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코19 치료제-백신 특허권 공유 결의는 특허제도에 대한 몰이해

**글=김경교 교연특허법률사무소 대표

SARS-CoV2. 좀 더 익숙한 표현인 코로나19는 대체 언제 종식이 될까? 감염의학자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그저 꽃피는 봄엔 끝나길 막연히 기대했었지만, 이젠 비대면(untact)이 뉴노멀이 되어가는 세상에 적응을 강요당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pandemic)은 제약회사에게 기회이기도 하다.

필자는 코로나19 초기인 올해 2월에 진단 영역의 발명이 먼저 뒤따라올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했었다(히트뉴스 "슬프지만 신종바이러스 팬데믹에도 특허전략은 있다"). 실제로 국내 진단 관련 회사들의 대활약이 있었고, 이는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들의 슬기로운 방역과 어우러져 대한민국에 대한 전세계의 시각이 달라지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코로나19도 2003년 사스(SARS), 2015년 메르스(MERS)처럼 길지 않은 시간내에 종식된다면 치료제나 백신 개발의 메리트는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 여겼다(실제로 사스와 메르스의 백신은 아직까지도 출시되지 않았다). 불행히도 코로나19는 아직까지 우리를 괴롭히고 있고, 어느 덧 세상의 눈길은 진단의 영역에서 치료 또는 예방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Remdesivir)는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렘데시비르의 특례수입을 계획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일본 후지필름의 아비간(아비파비르; Avifavir)는 최근 러시아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렘데시비르와 아비파비르 모두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서 개발되던 공지 물질인데, 약물 재창출(Drug Repositioning) 전략을 통하여 이례적인 속도로 개발된 케이스이다(필자가 2월 칼럼에서 주목하였던 칼레트라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경쟁에서 밀린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부광약품(레보비르; HBV 치료제), 신풍제약(피라맥스; 말라리아 치료제), 일약약품(슈펙트; CML 치료제) 등 여러 회사들이 약물 재창출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셀트리온은 국책 과제를 통해 도출된 신규 항체를 개발하고 있다.

백신의 경우 치료제보다는 속도가 더딘 편인데, 2020년 6월 2일 현재까지 10개의 임상시험, 123개의 전임상시험이 확인되며(WHO 자료; DRAFT landscape of COVID-19 candidate vaccines-2 June 2020), 미국과 중국이 개발속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와중에 코로나19 치료제 또는 백신이 공공재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18 및 5/19에 있었던 세계보건총회(WHA)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또는 백신에 대한 특허권을 공유하자는 결의안을 채택하였고, 5/29에는 ‘C-TAP’(COVID-19 Technology Access Pool)을 출범해 위 결의안에 대한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다.

WHO의 위 결의안에 대하여 미국과 중국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미국은 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인정되어야 혁신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반면, 중국은 코로나19 치료제 또는 백신을 개발하면 전세계의 공공재로서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처럼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천재지변이 전세계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하지만 WHO는 초기 예측 및 대응에 있어서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이제라도 이미 감염된 환자를 치료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일반인들을 백신을 통하여 보호해야 할 WHO 입장에서 향후 치료제 또는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또한, 미국, 유럽 등 의료 선진국들은 치료제 또는 백신 확보에 어려움이 덜한 반면, 아프리카 등의 빈곤국가들에게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보다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이들 국가에 치료제 또는 백신을 원활히 공급하자는 WHO 결의안의 취지 자체에는 깊이 공감한다.

그러나, WHO가 채택한 결의안에서 특허 공유라는 방법론은 특허 업계 종사자로서 표현부터 반감을 불러 일으킨다. 결의안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코로나19 치료제 또는 백신을 개발한 나라 또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지식재산권을 WHO에 넘기고 저렴한 라이선스 비용을 매겨 공급하는 방식이다.

WHO가 최근 애브비(AbbVie)의 칼레트라(Kaletra) 특허권 포기 사례를 참고해 자발적인 지식재산권 포기를 유도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애브비의 이미지 메이킹일지는 모르지만, 칼레트라가 치료제로서 승인되지 않은 당시 상황에서 특허권 포기 결정은 필자 개인적으로 의문스러웠고 섣부른 결정이었다고 본다).

코로나19 치료제 또는 백신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을 때를 상상해 보자. 제약회사가 유니세프 같은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앞으로 코로나19에 준하는 천재지변이 발생하였을 때 과연 치료제 또는 백신 개발에 열심일 수 있을까? 제약회사가 들인 노력과 비용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있어야 마땅하다.

김경교 교연특허 대표.
김경교 교연특허 대표.

예상대로 국내외 제약업계는 모두 반발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CEO 파스칼 소리오는 “지식재산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혁신을 위한 장려책은 본질적으로 없다”라고 말했고, 화이자의 CEO 앨버트 불라도 “지금 이 시점에서 특허 공유 구상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갈하였다. 필자 역시 WHO의 결의안은 특허 제도의 몰이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과거 세계무역기구(WTO)는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에서 ‘국가 비상사태나 긴급한 상황’ 등의 경우에 강제실시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합의한 바 있다.

국내 특허법에서도 이를 반영하였으며, 1) 특허권 수용(특허법 제106조), 2) 정부 등에 의한 특허발명의 실시(특허법 제106조의2), 3) 강제실시권 설정(제107조) 등이 규정되어 있다. 특히, 특허법 제107조에는 ‘자국민 다수의 보건을 위협하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의약품(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유효성분, 의약품 사용에 필요한 진단키트를 포함한다)을 수입하려는 국가에 그 의약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특허발명을 실시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 강제실시권 설정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이는 코로나19에 딱 들어맞는 조문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기존의 협의체에서 이미 논의된 합의가 있으며 WTO 가입국의 특허법에도 이를 반영하는 규정이 있는 이상 WHO는 이제 와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특허권을 거두어 들이려고 해서는 안된다. 치료제 또는 백신 개발 역량이 있는 국가 및 기업들에게 특허라는 인센티브를 확실히 보장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후 공공재로서 사용하면 된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신종 에볼라 바이러스, 아니면 전혀 새로운 미지의 바이러스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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