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관계부처와 업계 매일 울면서 했다… 수급 안정에 기여
국민 욕받이었던 약국 "다음에 또 해야 한다면..." 정책 제시

[Hit-Check] 공적마스크 4개월 애로와 성과, 그리고 과제

코로나19 감염 예방의 필수품으로 인식되면서 치솟은 마스크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된 '공적 마스크' 제도가 지난 11일 137일 만에 종료됐다.

국민과 약사, 관계부처와 업계가 모두 합심해 마스크 수급을 안정시켰고,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입 초기 혼란도 있었던 만큼 "그 때로 돌아간다면, 이 점은 고쳐야" 한다는 개선점도 제기된다.

히트뉴스는 공적마스크 제도의 애로와 성과를 되짚고 판매에 주도적 역할을 한 약사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스크는 '백신' 같은 존재였다
성공적 임무마치고 '공적 공급'서 '시장 공급' 전환

정부는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온 후 2월들어 보건용 마스크에 대한 매점매석과 가격 폭등 조짐이 일자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발동했다. 

국내 생산량의 50%를 약국 등 공적판매처에 공급한다는 취지였지만 불과 200만개의 마스크를 전국 2만3000여 약국에 100개씩 보낼 수 있을 뿐 수급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고 사재기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정부는 "공평한 보급, 공급 확대에 나서 마스크 수급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로 마스크 생산·유통·분배 모든 과정을 관리하게 된다. 수출을 중단하고 생산량 80%를 정부가 수매, 공급하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이었다.

국민 1명 당 출생연도에 따라 매주 마스크 2개만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다. DUR 시스템을 차용한 마스크 중복구매 확인시스템도 같이 내놓았다.

5부제 시행 직후 전국 약국은 본래 처방조제 업무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마스크 구매 문의와 민원으로 고통 받았다. 약국 당 100개에서 250개 가량 공급량도 제각각 달라 약국 앞 줄서기가 이어졌다. 정해진 구매 수량인 2개보다 많은 3개, 5개, 10개 이상 덕용(벌크)포장을 받은 약국은 이를 나누느라 애를 썼다.

덕용포장 배송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약국 현장의 불만도 빗발쳤다. 공적마스크 5부제 초기였던 3월 초 전국 약국들은 그야말로 '멘탈붕괴' 상황이었다. '우황청심원을 먹어가며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이야기처럼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회자됐다.

마스크 생산 동향 (사진제공 : 식품의약품안전처, 단위 : 만 개)
공적마스크 월별 공급량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마스크 공급을 위한 인력과 소분포장 및 개별포장 분을 약국에 우선 보내는 등의 지원에 나섰다. 마스크 재고를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개방했고, 약국별 마스크 재고를 파악할 수 있는 앱도 나왔다. 줄서기 해소와 수급 안정에 한 몫했다.

4월부터 마스크 공급량은 5부제 시행 초기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공적마스크는 3월 한 달간 1억5767만5000개 공급됐고, 4월 2억9246만5000개로 2배 가량 늘었다. 구매자는 3월 한 달간 평균 2000만여명이었으나 4월에는 1600만 여명으로 수요가 안정화 기미를 보였다.

공적 마스크 구매량 및 구매자 수 동향(사진제공 : 식품의약품안전처, 단위 : 만 개/ 만 명)
공적 마스크 구매량 및 구매자 수 동향(사진제공 : 식품의약품안전처, 단위 : 만 개/ 만 명)

정부가 마스크를 KF94에서 KF80으로 전환해 생산을 늘리도록 한게 효과를 봤다. 다만, 약국은 KF94와 KF80을 같은 가격에 사야 하냐는 소비자 항의에 시달렸다. 5월 접어들며 일 평균 보건용 생산량은 1500만 개를 상회했고 모든 가족(동거인)의 마스크 대리구매를 허용, 주중과 주말 분할구매도 가능했다.

