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경 입법조사관 "실효성있는 보완대책 추가돼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나 질병관리본부가 수행하고 있는 의약품 수급관리의 공공적 기능을 보다 강화하는 등 필수의약품 안정적 공급을 위한 실효성있는 보완대책이 추가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의 김주경(보건학박사) 입법조사관은 30일 발간된 [이슈와 논점]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 정책 현황 및 개선 과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 입법조사관은 이 글에서 국내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정책 현황ㆍ한계점 등을 살펴보고, 공급 차질에 대한 근본적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공공제약사 설치에 대해 검토했다.

국내 필수의약품 관리현황=현재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는 퇴장방지의약품의 사용 장려 비용지급 및 원가 보전,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한 정부의 직접 공급, 생산ㆍ수입ㆍ공급 중단보고대상 의약품 지정제도, 국가필수의약품 지정 및 관리제도 등이 시행되고 있다.

김 입법조사관은 "의약품 수급 불안정이나 공급 중단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이런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령 퇴장방지의약품을 지정해 처방의사에게 사용 장려비용을 지급하거나 약가 산정 시 생산원가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공급 안정화를 유도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는 제약회사가 생산을 중단할 경우 환자가 안게 될 피해가 막심한데다가 생산하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게르베코리아의 조영제 공급문제를 거론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게르베코리아가 조영제 공급중단을 선언했던 당시에 정부는 대체할 복제약(generic) 개발 여부를 조사하고, 개발된 게 있다면 희귀ㆍ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직접 수입해 의약품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생산ㆍ수입ㆍ공급중단에 대한 보고'에 방점을 둔 이런 대응 방식은 사후적인 것으로 직접 생산이라는 보다 적극적ㆍ사전적인 대책과 차이가 있다. 필수의약품 공급중단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해외에서는 어떻게=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고자 국영 제약사를 설립ㆍ운영하는 국가들이 있다. 이들 국가는 주로 중위소득국가로 국영제약사가 설립되던 당시 경제ㆍ사회 발전 수준이 낮고 그에 따라 감염성 질환이 만연했으며, 감염성질환 치료제 등 공중보건 목적의 필수의약품조차 자급하지 못할 정도로 국내 제약기반이 취약했다.

대부분의 의약품 조달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입의약품의 가격은 구매가능 수준을 벗어났고, 의료보장체계마저 취약해 국민들의 의약품에 대한 접근이 심각하게 저해되고 있었다. 김 입법조사관은 "따라서 이들 국가에서 국영제약사를 통한 필수의약품의 생산, 공급은 접근성 보장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입법조사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국영제약사 Kimia Farma는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의약품 생산 기반이 없는상황에서 국가차원에서 의약품을 생산ㆍ공급하고자 설립됐다. 현재 총 4개의 국영제약사가 있으며, 이 중 3개는 제네릭 의약품, 1개는 백신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국영제약사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약 30% 정도이며, 국영제약사의 이윤이 원가의 20%를 넘지 않도록 가격을 규제한다.

태국 GPO(Government Pharmaceutical Organization)는 태국의 유일한 국영제약사로 보건부의 감독 하에 있으며, 태국 제약 시장의 약 3.2%(매출규모 9위)를 점유하고 있다. 자국의 공중보건영역을 지원하기 위한 의약품 생산을 위해 1966년 설립됐다. 현재는 내수 및 수출을 위한 생산을 하고 있다. 생산 품목은 태국의 주요 사망원인을 대상으로 하는 HIV/AIDS 치료제(전체 매출액 대비 약 30%), 심혈관계 질환 치료제와 희귀의약품, 해독제 등이며, 이익금은 희귀의약품 생산, 대유행 상황 시의약품 생산 등 공익을 위해 사용된다.

국내 정책·입법과제=김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제약사 설립이 대안으로 제시된 바 있다. 원료 및 완제 의약품 직접 생산이나 위탁 생산, 수입 등으로 필수의약품의 자급자족을 달성해 시장상황에 따라 의약품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에 대비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법률안(권미혁 의원)도 발의된 상태다. 이 제정법률안은 필수의약품 공급안정화를 통해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것을 제정 취지로 표명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공공제약사 설립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높다. 막대한 국가재정을 제약사 설립에 투입해 직접 생산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공공제약사를 설립하면 가뜩이나 경쟁력이 낮은 국내 제약산업계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민간기업의 생산 기반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민관협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며, 반대진영의 논리를 소개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의약품 영역에서 정책 결정, 의약품 규제, 필수의약품에 대한 접근, 의약품의 합리적 사용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국가에 있다. 감염병 백신 비축, 공급 중단 위기에 있는 의약품 수입, 위탁 생산 지원 등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나 질병관리본부가 수행해 왔는데, 이런 기능을 강화할 시점이라고 사료된다"고 헸다.

이어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보완 대책이 추가돼야 한다는 환자단체ㆍ시민단체의 요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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