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를 보고 배우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기고
"FTD·BTD로 3상까지 안가도 신약개발 확률 높일 수 있어"

문한림 대표

"질병의 치명적인 기전을 표적으로 해 후보 물질을 만들고, 바이오마커(biomarker)로 정의된 환자군을 선정하며, 이를 통해 비임상 및 임상 초반에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패스트트랙지정(FTD) 및 혁신치료제지정(BTD)을 지향하면 3상까지 가지 않아도 신약개발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한림 커넥트클리니컬사이언스 대표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 'FDA를 보고 배우는 슬기로운 항암제 개발 전략'(원문; 링크참조)이란 기고를 통해 바이오벤처 등 신약개발 회사가 항암제 개발을 위한 연구에 임할 때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하는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미충족 수요 '소아' 환자 약물 개발에 주목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소아 환자와 관련된 치료제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소아 암환자를 위한 항암제가 매우 부족하고, 개발 또한 미미한 현실을 FDA에서 중요한 극복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FDA는 소아암 적응증 개발을 위한 지침서 개발, 표적항암제의 명단, 국제 협력 강조,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정보 수집, 워크숍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4월 FDA는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한 소아 신경섬유종 환자의 치료에 50명 규모의 임상시험에서 66%의 반응률을 보인 결과로 셀루메티닙(selumetinib)을 승인했다. 이는 조건부 승인이 아닌 정상 승인이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 역시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물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문 대표가 말하는 전략은 이렇다.

개발 물질의 성상, 비임상까지의 유효성, 안전성 및 약동학(PK), ADME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때 개발하고자 하는 의학적 미충족 요구에 소아연령의 환자들도 포함되는지, 혈액뇌장벽(BBB)을 통과하는지, 신장 및 간기능, 심장 등 주요 장기에 영향을 미칠 물리화학적 성상이 있는지 등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이 때 될 수 있으면 환자 범위로 넓게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아 환자를 선정기준에 넣을 수 있다면 Pre-IND 미팅 때부터 중요한 사항으로 FDA 와 의논하고 BTD, FTD, 희귀의약품지정(ODD)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현재 소아를 포함한 임상개발로 BTD를 받고 신속 심사로 승인받은 약은 조직과 무관한(tissue agnostic) 적응증(indication) 인 MSI-high, MRD가 있는 암종, NTRK 유전자 변이가 있는 암종에 진단을 받은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라로트렉티닙(larotrectinib), 엔트렉티닙(entrectinib)이다. FDA는 이 승인의 논리 및 업적을 매우 중요하게 홍보하고 있다.

 

시장 진입 속도 측면에서 희귀질환 치료제 주목

희귀암을 첫번째 적응증으로 하는 경우 환자 수가 적어 상업화에 있어 회사 및 물질의 가치를 올리는 데 도움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FDA는 암질환을 포함한 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을 장려하고 임상승인계획(IND)과 판매허가신청(NDA)·신약허가신청(BLA) 과정에서 여러 가지 혜택을 주므로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한 카드다.

실제 희귀 질환 치료제로 개발되는 경우 시장 진입이 빠르므로 물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 전략 가운데 하나다. 과거에 개발된 약이지만 페멕트렉시드(pemetrexed)는 개발 당시 희귀암인 중피종(mesothelioma)의 적응증으로 2004년 시장에 진입했고, 2008년 시장성이 높은 비소세포암의 적응증을 획득해 가장 성공한 세포 독성 치료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화이자와 머크가 공동 개발한 아벨루맙avelumab의 첫 적응증인 메르켈세포암(Merckel cell cancer)이며 2015년 11월 BTD 지정 후 8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2상 임상 시험 결과로 2017년 3월에 승인받았다.

 

바이오마커 발굴과 동반진단 개념 함께 고려해야

최근 암질환의 분류는 질병의 기전으로 명백히 기여하는 생물학적 표지자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비소세포암의 예를 들면 ROS1, BRAF, NTRK, HER2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희귀암의 범주에 들며 과거에 사용되던 치료제가 있더라도 이 질환들을 특별히 표적으로 한 치료제는 아니므로 의학적 미충족 요구도 매우 높아 BTD, FTD를 겨냥하기 좋다.