6월 들어서면서 수급상황이 개선돼 '5부제'가 폐지됐다. 또한 여름철 가볍고 숨쉬기 편한 '비말 차단용 마스크'가 의약외품으로 나오게 됐다. 일상생활에서 비말감염을 예방하는 용도로 수술용 마스크와 입자차단 능력은 동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KF94 보건용 마스크 가격 동향(단위: 원)
수급 안정 및 구매 편의성 제고를 위한 주요 공적마스크 제도 현황

공적마스크 판매제도 존폐 여부를 두고 고심했던 정부는 각 계 의견을 들어 공적판매처 출고 의무는 지난달 30일까지 유지하고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공적 판매처 재고를 활용해 보건용 마스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로써 고시의 유효기간은 지난 11일까지 열흘 연장된 후 보건용 마스크 '공적 마스크 제도'는 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마스크 수급 안정에 기여한 국민, 약사, 관계부처와 업계에 각별히 감사하다. 백신 역할을 하고 있는 마스크를 착용한 국민들 덕분에 방역에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지역사회 건강지킴이, 전국의 약사들이 봉사의 마음으로 공적마스크 보급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수급 안정에 발 빠르게 대처해 준 관계 부처의 노고에 치하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의 투명하고 솔직한 공개, 5부제 시행, 국민들의 적극 협조, 마스크 수급 안정 등의 과정은 우리 행정이 어떠해야 하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며 마스크 행정이 담긴 의미를 되새길 것을 당부했다.

마스크 주무부처장인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7일 "시장을 통한 수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11일부로 마스크 공적 공급 제도를 종료한다"며 "12일부터 약국, 마트, 온라인 등 다양한 판매처에서 자유롭게 보건용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4개월 소회보다 "아직 해야할 일 많다"고 한 식약처
"마스크공급 비상 상황 예상시 공적 개입 조치 단행"

이같이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된 데는 주무부처였던 식품의약품안전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월 31일 코로나19 위기대응지원본부와 2월 25일 관계부처 등과 함께 '범정부 마스크 수급 안정화 TF'를 꾸린 식약처는 마스크 수급 안정을 위해 모든 인원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쳤다.

식약처 통계에 따르면, 수 개월간 마스크 대응 업무에 매진한 인원은 전체 직원 중 65% 가량인 1145명이다. 이 외 인원들은 투입된 직원의 업무를 대신 소화해 왔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4개월 간 소회를 묻는 질문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들은 "해야할 일이 많다. 수급상황을 더 면밀히 모니터링해 국민들의 마스크 사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식약처 공무원으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마스크 업무를 했던 직원들의 수기 25편을 담은 백서 '국난극복 중에 본 식약처의 일상의 기록'을 13일(오늘) 공개할 계획이다.

아울러 식약처는 수급 불안에 대비해 1억5000만개를 비축했고, 상황 예상 시에는 다시 공적 개입 조치를 신속히 취할 계획이다. 계속 모니터링하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 할 방침이다.

 

정부 "국민들이 약사의 노고 · 헌신 기억… 진심으로 감사"
"힘들었던 일 많지만 보람 있어… 다음엔 소통 먼저 하자"

마스크 판매 최일선에 섰던 약사들은 공적 공급에 대한 그간의 보람과 애로를 소개하며 "정부, 그리고 약사회가 일선 약국과 소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를 통해 "대한약사회에 감사장을 발송할 것"을 지시했고, 약사회는 제도로 약국의 공적 역할이 강조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많은 국민들이 사명감을 갖고 고생한 약사들의 노고와 헌신을 기억할 것이다. 지역사회 보건의료기관으로서 약국의 공공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했다.

히트뉴스는 공적 마스크 판매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인사들에게 보람과 소회를 들었다.

 이광민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장 겸 홍보이사 

이광민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장 겸 홍보이사는 지난 2월 말 전국 약국이 마스크 공적판매처로 포함, 공급될 때까지 정부부처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왔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약국과 약사가 주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며 "불안한 상황에서 중요한 방역물품인 '마스크'를 공평하게 공급하는 업무로 인해 국민들의 불만과 우려를 직면했고,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돌아봤다.

"마스크가 시장 공급으로 전환되는데 약사가 판매자로써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약국의 공적 역할에 대한 국민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도가 매주 바뀌어 약국은 국민들에 설명하는 일이 힘들었다"며 "정부의 국가적 주요 결정사항이라 어쩔 수 없었던 점은 일선 약국에 양해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이해하고 헌신해준 약사들의 참여에는 무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광민 이사는 이번 경험이 약국 약사의 역할과 공적 업무 확대를 모색해 볼 기회로 본다고 말했다. 다시 감염병이 재유행하고 마스크의 공급이 불안하다면 기꺼이 공적판매처 역할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그는 "다만, 준비없이 시작한 종전과 달리 구매이력시스템은 안정화돼 있어야 하고 민관협의체를 통한 사전 논의를 하려 한다. 상시적인 대응방안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수현 서울 중구 명동 연합약국 약국장 

변수현 약사

변수현 약국장은 서울시약사회 약국이사도 맡고 있다. 1월 말 공적마스크 제도 직전에는 외국인들의 구매 문의를 받았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방문은 줄어 지역 약국가 모두 어렵다고 토로했다.

