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데이터 활용 목적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Hit-check] 신수용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가 말하는 '데이터3법' 개정

신수용 교수 

"의료법과 생명윤리법 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헬스케어 분야에서 보다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신수용 교수는 이번에 개정된 데이터 3법의 한계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데이터 3법'은 올해 1월 본회의에서 통과돼,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데이터 3법이 개정됨에 따라 개인정보 개념이 명확해 졌고,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과 기준이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명정보의 경우 기술·제품·서비스의 개발 등 산업적 목적을 포함하는 과학적 연구, 통계작성, 공익적 기록보존 등의 목적으로는 동의 없이 활용이 가능해 졌다. 또한 개인정보처리자의 처벌조항을 강화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데이터 3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하단 박스 참조]

히트뉴스는 신수용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케어학과 교수를 만나 헬스케어 분야에서 이번 데이터 3법 개정의 의미와 한계를 따져봤다.

-큰 틀에서 데이터3법 개정이 헬스케어 산업에 큰 영향이 없을 것 같다고 예측했는데.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려면 의료법을, 연구를 목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을 따르게 돼 있다. 이 두 법은 개정되지 않은 채, 개인정보보호법만 개정됐다. 다소 유의미한 변화는 있지만, 의료법과 생명윤리법 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헬스케어 분야에서 보다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의료법과 생명윤리법이 함께 개정되지 않으면 보건의료 현장에서 불편한 사항이 있나.

"국립암센터는 현재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승인을 거쳐 암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국립암센터)이 데이터 공유의 연결고리(link)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같은 행위는 의료법 상 위법이다. 그러나 생명윤리법에는 이를 따질 법 조항이 없다. 의료법을 기준으로 보자면, 아무리 IRB를 받았더라도 환자의 전자의무기록(EMR)으로 저장된 데이터는 공유할 수 없다.

물론 이런 행위는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그동안 문제를 삼지 않았다. 하지만 위법의 소지를 따지자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개정을 계기로 이 문제 역시 명확히 해결되면 좋을 것이다. 현재 정부 기관들이 연구용으로 데이터 공유는 가능하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았다. 향후 진료 목적뿐만 아니라 연구용, 상업적 목적의 데이터 활용도 가능해 져야 한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단순히 연구를 상업적 목적과 과학적 혹은 공익적 목적을 정확히 나눌 수 있나? 제약사의 신약개발 연구는 두 가지 목적이 공존하지 않나.

"시민단체는 공익적 연구를 위한 데이터 공유는 인정하지만, 상업적(사익) 데이터 공유는 반대한다. 냉정하게 말해 공익과 사익을 나눌 명확한 근거가 없다.

제약사 주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 연구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제약사 입장에서는 영리 목적으로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므로 상업적 연구로 볼 수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치료제를 만드는 공익적 성격을 띤 연구도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보건의료 연구에서 상업적 목적과 공익적 목적은 공존할 수 있다. 다른 산업 군과 달리 헬스케어 산업은 공익과 사익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환자들의 입장은 어떤가?

"각 환자단체마다 입장 차가 있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도 데이터 활용을 통해 신약 개발 등 치료법의 혁신이 일어난다면 마다할 곳은 없다고 본다. 환자들도 충분히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반대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분명 기업이 데이터를 악용할 소지도 있지 않나.

"처벌 조항이 너무 약하다. 이번에 개정된 조항을 보면, 유럽 개인정보보호일반규정(GDPR) 기준에 따라 벌금을 맞췄다. 하지만 이는 최대 금액이고, 실제로 재판을 거쳐 기업이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됐을 때 얼마나 벌금을 받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미국은 위법 행위를 할 경우 기업이 망할 정도로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3법 개정을 통해 헬스케어 분야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앞서 말했듯 생명윤리법과 의료법 개정이 함께 이뤄져야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를 정부는 인지하고 있다. 7월 시행 시기에 맞춰 정부도 시행 규칙 등 세부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보건의료 데이터를 다른 산업(금융, 통신 등)과 연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또 다기관 코호트 데이터를 만들 때 이젠 가명 처리만 하면 전문기관을 통해서 데이터를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연구자가 다기관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이 보다 편리해 진 것이다."

-이번 데이터3법이 보완돼야 할 사항은?

"개인정보보호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보다 명확해 져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올해 3월 중으로 공표한다고 했으니, 추후 확인 가능할 것이다.

또 의료법과 생명윤리법 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는 보건복지부 주도로 가야할 것이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과 생명윤리법이 정의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차이가 있어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연구 이후 사업으로 넘어갔을 경우 환자 데이터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환자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명시한 법이 없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가명정보를 쓰면 되는데 병원이 환자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은 의료법 상 불법이다. 이를 막기 위해 개인이 전송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이런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데이터 3법 개정 주요 내용

추가 정보의 결합 없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안전하게 처리된 가명정보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 핵심이다. 가명정보를 이용하면 개인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 제품 등을 개발할 수 있어 기업들이 가명정보를 활용한 신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또한 개인정보의 암호화나 가명 처리 등의 안전 조치 마련, 독립적인 감독기구 운영 등을 요구하는 유럽연합 일반개인정보보호법(EU GDPR)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 관련 법 체계의 통합이 요구됐다. 

이번에 개정된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의 보호를 강화하면서도 데이터 활용 활성화를 통한 관련 산업의 발전을 조화롭게 모색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내용 및 표 출처=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내용 및 표 출처=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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