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디자인부터 시장 분석까지 전 주기 컨설팅 진행”

[hit 초대석] 문한림-지동현 CCS 공동대표

상전벽해와 아수라장.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를 보고 있자면 두 단어가 떠 오른다. 바이오 분야 투자금이 2조원을 넘어서고, 현재 집계된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만 400~500개다. 20여년간 바이오 분야 투자만 뚝심있게 해 온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말한대로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이렇게 모인 자본이 신약개발에 온전히 쓰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한 느낌도 든다.

일확천금을 꿈꾸고 종교와 같은 믿음으로 투자에 임하는 개인투자자. 이런 개인투자자를 현혹하는 일부 바이오벤처. 이를 여과없이 보도하는 언론. 아수라장과 같이 느껴지는 바이오벤처 생태계에서 이제 막 일년 정도 넘은 신입기자로서 고민은 갈수록 깊어진다.

그들의 목표가 정말 신약개발일까? 그럭저럭 비전문가 앞에서 그럴싸하게 기술 설명하면서, 좋은 투자 환경에서 큰 규모의 투자 유치로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 단일 파이프라인에 대한 지나친 확신으로 ‘원샷원킬’ 전략으로 신약개발에 임하는 건 아닐까? 글로벌 제약사도 그렇게 힘들어 하는 걸 과연 이제 막 출발선상에 선 우리나라가 3상까지 이끌 여력은 되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두 분이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린다는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갔다. 사노피아벤티스, GSK, 먼디파마 등 유수의 글로벌 제약사에서 15년간 항암제 연구개발 디렉터로 일한 문한림 대표. 애브비, 애보트 등의 글로벌 제약사 경험을 바탕으로 얼마전까지 국가임상시험재단을 이끈 지동현 대표.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에서 신약개발이라는 종착지를 위한 네비게이터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겠다는 문한림 대표와 지동현 대표를 만나, 그들이 새롭게 시작한 CCS(Connect Clinical Science)에 대해서 들어봤다.

공동 창업한 지동현 대표(왼쪽)과 문한림 대표는 신약개발 기업들이 최적의 길을 선택해 최종 목표에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페이스 메이커 혹은 네비게이터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공동 창업한 지동현 대표(왼쪽)과 문한림 대표는 신약개발 기업들이 최적의 길을 선택해 최종 목표에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페이스 메이커 혹은 네비게이터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20여년 제약의학회 인연이 창업으로 이어지기까지

-흔히 창업은 ‘지옥의 문을 여는 것’이라고 하고, ‘내가 옳았음을 증명하는 과정’이라고도 합니다. 두 분은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지동현 공동대표(지)=벌써 20년이 됐네요. 저희 인연이 시작 된지. 당시 의사가 제약회사에 진출한 사례가 흔치 않아 제약의학회라는 곳이 만들어 졌거든요. 제약회사 취업은 제가 문 박사님보다는 좀 선배에요.(웃음) 당시 문한림 선생님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임상연구심의위원회(IRB)와 임상윤리(ethics) 개념을 도입하신 분이었거든요.

20여년 동안 여러 활동을 같이 하다가,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신약개발 각 단계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어요. 얼마 전까지 제가 몸담았던 재단에서 일할 당시 문 선생님과 함께 바이오벤처들에게 실질적으로 여러 도움을 주기도 했고요. 재단을 나오면서 좀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국내 바이오벤처 생태계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의기투합하게 됐습니다.

-CCS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건지 궁금해요. 얼핏 임상시험수탁기관(CRO)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지=국내 CRO와 저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범위(scope)는 좀 달라요. 국내에서 소위 전주기 컨설팅을 해 주는 몇몇 CRO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결국 임상시험 프로토콜 개발(development) 정도 거든요. 사실 프로토콜 역시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프로토콜에 통계, 샘플 크기 보정, 임상시험 사이트(병원) 모니터링 정도입니다.

