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사용승인의 사전승인 · 수송배지 vs 진단키트 등 설왕설래
주무부처 · 업계 당황… "등록 · 승인 · 허가 모두 다른 마당에"

[Hit-Check] 용어 선택 혼선… 정부·언론 모두 세심하게 주의해야

연일 코로나19 대유행이 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의 이슈를 뒤삼켜왔다. 특히 감염병 위기 상황이라 진단기기, 치료제, 마스크 등 모든 의료제품에 대한 국민적, 국가적 관심이 높아졌다.

이 가운데 정부가 발표 중 용어를 선택하는 데 대해 신뢰도까지 의심받는 사례가 최근 연이어 발생했다. 인허가 과정에서 명확히 쓰지 않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언론과 업계, 국민들에게 의구심을 안겨준 셈.

허가 · 심사 등의 과정은 행정절차라, 이를 설명하는 용어는 정확해야만 한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모두의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28일 배포된 외교부의 진단키트 3개 제품 FDA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승인 획득 보도자료
지난 28일 배포된 외교부의 진단키트 3개 제품 FDA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승인 획득 보도자료

지난 달 28일 외교부는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업체 3곳의 제품이 "미 FDA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승인을 획득했다"며 "금번 FDA 사전승인을 획득해 해당 국산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튿날 진단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식약처로부터 국내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 모두 FDA의 긴급사용승인(EUA, Emergency Use Authorization)을 신청했지만 결과를 받지 못한 데다 허가 리스트에 등재된 업체가 없었기 때문. 업계가 3곳을 수소문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무엇보다 화근이 된 게 '사전승인'이다. 외교부가 언급한 'FDA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승인'을 FDA가 공식 규정한 게 아니기 때문. 과정 상 없는 용어를 정부가 만들어 쓴 셈이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정부가 한국 방역이 세계 최고라고 홍보하기 위해 결론이 나지 않은 FDA의 진단키트 승인 건을 다 처리된 것처럼 부풀려 발표했다"는 등으로 외교부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게 업체들도 사전승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이미 일부 제품이 긴급사용승인 신청 전이나 CLIA(클리아, 진단검사연구소) 인증으로 미국에서 쓰이고 있기 때문.

사전승인으로 판매가 가능해진다는 절차와 단계를 모르겠다며 업계는 외교부가 쓴 용어가 "과정 상 공식 용어가 아닌 것"으로 받아들였다.

논란이 커지자 외교부는 "수출 개시 시점이 문제지 승인은 기정사실"이라며 "FDA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국내 업체 중 사전 긴급사용승인번호가 부여된 3곳의 제품이 사전 FDA 승인(pre EUA)을 받았고, 이로써 연방정부 조달을 포함해 미국 수출에 문제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용어 선택에 대해선 "FDA 긴급사용승인절차상 '사전승인'을 의미하며 FDA 긴급사용승인 허가 리스트에 아직 등재되지 않은 게 당연하다"며 "이를 가짜뉴스라 하는 것은 중대한 왜곡"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다만 업계는 의아했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안 쓰이던 단어를 보고 헷갈렸다'는 것이다.

진단기기 업계 관계자는 "외교부 보도자료를 보고 이게 뭐지, 의아했다. 절차 상 쓰이지 않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긴급사용 승인 하에 사전승인 제도는 없다"며 "미국은 Pass(적합) 또는 Fail(부적합)을 주고 우리 식약처는 자료보완까지 해 셋 중 하나를 알린다. 긴급사용 승인 전 기술 승인하는 pre-EUA가 있는데 (외교부가) 이를 의미했는지 언론보도로 알았다"고 했다.

외교부의 발표 의도는 "기업이 최종 승인을 받기 전 승인된 사실이라도 공개하게 됐다"는 것인데 이를 공식 절차에 대입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부연설명이 필요했다.

청와대
청와대

비슷한 일은 지난 17일 청와대 발표 이후 불거졌다. 외교부 발표보다 앞선 일이다. 청와대는 "코로나19 진단키트 5만1000개(노블바이오 제품)를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했다"고 밝혔다가 "이 키트, 진단키트가 아니라 검체 수송배지와 수송용기"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해당 업체도 그날 저녁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아니라 수송용기"라고 설명했었다. 식약처 대변인실은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채취키트와 검사키트가 있는데 이중 UAE에 수출한 게 채취키트라고 했다. 진단검사의학회에 따르면 진단검사는 ▷검체 채취 ▷검체 운반 및 바이러스 추출 ▷바이러스 증폭 후 확인 과정을 거친다.

과정마다 각각 ▷채취키트 ▷추출키트 ▷증폭키트가 필요한데 청와대가 언급한 '진단키트'는 채취키트인 셈. 포괄적으로 청와대 설명이 틀린 게 아니지만 증폭키트를 수출한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었다. 이 사례들은 모두 정부가 불명확한 용어를 사용, 발표해 혼선을 빚게 했다.

특히 의료제품은 허가 · 등록 · 승인 등 각 과정을 겪을 때 용어를 잘못 사용할 경우 정 반대의 의미를 전할 수 있다. 당국도, 업계도 용어 선택 시 주의를 기울인다.

일례로 임상시험을 실시하고자 할 경우에는 '임상시험계획승인신청(IND)' 이라고 한다. 인체 대상 안전성·유효성 자료 수집을 목적으로, 의약품을 사용해 임상시험을 실시하고자 하는 자가 식약처장의 승인을 신청한 것이다.

식약처장이 이같은 계획을 "마땅하다고 받아들인다"고 판단한다면 실시자의 임상시험계획을 '승인'하는 의미다.

이와함께 인허가 제도상에선 의약품 제조업자가 제조한 의약품을 판매하려는 경우 식약처장으로부터 (제조판매) 품목허가를 받는다. 제조업자가 해당 품목을 관리하는데 적절한 자격을 갖췄는지, 해당 품목은 안전 · 유효한지 제3자에 의해 심사 · 평가한다는 의미로 '허가'를 하는 것이다. 

인허가 절차상 요구하는 항목과 의미가 다르고, 정의 또한 각각 명확하다. 따라서 의료제품에 대한 인허가 절차를 설명하는 데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혼선의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앞선 정부의 사례들에 대해 일각에선 "면밀한 검토보다 홍보를 위해 서둘러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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