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Check]
두 회사가 보여주는 면역관문억제제 병용임상의 결과

제넥신, 임상 2상 'DNA백신+펨브롤리주맙' 자궁경부암…ORR 42.3%

신라젠, 임상 1상 '펙사벡+세미플리맙'…전체 환자 중 75% 종양 감소

27일(현지시각 기준)부터 온라인학술대회로 열리는 미국암학회 연례학술대회(AACR 2020)에 발표된 제넥신과 신라젠의 발표에서 공개된 데이터가 위와 같은 제목으로 대부분의 매체에서 다뤄졌습니다. AACR은 항암제 표적 단백질의 특성 규명과 물질의 기전, 동물모델을 통한 전임상 데이터 등 초기 연구단계에 대한 기술들이 주로 소개되는 학회인데요. 후기 임상을 주로 발표하는 미국종양임상학회(ASCO)와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최근엔 ASCO에서 발표될 주요 후기 임상 결과 일부가 AACR에서 발표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이 AACR에서 발표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객관적반응률(ORR) 42.3%와 전체 환자 중 75%가 종양 감소 효과를 보였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히트뉴스는 글로벌 제약사 항암제 임상을 주도한 업계 전문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신약 심사 경험을 가진 분들의 자문을 토대로 제넥신과 신라젠의 발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전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이번 AACR에서 발표된 제넥신과 신라제의 임상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간략히 설명하기 위해 1차 평가변수만 명시하겠습니다.

<제넥신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GX-188E를 병용하는 국내 1b/2상 임상시험 중간 결과>

- 대상; 기존 표준치료에 실패한 자궁경부암 환자 중 인유두종바이러스(HPV) 16형 또는 18형을 보유한 환자 36명. 현재 2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AACR에서 중간 결과 발표

-1차 평가변수; 키트루다 단독요법 대비 병용 투여 시 객관적 반응률(ORR)

-결과; 종양 반응을 평가할 수 있는 26명 환자의 ORR 42.3%(키트루다 단독 ORR은 14.4%, 98명 환자 대상)

<신라젠, 펙사벡(JX-594)'과 '리브타요(세미플리맙)'의 병용 1b상 임상시험 중간 분석 결과>

-대상; 이전에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경험이 없거나 전신투여 약물 치료후 재발한 진행성 신장암 환자 16명.

-1차 평가변수; 질병통제율(DCR, CR+PR+SD)

-결과; DCR 75%. 구체적으로 1명이 완전관해(CR), 5명이 부분관해(PR)를 보였다. 또 6명 환자에서 암 진행이 없는 안전병변(SD) 반응이 관찰됐으며, 4명은 암이 진행되는 PD 반응이 나타났다. 무진행 생존기간(PFS)의 중간값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아 평가 중.

항암제 임상시험은 1상부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표준치료 요법에도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를 대상으로 주로 이뤄집니다. 때문에 항암제를 개발 하기 위한 임상은 표준치료로 사용되고 있는 항암제와 각 회사들이 개발 중인 항암제 후보물질을 병용해야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키트루다 등과 같은 블록버스터 약물은 단독요법에서도 효과를 입증하는 임상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또 여러 암종에서 처방될 수 있는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 옵디보(니볼루맙),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은 다양한 기전의 항암제와 병용(combo)요법으로 그 치료 효과를 올리는 임상시험이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네이처 리뷰 드러그 디스커버리(Nature Reviews Drug Discovery)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면역관문억제제 단독과 병용으로 진행되는 임상은 이미 3000여건을 넘어섰고, 여기에 참여한 환자는 50만명 이상입니다. 이런 면역관문억제제 임상시험이 이처럼 활발하게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서 글로벌 제약사에서 항암제 임상 경험을 가진 업계 전문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현재 임상 효과 자체로만 놓고 본다면 현재 표준치료요법으로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 세포독성 항암제가 가장 우수합니다. 다만 세포독성항암제는 면역관문억제제처럼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지 못 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면역관문억제제의 경우 환자들의 상태(종양미세환경 등)에 따라 아예 반응을 하지 않는 경우가 한계로 지적됩니다. 이 두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면역관문억제제와 기존 항암제들의 병용 임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것처럼)면역관문억제제 임상이 무분별하게 시도가 많다는 지적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없다면 병용 효과 자체를 판단할 수 없으므로 합리적인 전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병용 임상이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년 동안 PD-1/PD-L1 면역관문억제제 병용임상시험 진행현황[출처=Natrue Reviews Drug Discovery] 

 

즉, 그의 말을 정리해 보면 최근 면역관문억제제 임상시험이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가 있다면 현 시점에서는 병용 임상을 시도해 보는 것은 유의미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항암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1상과 2상의 긍정적 데이터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이와 관련해 식약처 신약 심사 경험자는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임상시험 1상과 2상은 (개발사가) 환자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임상결과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 합니다. (1상, 2상 데이터만 가지고) 약물의 객관적 데이터로 명확히 판단하기 힘든 이유기도 합니다. 1상과 2상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개념입증 단계로, 신약개발 ‘가능성’을 확인한 단계로 보면 됩니다.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의 결과를 봐야 신약개발 여부를 점 쳐볼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을 정리해 보면, 임상 1상과 2상만으로는 약물의 개발 여부를  점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학술대회를 제외하고, 대중을 상대로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 3상 결과를 주로 발표하는 것도 이 같은 점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제넥신과 신라젠의 임상 결과는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요? 우선 제넥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의견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습니다. 제넥신 임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은 이렇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항암제 중 ORR이 50% 가까운 수치를 보이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특히 자궁경부암은 기존 치료제와 면역관문억제제 경우 치료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제넥신 DNA 백신과 키트루다 병용의 ORR이 올라가는 것은 구체적인 기전으로도 설명이 가능한데요. DNA 백신의 경우 전기자극을 통해 세포 안에 주입하는 기전을 가집니다. 이때 전기자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갈 때, 항원성을 높여 T 세포를 자극해 면역관문억제제 효과도 올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넥신의 이번 발표에 대해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글로벌 제약사 항암 임상 전문가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자궁경부암 키투루다 단독요법의 임상시험 참여자 수가 98명이에요. 제넥신 병용요법과 비교해 4배 이상의 임상 규모이기 때문에 두 임상의 ORR을 단순 비교하기 어려워요. 아직 무진행생존기간(PFS) 5개월 역시 중앙값으로 표시되니, 최종 데이터를 더 지켜봐야 합니다.

또 지금 발표된 데이터를 보면, PD-1, HPV type cell, cell type 각각으로 분석돼 있는데요. PD-1 양성, HPV16, 편평상피세포암(SCC) 등의 복수의 변수를 다변량 분석을 한 하위분석과 환자 수를 더 늘려도 이와 비슷한 임상 데이터가 나온다면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유의미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라젠의 경우 제넥신보다 더 초기 단계인 임상 1상이므로 신약개발 가능성을 점쳐 보기엔 더 이르다는 의견입니다. 또 신라젠이 이번에 진행한 신장암의 경우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가 더 좋은 암종이기 때문에 제넥신과 같은 의미를 부여하기엔 어렵다는 겁니다. 실제로 아테졸리주맙(티쎈트릭)은 경우 지난 2018년 임상시험을 통해 베바시주맙과 병용 투여한 연구를 통해 PD-L1 양성 환자에서 ORR이 43% 가까이 나타났습니다.

 

“신라젠의 이번 병용 결과 역시 유의미한 데이터로 볼 수 있지만, 신장암의 경우 원래 면역관문억제제가 잘 듣는 암종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이번 데이터만 놓고 임상적 의미를 부여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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