변 약국장은 "약국 뿐 아니라 명동 지역의 소매업종 모두 매출이 크게 줄었다. 날씨가 더워지기 전엔 코로나19가 종식될 줄 알았다. 관광객이 안다녀 경제적 타격이 심하지만, 약국 약사로서 국민들에게 공적 역할을 할 수 있어 뿌듯했다"며 지난 4개월 전쟁같은 마스크 판매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정부도, 약사회도 처음이라 수급상황을 예상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보지만 소분 판매와 대리구매에 명확한 자세를 취하지 않았던 것은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그는 외국인이 많은 지역이라 공적마스크 첫날과 이튿날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구매시스템 상 "우리는 왜 못사냐"는 반발과 항의에 안타까웠다고 기억했다.

안타까움만큼 보람도 남아 있다. 그는 "조제 업무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맙다, 감사하다"는 단골 고객 한 마디에 보람을, 위안을 느꼈다. 코로나19가 심해져 공적 판매를 다시 해야 한다면 "기꺼이, 당연한 의무"라고 본다. 우리 약국과 약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고 말했다.

 장보현 서울시 광진구 뚝섬스타약국 대표약사 

장보현 약사
장보현 약사

장보현 약사는 서울시약사회의 정책이사를 맡고 있다. 최근 공적마스크 관련 서울시 회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약사 1000명 중 659명은 판매조건 개선을 단서로, 확진자 증가와 마스크 수급 문제로 공적마스크를 재 취급하게 되는 경우 참여할 의사가 있었다.

장 약사는 "참여하겠다는 답변이 과반 이상으로 나와 놀랐다. 그 이유는 따져봐야 하지만, 약국이 "공적 역할을 해야한다"는 인식을 가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무엇보다 약국은 공적 업무를 대신하며 마스크를 판매했지, 이득을 보려고 많이 판매한 게 아니다. 원하는 제품을 판매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최저 보상행위의 개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적정선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이쉬움도 있다. 그는 "제도가 자주 바뀌었다. 다시하게 된다면 미리 약국에 정책 내용을 알렸으면 좋겠다. 현장과 원활히 소통하며 관련 메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병주 약국체인 참약사 대표(참약사약국 대표약사)

김병주 약사

정부의 공적마스크 구매제도 변화에 맞춰 약국체인 참약사는 제도변화를 포스터로 제작해 약국 등에 배포, 홍보에 나섰다. 150여 곳의 회원약국은 물론 전국 약국이 공적마스크를 판매할 때 혼선을 빚지 않도록 관련 정보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자료를 준비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공적마스크를 판매한 전국의 약국과 약사는 '약의 전문가'에서 '보건과 위생건강의 전문가'로 직능 범위를 넓힐 기회였다. 참약사그룹은 약사들의 애로사항을 덜도록 정보 전달에 주력했다. 제도가 처음 생길 때 포스터를 만들고 10번 개정했다"고 돌아봤다.

참약사가 콘텐츠를 배포한 이유도 고령의 약사, 정보가 취약하거나 약국 일에 바빠 모르는 약사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초반엔 많은 약사님들이 울기도, 감정 주체도 할 수 없을 만큼 곤혹스러운 일들을 그대로 겪었다. 

공적마스크를 판매하던 약국
(사진제공=참약사약국 김병주 대표약사)

그는 "공적마스크 제도가 끝나면 민간 시장이 판매하는 제품과 약국 판매 제품을 두고 가격적 비교가 거론된다. 그러나 약국과 약사는 환자의 건강을 생각하고 싶지, 금전적 이익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시 코로나19 사태가 온다면 국가재난과 방역에 필요한 품목은 시장에 공급하면서도 정부 관리에 체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본다. 회원 약국의 니즈를 생각해 마스크나 손소독제를 계속 유통하고 싶지만, 또 경제흐름에 의해 가격이 무너지면 고민이 많아진다"고 우려도 밝혔다.

그는 공적마스크에 대한 노력으로 약사 직능이 재정립 될 기회를 갖게 됐지만 약업계에서 논의되는 여러 현안도 대한약사회와 전국 약국 그리고 정부가 긴밀히 협의할 필요도 분명해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젊은 약사들은 제2의 코로나, 제3의 코로나에 우리 약국의 포지셔닝과 직능 재정립을 고민해볼 계기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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