BRCA1/2 유전자 변이가 있는 난소암 및 유방암도 FDA가 인정한 독립적인 질환의 일부인데 올라파립(olaparib) 개발 당시 이에 대한 개념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olaparib은 BRCA 양성 난소암, 유방암을 특정하지 않은 채로 BTD를 지정 받지 않고 개발됐으나 그 뒤 개발된 PARP 저해제들은 BTD 지정을 받았다. Olaparib은 최근 HRD 양성 호르몬 저항성 진행성 전립선암 및 BRCA 양성 진행성 췌장암의 개발에 BTD로 지정 받았다.

또한 FDA는 환자 선정 시 동반 진단(companion diagnostics)을 사용해 개발 신약으로부터 확실하게 이익을 볼 환자군과, 효과도 없이 부작용의 피해만 볼 환자를 가리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특히 면역 항암 요법의 경우 아직도 불분명한 부분이 있는 환자 선정 기준을 해결하고, 또 치료 후의 예후 판정을 보조적으로 도울 수 있는 동반 진단의 개발도 주요하게 권장되고 있다.

동반 진단의 경우 미국 FDA는 신약 후보 물질과 동반 진단을 동시에 개발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등록 임상 전 분석적 검증(analytical validation)이 완성돼야 하고 등록 임상을 통해 임상적 유용성이 확인돼야만 동반진단과 신약을 함께 승인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표적치료제의 개발에 난항을 겪는 회사들이 많다. 또한 진단 기구 승인 절차의 경우 미국 기준으로 FDA 트랙과 실험실 표준 인증인 클리아(CLIA) track 두 가지가 존재하는데, 점차 FDA track으로 움직이는 추세다. 따라서 FDA 승인없이 연구실에서만 사용하는 진단 키트(CLIA track)를 사용하게 되면 약물 허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바이오마커를 사용한 질병의 규정으로는 cMET 유전자 이상 질환, NTRK 유전자 변이 질환은 여전히 FDA가 주목하는 분야다. 또 암 조직이 아닌 표본 즉 혈액, 타액, 소변, 대변 등 비침습적인 표본을 이용한 개발 등은 FDA의 환자 중심의 방침과 과학적 진보를 수용한다는 방침에 잘 맞으므로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다만, 진단 회사가 지닌 테크놀로지 플랫폼의 완전성, 진단기기의 분석적 검증 및 그와 동시적으로 진행해야 할 임상적 유용성을 증명할 계획, 미국 등록 기준에 맞는 품질관리(QC) 등을 잘 조율해야 하며, 많은 경우 미국 등록에 경험이 많은 현지 전문가와 같이 일해야 실패가 없다. 초기 임상, 즉 1상 또는 2상에서 이미 동반 진단과 같이 개발을 진행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진단기기의 승인의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미 승인되거나 FDA 와 경험이 많은 F1 또는 BRCAnalysis 와 같은 진단기기 개발 회사와 일하는 것도 신약 개발 가속화의 방법이다.

 

데노수맙과 같은 창의적인 임상 충족점 살펴봐야

매우 창의적인 충족점(endpoint)은 데노수맙(denosumab)의 골격계 합병증(SRE)과 관련된 부분이다. radiotherapy or surgery to bone + spinal cord compression + pathologic fracture를 1차 충족점(primary endpoint)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통해 다발성 골수종과 모든 고형암에 SRE를 예방하는 적응증을 받은 것이다.

과거 FDA는 환자가 보고하는 임상 지표(patient reported outcome, PRO)에 대해 환자의 주관성이 크게 개입될 수 있다는 우려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환자 중심의 신약 개발이 중요하게 대두되면서 PRO의 가치와 방법(어떤 PRO 측정 방법을 통해 데이터 수집 과정을 개선할 수 있을지, 환자와 어떻게 소통할지 등)을 강조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임상 개발 계획을 수립하려면, 초기 임상시험에서부터 PRO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FDA에서 IND 통해 객관적 평가 거쳐야

많은 회사들이 항암제 개발에 어떤 나라를 포함할지에 대해서 비교적 소극적인 또는 제한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신약 후보 물질이 처음에 어떤 적응증을 승인 받을지 고민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FDA에서 IND를 검토받는 과정은 단순히 미국 개발이라는 의미가 아니고 후보 물질에 대한 객관적인 검토를 통해 제조품질관리(CMC), 비임상 연구 결과, 임상 계획에 대한 의견과 지침을 받는다는 피드백의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질병의 역학, 표준요법 등 차별점이 있는 부분을 이용하면, ODD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BTD, FTD에 접근할 수 있는 팁을 얻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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