 꾸준히 성장시키고 있고, 다이이찌산쿄 △세비카(499억원), △세비카HTC(313억원), △릭시아나(560억원)의 실적도 심상찮다. LG화학의 △제미글로패밀리는 1000억원을 바라보는 상황이다.

종근당은 MSD의 1000억원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패밀리를 도입하면서 손꼽히는 코프로모션 파트너사로 자리 잡았다. 새로 도입한 HK이노엔 △케이캡(298억원)과 암젠의 △프롤리아(473억원), 릴리 △올루미언트(22억원) 등도 고공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신흥 코프로모션 아이콘인 보령제약은 로슈 △젤로다(79억원), △타세바(81억원) 릴리의 △트루리시티(375억원), 아스텔라스 △하루날D(608억원), △베시케어(118억원), △베타미가(547억원) 등의 제품을 공동판매 중이다. 제품별 금액은 유비스트 또는 아이큐비아 2019년 기준이다.

   

경쟁자 아닌 동반자, 국내사간 코프로모션도 증가

다국적사와 국내사간 협업이 이목을 끄는 일도 이제는 옛말이다. 이미 잘나가는 오리지널 뿐만 아니라, 가능성 있는 제품을 키우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국내사 간 코프로모션이 증가 추세다.   

대웅제약과 LG화학이 손잡고 제미글로패밀리를 1000억원 품목으로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최근 파트너십 기간을 10년 더 연장했다. 

HK이노엔은 종근당과 케이캡 공동판매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출시된 케이캡은 상반기 300억원의 매출을 넘어서면서 올해 600억원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동아ST는 슈가논과 슈가메트를 HK이노엔과 모리톤을 일동제약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코프로모션 중인 국내제약사 BD팀 관계자는 "국내사들은 경쟁의 위치에도 있지만 동반자적 입장에 조금 더 가깝다. 회사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어 협력과 소통이 편리하고 오랜 유대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불안과 위험은 존재...출구전략 마련해야

코프로모션은 항상 수익성에 대한 지적을 동반한다. 매출 순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외형 성장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수익성은 기대할 수 없다는게 중론이다. 특히 다국적사 품목을 두고 국내사간 경쟁이라도 하게되면 수수료는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과거 MSD의 자누비아패밀리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대웅제약과 파트너십 재검토 중에 종근당이 뛰어들면서 더 낮은 수수료를 제시한 종근당에게 기회가 넘어갔다는 후문이다. 속 빈 강정형태의 계약은 다국적사 배만 불려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뿐만아니라 계약종료에 대한 리스크도 있다. 러브콜을 보내는 입장의 국내사들은 갑을관계의 '을'일 수 밖에 없다. 영업·마케팅 활동내역 보고는 물론 팀 회식참석 요청 등 요구사항도 감당해야 하는 입장이다. 모 품목은 계약기간 중간 해지설이 나오기도 했는데, 일각에서 이를 두고 '파트너사 길들이기'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나름의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곳이 적지 않아 보인다. 거래처와 의료진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제네릭을 출시한다던지, 경쟁제품을 가져오는 경우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확보한 캐시카우를 R&D에 투자함으로써 성과를 낸 사례도 늘고 있다. 코프로모션 아이콘이었던 유한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바이오벤처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을 발굴해 유한의 R&D역량을 입힌 후 기술이전하는 전략이 성공한 것으로, 대표적인 예가 레이저티닙이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코프로모션은 단기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지만 판권 회수 등의 불안함이 있다. 네트워크 확장과 오리지널과 관련된 기존 품목매출 증대 등의 장점을 더 많이 활용하는 방안으로 운영하는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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