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시벡스트로 허가를 자진 취하하도록 했나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9일 동아에스티는 2015년 4월 17일 허가받았던 항생제 시벡스트로정(국산신약 24호)과 시벡스트로주사제(국산신약 25호) 2품목의 허가를 스스로 취하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허가 포기 사유는 기한 내 행정 절차를 이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약의 경우 허가를 받은 지 6년 안에 병의원 등에서 3000건 이상 시판 후 조사(PMS) 자료를 당국에 제출하는 것이 규정이지만, 동아에스티는 급여 등재 이후 실제 판매를 하지 않은 까닭에 재심사 만료기간인 2021년 4월까지 자료제출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상태에서 재심사 만료기간이 지나면 허가 당국인 식약처는 허가 취소 조치를 하게 된다.

드러난 현상과 내재된 본질은 언제나 확연한 차이를 나타내듯 동아에스티의 허가 자진취하 속사정은 꽤 심란하고 복잡하다. 오랜 기간 정성을 들여 연구개발(R&D)을 지속하면서 '금값'을 희망했던 신약이 산업 육성을 고려하지 않는 약가정책으로 인해 '동값'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허가 자진취하는 끊임없는 'Go, No Go 판단'의 결과물인 셈이다. 

허가 당시 시벡스트로는 대표적 항생제 내성균인 '메티실린-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을 포함한 그람양성균이 유발하는 급성 세균성 피부 및 피부구조(피부연조직) 환자의 치료에 매우 유용한 슈퍼항생제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대체 시벡스트로에게 무슨 일이 생겼길래 무대에서 스스로 내려온 것일까.

개발부터 허가까지 과정은 순조로웠지만 약가가 발목을 잡았다. 2015년 국내개발신약 지위로, 오리지널 항생제인 한국화이자제약 자이복스(리네졸리드)의 최고 가격으로 급여적정성을 인정받았다. 이 때만해도 '국산개발 신약에 대한 대체약제 최고가 참조 규정'의 혜택을 제대로 보는 듯했다.

그런데 자이복스 제네릭 3품목이 등재되면서 자이복스의 가격은 약가 규정에 따라 대폭 낮아졌다. 예를들어, 100원이었던 대체약제 자이복스의 건강보험 상환 가격은 3개 제네릭 등재로 제네릭과 같은 53.55원으로 떨어졌다. 자이복스 기준으로 가격이 매겨졌던 시벡스트로에게도 불똥이 튀어 졸지에 53.55원이 되었다. 신약이라는 위상은 변함없는데 시벡스트로의 가치는 속절없이 제네릭 수준으로 평가 절하됐다. 동아에스티로선 납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곳은 동아에스티만이 아니다. 신약을 목표로 R&D로 성장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모든 제약회사들이 안고 있는 문제다. 기존 의료시장에 대체약제가 하나도 없는 혁신신약이 아니고서는 대다수 신약들(특히 국산 신약)은 '신약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제네릭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도달해야 할 목표가 너무 높을 때 제약회사들이 받는 신호는 '차라리 제네릭 비즈니스를 하는 게 낫겠다'는 것 뿐이다.

항생제 신약의 가치는

기존 항생제들을 보완하며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

사용가능한 항생제가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것... 

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정책이 홍수를 이루는데 왜 이처럼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육성정책 바로 맞은편에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의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경제성 혹은 비용효과성이라는 이름의 '저격수 같은 약가정책들'이 넘쳐나는 까닭이다. 그나마 지금은 시벡스트로가 적용을 받았던 '국내개발 신약 대체약제 최고가' 정책마저 사라졌다. 그럴듯한 각종 정책들이 개별기업들에게서 구현되지 않을 때, 기업들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 케이스가 시벡스트로 허가 자신 취하 건 아닌가.

시벡스트로 케이스를 단지 '정책의 지뢰밭을 피해가지 못한 개별 기업 동아에스티의 운명'으로 치부할 때 제약바이오산업계의 R&D는 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나와 있는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아 의료현장의 걱정거리가 된 다제내성균(슈퍼박테리아)에 대한 기업들의 연구개발은 면역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처럼 인기가 없다. 해마다 다제내성균에 의해 세계 곳곳에서 70만명 가량 사망하는 상황인데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항생제 신약 파이프라인을 통틀어 4~5개 밖에 되지 않는다.

몹쓸 바이러스가 횡행하는데, 달리 해 볼 게 없는 코로나19 시대는 항생제 연구개발의 가치를 짚어볼 수 있는 좋은 계기다. 항생제 신약의 가치는 기존 항생제들을 보완하면서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도움을 줌으로써 사용 가능한 항생제들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그래서 임상시험의 목표도 비열등성 확인에 두고 있다. 특히 내성 관리는 환자 개인의 감염 치료뿐 아니라 공중 보건적 가치가 크다. 사정이 이런데도, 항생제 신약에다 기존 시장에 존재하는 대체약제를 잣대로 들이대면 연구개발 R&D는 매력을 잃고, 신약은 대가 끊기고 말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시벡스트의 낮은 약가가 드러낸 정책의 모순을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약가 기전이 생기고 있는 중이라는 점이다. 한국MSD의 신약 항생제 저박사 역시 시벡스트로와 같은 운명에 처해 있었는데, 이 회사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사회적 합의로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국가 필수의약품 가운데 항생제도 경제성 평가 자료 제출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장에 나와 있는 대체제 대비 임상적 우월성과 비용효과성을 따지지 않고 보험급여의 필요성에 기반해 독자적으로 약값을 정해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항생제 신약에서 혁신의 가치는 항생제 내성 관리에서 추가적인 유익을 발굴하는데 있다. 마치 '면역항생제'나 '줄기세포항생제'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가상의 혁신신약을 상정해 두고 새롭게 나오는 신약을 기존 제품과 비교해 가격을 정하는 시스템은 다제내성의 시대에 다양한 치료제 옵션을 스스로 축소하는 것이어서 바람직한 정책일 수 없다. 동아에스티도 시벡스트로 자진취하가 능사는 아니다. 저박사처럼 하반기 시행될 수도 있는 새 규정에 맞춰 철저히 준비를 하는 것이 제약기업의 사회적 책무다.

PS, 국산신약 24호, 25호로 허가받은 동아에스티 시벡스트로의 개발 여정은 마치 고향으로 돌아오는 연어와 같다. 동아에스티는 물질을 발굴해 비임상시험을 마치고 2007년 미국 트라이어스 사에 해외판권수출(국내외 물질특허는 동아에스티 보유)을 했다. 임상개발을 하던 이 회사를 큐비스트가 인수해 2014년 6월20일 FDA 허가를 받고, 이듬해 2015년 3월23일 유럽 EMA서 신약 허가를 받았다. 큐비스트는 다시 MDS에 합병됐다. 국내 권리를 갖고 있는 동아에스티는 국내에서 가교임상시험을 통해 2015년 4월17일 국산신약으로 허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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