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영·동원약품, 업체와 약국 유통확대 협약맺고 지원
공급업체, 유통업체에 마케팅·홍보 뒷받쳐야 지속가능

의약품 배송을 주력 비즈니스로 삼던 의약품유통업계가 최근 제약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영업·마케팅'에도 뛰어들어 주목된다. 다만, 공급업체가 유통업체를 지원하며 지속적으로 판매촉진 행위를 이어가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지오영은 지난해 삼일제약 무좀치료제 티어실·티어실원스, 부광약품의 바르는 소염진통제 타벡스겔·항히스타민제 코트리나, SK케미칼의 은행잎혈액순환개선제 기넥신 등의 약국 유통확대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동원약품그룹도 지난해 10월 진단시약 업체 휴마시스와 세이플리갱년기테스트기의 전국 약국유통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지오영과 동원약품그룹은 각각 전국 거래약국 대상으로 해당회사 제품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두 사례 공통점은 배송망 기반으로 유통업체가 영업·마케팅 인프라를 구축해 제약사 및 진단시약업체 제품의 판촉행위를 한다는 점이다.

(위부터) 삼일제약 무좀치료제 티어실원스, (아래 왼쪽) 부광약품 소염진통제 타벡스겔, 항히스타민제 코트리나
지난해 지오영과 공동판매 계약을 맺은 일반의약품 품목 매출
지난해 지오영과 공동판매 계약을 맺은 일반의약품 품목 매출

일례로 지난해 삼일제약 티어실원스 매출은 16억원으로 전년(10억원) 대비 46% 올랐다. 삼일제약은 지오영 외 자사가 협업하는 의약품 종합유통업체도 많으며 지역별로 의약품 유통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휴마시스 관계자는 "동원약품그룹 관계사에서 지속적으로 협조해 거래약국 수와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동원약품 담당자를 통해 약국 문의를 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영업·마케팅 인력이 부족한 제약사는 유통업체를 네트워크로 활용하고 지오영이나 동원약품그룹은 업체들에 능력을 입증받으면 새 비즈니스 모델로도 활용 가능하다. 

지오영은 명실공히 국내 최대 유통기업으로 직거래 약국은 국내 전체 약국 60%에 해당하는 1만4000여 개래처를 갖고 있다. 물류직원 400명, 배송직원 180여 명, 영업사원 14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지오영 전국 영업망(왼쪽)과 동원약품그룹 소개 페이지
지오영 전국 영업망(왼쪽)과 동원약품그룹 소개 페이지

웬만한 국내 제약사가 구성할 수 있는 영업·마케팅 인프라보다 크다. 따라서 제품을 맡긴 제약사는 소비자 마케팅을, 지오영이나 동원약품그룹은 약사 대상 판촉활동과 영업을 하며 상호 협력하고 있다.

제약사 PM이 유통업체 영업사원들에게 제품 교육과 판매증진 방안(디테일)을 설명하고 이를 유통업체 영업사원들이 이행하는 것이다.

지오영은 "2015년 다케다제약 '액티넘' 유통을 맡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이같은 성과로 지난해 4개 제품을 제약사와 공동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우수 일반의약품에 대한 제약사-지오영 간 공동판매는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국 26개 배송센터를 기반으로 국내 약국의 60%에 해당하는 1만4000여 약국을 커버하고 있다. 전문지식 및 거래 약국과 긴밀한 네트워킹 능력을 갖춘 우수 영업사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강점"이라고 했다.

지오영은 각 제약사로부터 의약품 유통을 제안받거나 판매 유망한 제품을 발굴하게 되면 경영진을 비롯한 유관 부서들이 참여하는 '제품심의위원회'를 열어 공동 판매 품목을 선정한다.

지오영은 "우수 제품의 공동 마케팅 제안에 대해서는 항상 열려있다. 지오영의 전국적 약국 영업망을 통해 상호 윈윈(Win-Win) 하고 싶은 제약사들의 많은 제안을 바란다"고 했다.

의약품유통업체가 제약사 제품의 공동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제약업계 내 공동판매가 활발한 것처럼 유통업체들도 경쟁력 있다는 판단한 때문이다.

일동제약은 2019년 12월 GSK 컨슈머헬스케어 한국법인과 총 9종의 일반의약품 및 컨슈머 헬스케어 분야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품목 매출은 500억원 가량으로, 국내 일반약 공동판매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일동제약은 유통, 판매로 외형이 커졌는데, 이는 유명 브랜드, 특화된 영업·마케팅 조직 등을 갖춘 일동제약이 일반약 분야에서 경쟁력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약국들도 유통업체의 영업·마케팅을 받아들이면서 "제품을 좀더 자세히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약국 의견을 제약사에게 전달,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경기지역 한 약국장은 "소량 주문 되고, 반품도 잘 받아준다. 하지만 초반 출고량만 신경쓸 게 아니라 이후 피드백을 보고 꾸준히 관리해줬으면 한다. 유통업체 거래가 제약사 직거래보다 조금 비싼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부산지역 한 약국장은 "유통업체를 통해 제품을 공급하는 제약사들의 태도를 보면 정말 판매가 잘 되길 바라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판매가 잘 되려면 제약사는 유통업체에 제품 교육을, 유통업체는 약국에 잘 안내해야 한다"고 했다.

제품을 유통업체에 맡긴 제약사 관계자는 "(유통업체가) 미래를 보고 영업, 마케팅에도 도전하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지속적으로 유통업체의 마케팅 및 홍보를 지원해함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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