저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보다 좀 더 상위 개념입니다. 가령 어떤 회사가 A라는 항암제 후보물질 개발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죠. 저희는  A라는 물질을 어느 암종으로 타깃을 잡을지, 어떤 지역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할지, 임상 종료점(endpoint)를 무엇으로 잡을지 등 좀 더 세부적인 사항을 제시합니다. 심지어 임상시험 고려사항, 투여용량 결정, 인구집단(study population)을 어떻게 잡을지도 도와 줍니다. 더 나아가 이 후보물질이 시장에 나왔을 때, 어떤 약물과 경쟁을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죠.

문한림 대표(문)=‘신약 승인’을 기점으로 현 단계를 바라봅니다. 승인을 기점으로 전임상 데이터가 충분한지, 3상을 받기 위한 2상, 2상을 받기 위한 1상의 전략을 짜는 것이죠. 또 2상만으로 패스트 트랙 등을 활용해 승인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지. 적응증부터 규제 환경에 맞는 개발 전략을 생각합니다. 또 해외 CRO와 일하는 바이오벤처와 함께 그 CRO를 감시(oversight)하는 일도 함께 해 나갈 수 있죠.

-서비스에 대한 사업성과 수요는 충분하다고 보시나요?

문=2012년에 GSK를 나오자마자, 지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 기업을 운영했어요. 당시엔 고객이 별로 없었죠. 불과 8년여전이지만 당시엔 지금보다 바이오벤처 숫자가 적었고, 심지어 신약개발 컨설팅이라는 개념도 잡혀 있지 않았어요.

2017년도 한국에 돌아왔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2012년 제가 생각했던 비즈니스 모델이 이제 적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지금은 저희 내부 자원으로 수요를 다 맞추지 못 할 것이란 생각도 들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두 분이 수요를 맞추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전적으로 두 분의 지적 재산을 파는 일인데, 온전히 두 분이 판매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드네요.

문= 자원 집중적(resource intensive)인 것은 맞아요. 한 페이지 리포트를 쓴다고 하면, 다양한 연구(research)를 해야 하니깐요. 제 경우 항암제에 대한 컨설팅은 공부를 조금만 해도 되는데, 다른 질환의 훨씬 어렵긴 할 것 같아요. 향후 다른 사람을 고용해야 할 때도 경험이 많은 약학자 혹은 과학자와 어떤 식으로 배분해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은 있어요.

창의적 기획력과 다수의 항암제 개발 임상 경험의 시너지

- 사업파트너는 서로의 장점이 겹치기보다 보완적인 게 좋다고들 하잖아요. 두 분이 함께 하실 때 장점(시너지)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지=사업을 시작했으니 홍보(PR)을 해야 겠죠.(웃음) 저는 애보트와 애브비에서 류머티스 질환과 중추신경계질환(CNS)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했어요. 미국에서는 파킨슨병 연구를 주로 했고요. 이 질환에 대한 영역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임상시험 진행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도 갖고 있어요.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 6월 ‘미국약물정보학회(DIA) 글로벌 연례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인스파이어 어워즈(Global Inspire Awards)’의 ‘글로벌 커넥터(Global Connector)’ 상을 수상했어요. 만약 국내 기업이 글로벌 임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면, 네트워크를 동원해 국내기업과 연결해 줄 수도 있고요.

반대로 해외 기업이 국내 제약산업에 진입하는 데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도 있어요. 사실 해외 중소제약사의 경우 한국에 지사가 없어, 한국 시장 진출에 막연한 두려움이 갖기도 하거든요. 이런 현상이 겹쳐 신약 50% 정도가 아시아 시장으로 오지 못 한다는 통계도 있어요.

심지어 임상시험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 못 하고요. 또 위암과 같은 아시아에서 많이 발병하는 약물은 개발이 지연되고 있어요. 이런 문제를 제 글로벌 네트워킹과 문 박사님의 항암개발 경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문=저희는 일을 하는 에너지나 사안을 분석하는 방식이 비슷해요. 함께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봐요. 국내에서 한국 임상시험관리기준(GCP)을 처음으로 만드는 작업을 함께 할 당시부터 비슷한 면을 많이 봤어요. 제가 종양학 분야에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지 대표의 사업 기획력과 만나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봐요.

