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라임, 우판권 갖고 SK케미칼 '프로맥' 제네릭 '프라맥' 보유
지난달 SK의 '침해 가처분' 신청 열흘 만… "소송 취하할까, 말까"

한국프라임제약 CI

상표권 침해 여부를 법정에서 겨뤄야 했던 한국프라임제약의 항궤양제 '프라맥정(성분명 폴라프레징크)'이 제품명을 바꿨다. 오리지널 '프로맥'을 가진 SK케미칼의 문제제기와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SK케미칼은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프라맥정에 대해 상표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었다. 프라맥정이 프로맥정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취지와 더불어 자사 '프로맥정'과 '프라맥정'이 유사해 의료진과 환자에 혼란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프라맥정이 제품명을 바꿨다고 가처분 신청 소송이 자연스레 취소될까? 향방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SK케미칼은 사실 확인 후 소송 취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7일 식약처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프라임제약 프라맥정은 지난달 23일부터 제품명을 '프레징크정'으로 변경 허가를 받았다. 이후 한국프라임제약은 병·의원과 약국 등에 제품명 변경 공급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 3일 이후 출하분부터다.

SK케미칼의 위염치료제 '프로맥정' 

프레징크정은 SK케미칼 '프로맥정'의 현존하는 유일한 제네릭이다.

한국프라임제약이 지난해 3월 프로맥정 제제특허(폴라프레징크를 함유하는 안정한 정제 제형, 2033년 10월 28일 만료)를 회피하는 데 성공한 것.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인용 심결을 받았다.

그 뒤 10월, 퍼스트 제네릭으로 '프라맥정(당시 제품명)'에 대한 품목허가를 받았다. 프로맥정은 주성분 폴라프레징크에 아연이 함유돼 제네릭이 동등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제네릭 개발에 나섰던 업체들도 잇달아 허가에 실패했었다.

다만 '(구) 프라맥정이자 (현) 프레징크정'은 특허도전 성공, 최초 허가신청 사실을 입증받아 지난해 11월 1일부터 올 8월 30일까지 제네릭 시장 독점 판매 가능한 우선판매품목허가(우판권)를 획득했다. 

프로맥정은 프레징크정의 시장 진입으로 인해 약가가 지난 달 부로 152원까지 떨어질 예정이었다. 법원은 SK케미칼이 신청한 약가인하 집행정지가 받아들여 기존 약가가 유지되고 있다. 또한, SK케미칼은 프라맥정의 제품명을 문제삼으며 소송도 불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프라맥정이 프로맥정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사유로 지난달 13일 '상표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

SK케미칼은 "프라맥정이 오리지널 프로맥정의 기존 인지도를 노려 영업에 활용하고 비슷한 제품명에 환자와 의료진이 오인과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국프라임제약이 SK케미칼의 소송 제기 열흘 만에 제품명 '프라맥정'을 '프레징크정'으로 돌연 변경했다. 양측이 상표권으로 다툴 여지를 지워버린 셈.

이에 대해 SK케미칼 관계자는 "상표권 변경을 통보받지 못했다. 내용 먼저 확인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사실 확인 이후 소송 취하 여부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프레징크정은 제품명만 변경됐을 뿐, 보유하고 있는 우판권과 약가는 유지된다. 프로맥은 지난해 105억 원의 원외처방실적을 거뒀다. 

한국프라임제약의 프라맥정 제품명 변경 공급 관련 안내. 일부.

프로맥 - 프라맥의 사례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상품명 사용을 금지시킬 가처분 사건이었다. 이제 바꿨다니 소송의 이익은 저절로 사라진 셈"이라며 "제네릭사의 상표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이면 '손해'는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네릭 사가 제품명을 스스로 바꿨다.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상표권 분쟁은 제네릭사의 처방 실적에 따라 좌우된다"고 귀뜸했다. 업체로서 제네릭이 많이 처방돼 오리지널이 손해를 입었다면 손해배상에 열심일테고 제네릭의 영향력이 미미하면 자연스레 소송을 취하하지 않겠냐는 게 그 의 설명이다.

다른 관계자는 "소송의 목적은 상품명 '프라맥'의 사용 금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업체가 바꿨으니 소송의 이익은 없어 보인다. 취하할 것 같다"며 "이미 사용함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였다면 소송을 이어 갈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상품명을 두고 오리지널을 가진 다국적사 등 업체들이 제네릭사를 향해 상표권 심판을 제기하고 있다. 통상 오리지널사가 제네릭 출시를 막기 위해선 '적극적 권리범위 심판'을 활용했다. 제네릭이 실제 오리지널 사 특허에 종속되는 걸 알리는 셈이다. 혼동이 우려될 경우 상표권 무효화에 나서는 경우도 속속 있다. 제네릭이 오리지널의 이미지에 편승하지 않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쓰인다.

한국BMS제약의 아픽사반 성분 항응고제 '엘리퀴스'와 신일제약.
한국BMS제약의 아픽사반 성분
항응고제 '엘리퀴스'와 신일제약.

아픽사반 성분의 경구용 항응고제 '엘리퀴스'를 가진 한국BMS제약은 지난 12월 11일 신일제약과 제네릭 품목인 '에이퀵스'를 상대로 상표등록 무효 심판을 제기했다. 그런데 졌다.

심판원은 "엘리퀴스의 '엘리'는 등록된 예가 많아 식별력이 약하다. 나머지 음절인 퀴스와 퀵스의 차이는 확연하다. 두 상품명을 비교하니 호칭이 유사하다는 주장은 그 이유가 없다"며 신일제약의 손을 들었다. 한국BMS제약이 항소를 준비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는 기업명 상표등록 무효심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삼성제약을 상대로 상표권 무효 심판 3건을 제기했지만, 삼성제약이 이겼다. 삼성전자의 전신 '삼성상회'는 1938년에 설립됐지만, 삼성제약의 전신 삼성공업제약은 1929년에 만들어졌다. "누가 먼저 사용했느냐"보다 "누가 먼저 출원을 했느냐"가 중요해져 앞으로 다양한 사례가 확인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오리지널리티를 제네릭이 침해하는지 예의주시한다"며 "오리지널을 제네릭이 간접적으로 홍보해주기도 한다. 양사가 사전 협의만 잘 해도 법적 다툼까지 일어나지 않는다. 상표권 소송은 일종의 '밑져야 본전'과도 같다"고 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