지 대표님은 기획력이 참 좋은 분이에요. 같은 프로그램을 해도 창의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모습을 곁에서 많이 봤어요. GSK에서 일할 당시 유방암, 난소암, 폐암 뿐만 아니라, 그들이 잘 모르는 위암에 대한 인식 개선도 앞장 선 경험도 있어요. 이 밖에 크리조티닙(잴코리) 동북아시아 임상 개발은 진행한 경험도 갔고 있고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요. 글로벌 임상도 유치하고, 향후 미국의 바이오텍이 아시아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하지 못 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고 싶기도 하고요.

-히트뉴스 독자가 CCS의 잠재고객일 수 있잖아요. 이 분들에게 CCS와 함께 하면 어려운 신약개발 환경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지=신약개발을 위한 회사의 고민은 참 다양하죠. 개발뿐만 아니라 규제 환경 등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요. 이런 다양한 환경에서 과연 회사가 임상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지, 규제 문턱을 좀 더 빨리 넘기 위해서 어떤 데이터를 확보할지 도와줄 수 있어요.

물론 저희가 가망이 없는 임상시험을 심폐소생을 시킬 능력은 없어요. 다만 실패할 확률이 높은 임상에 대해서는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조언을 할 수 있겠죠. 사실 임상 실패는 꼭 임상시험 데이터만으로 판단하는 건 아니에요. 간신히 2상 데이터 최종목표치를 충족해도, 과연 몇 백억의 3상을 진행할 만한 데이터 정도가 아니라면 2상에서 멈추는 게 맞겠죠. 또 3상을 수행해 봤자 시장에 경쟁 시장 사항으로 시장성이 없다면 굳이 3상을 진행할 필요는 없잖아요.

-국내 바이오벤처가 투자를 많이 받았다고 해도 아직 자금력이 부족한 회사도 많은데요. CCS 서비스 가격은 국내 바이오벤처가 감당할 만한 가격인가요?

문=가치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히 산술적 가격으로만 말할 수 없는 부분은 있어요. 보통 회사들이 1상에서 20-60억원을 씁니다. 암 환자 임상의 경우 환자 당 대략 1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고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임상에서 저희가 신약개발 네비게이터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저희가 제공하는 서비스 대비 가격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외국 CRO의 PM(Project Manager)가 시간 당 200달러 정도를 받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앞서 PM보다 더 상위 단계의 일을 하기 때문에 충분한 가치를 지닌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히트뉴스 독자에게 혹은 사업의 고객에게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문=벌써 몇몇 국내 몇몇 회사와 미팅을 해 봤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연구원들 조차 자신들이 신약개발을 위해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모른다는 거에요. 

일단 그분들 앞에서 저희가 제공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설명합니다. 그 이후 저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명확히 계획을 세운 시점부터 일을 시작하죠. 저희는 국내 바이오벤처가 신약개발을 성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다양한 개발 전략을 통해 도와드리고 싶어요.

지=현재 국내 회사는 기술이전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1,2상만 잘 끝내면 기술이전 계약을 맺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거래를 하고 싶다면 더욱 더 상업화에 입각한 개발 전략을 세워야 해요. 그 약의 특장점, 출시 시점에서 경쟁력, 잠재고객, 명확한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 임상약물(IP) 수율, 약가 전략 등에 대해서요.

기술이전 계약 테이블에 앉은 글로벌 제약사 담당자는 별별 경험이 다한 사람들이에요. 안전성, 약가 등 매우 다양한 이유로 신약개발에서 실패를 맛본 사람들일 겁니다. 그들을 설득해야 기술이전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것이죠. 왜 우리는 초기 임상 단계인데 가격을 물어보냐고 반문한다면 글로벌제약사와 협력 관계를 맺긴 힘들 겁니다.

저희는 다수의 글로벌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임상시험도 직접 수행해 보고, 규제기관과 소통해 본 경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회사와 협력해 국내 신약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큰 보람을 느끼겠죠. 사실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에요. 이미 글로벌 제약사에 (저희와 같은 일을 수행하는 사람을) 내부 인력으로 고용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이런 인적자원이 충분하지 않잖아요.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에서 저희가 한 기업에 소속되는 것보다 다양한 회사에 도움을 주는 게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에 창업을 결심하게 됐죠. 국내 신약개발 분야에서 국가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출발선에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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