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거래소' 출범돼도 '도매유통' 무탈할까
'의약품거래소' 출범돼도 '도매유통' 무탈할까
  • 류충열 유통전문기자
  • 승인 2020.01.17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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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활동 규제하려면 법적근거 필수라면서
거래소가 정책목표 추구위한 규제기구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은 지난 3일 홈페이지에 '의약품 공급 및 구매체계 개선연구' 보고서를 올렸다. 건보공단이 발주하고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연구했다.

이 보고서는 연구과제 관련 부문 권위자 16인(책임연구자 1인과 공동 연구인 15인)과 우수 연구보조원 12인 등 28인이 협력해 연구해낸 495쪽의 방대한 책자다. 연구인 면면과 노력한 자료를 보면, 건보공단이 보고서에 제안된 제반 방책들을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발췌된 현상과 그것을 바탕으로 분석·제안되고 있는 정책 사이의 논리적 인과관계에, 따짐의 대상이 될 만한 것이 눈에 띄지만, 전반적으로 건보공단이 의도하고 있을 것임에 충실한 연구물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보고서 제4장제4절 제4항(공정거래 풍토 조성 방안 : 가칭, 의약품거래소 활용) 내용 중, 412쪽을 보면 다음과 같은 그림이 나온다.

여기서 '의약품거래소(이하, 거래소)'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속내가 궁금하다. 물론 '거래소'의 설립·운영에 대한 내용이 연구물 속에 나와 있지만 말이다. 

거래소의 ▷필요성 ▷기본 구상과 구조 ▷적용 대상 ▷거래소의 기능과 역할 ▷운영주체와 참여자 ▷운영비 ▷기타 고려 사항 등이 아래와 같이 기술되어 있다.

'의약품 거래의 공정성을 확보하여 거래당사자 간 갈등과 비용을 절감시키고 거래당사자들의 의약품 선택을 용이하게 하여 거래 편의 도모와 비용을 절감시킴으로써, 최종 구매자의 거래 투명화로 공정거래와 건보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의약품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여 약제비의 적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거래소의 출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요양기관의 보험의약품 거래 마진 인정을 공식화하는 등 요양기관(의료기관과 약국)의 적절한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거래소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모든 의약품은 거래소를 통해 거래돼야 한다는 것'이 의약품거래소에 대한 기본 구상이다. 의약품거래소가 생김으로 해서 ▷의약품공급자(제약·도매) ▷요양기관(의료기관·약국) ▷보험자(건보공단) 등 3자는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약과 도매는 공정경쟁·대금결제와 반품처리 개선 및 판촉 등 비용절감이 이루어질 것이고, 요양기관은 마진의 공식화(보험의약품 거래 마진 인정)로 비용 보전 및 수익성 등이 제고될 것이며, 건보공단은 가격과 거래량 관리로 보험재정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래소의 기본 구조는 품목과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센터 기능을 담당하면서 주문과 결제를 담당하는 거래센터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돼 있다.

 

좀 더 구체적인 거래소 기능과 역할은 ▲정보를 수집·가공·분석 및 제공 등을 하는 정보센터 역할 ▲제약 및 도매와 요양기관(의료기관·약국)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전자상거래 중개소 역할 ▲의약품 거래 결과인 대금 결제에 참여하는 역할 등이다.

 

물류센터는 거래소와 별도로 의약품의 배송기능을 담당한다. 제약과 도매 및 요양기관은 의약품거래소의 정보를 활용하여 주문하고 대금결제를 하며 물류센터를 통해 의약품을 배송 받는다.

거래소가 취급하는 대상 의약품은 우선 보험(급여)의약품이다. 점차적으로 비보험(비급여)약품까지 확대한다.

 

운영주체인 거래소는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운영된다. 제약·도매 및 요양기관 그리고 보험공단 등 세 거래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의사결정 기구를 결성한다. 정부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일방적인 규제기구가 아니라는 점을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으로 돼 있다. 어디까지나 '자발적 참여 조직'이라는 점을 강변하고 있다.

 

운영비는 건강보험재정(건보재정) 등 공공재원을 기초로 세 당사자들이 공동 부담한다. 의약품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통한 사회질서와 보험재정을 보호하는 공익이 우선이므로, 건보재정 등 공공재원에서 설립·운영비를 우선 부담하고, 거래소 운영에 의해 업무 간소화 등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절감과 수익발생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를 징수하여 운영비를 충당한다.

 

이외 고려할 사항으로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과 합의가 필수적이고 ▲관련 당사자들의 활동을 규제하고 공적 재정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능하면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여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거래소' 설립·운영 제안과 관련해, 몇 가지 의문이 드는 게 있다.

첫째, '모든 의약품은 거래소를 통해 거래돼야 한다는 것'이 거래소의 기본 구상(발상)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거래소가 정부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일방적인 규제기구가 아님을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다. 거래소가 '자발적 참여 조직'이라는 점을 애써 표방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약과 도매와 의료기관 및 약국 등이 자발적으로 거래소 운영에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한 후 거래소를 통한 거래 보다 기존의 거래 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등의 이유로 거래소를 탈퇴하고자 할 때 어찌할 건가?

그렇게 되면 거래소의 기본 발상인 '모든 의약품은 거래소를 통해 거래돼야 한다'는 명제는 실현되지 못할 텐데 말이다.

둘째, '(거래소) 당사자들의 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법적 근거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하면서 가능하다면 별도의 '특별법'까지 제정하여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이리하면서 거래소가 과연 형식적·실질적으로 완전히 자율적인 것이 될 수 있을까?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가?

셋째, 거래소를 운영할 목적으로, 지난 50여 년간 금과옥조처럼 견지해 온 건강보험 제도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인 '요양기관의 보험약품 거래를 통한 이윤추구 행위 불허 원칙'을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되면, 그동안 보험약품 거래를 통한 요양기관의 이윤추구 행위를 금지한 대신, 그에 버금갈 정도로 요양기관에 관리비 명목 등으로 지원해주고 있는 건보급여 항목이 있는데 이 항목은 어찌 할 것인가? 요양기관의 보험약품을 통한 이윤추구를 용인하면서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급여해 온 항목도 그대로 인정할 것인가? 그러면서도 건보재정의 비용지출이 안정될 것이라고 보는가? 

넷째, 거래소를 세우면 모든 의약품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고, 그렇지 않고 현행의 유통 시스템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된다고 보는가? 

일단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왜 기존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되는 유통거래 시스템'을 강제로 해체시키지 않고 자율적으로 놔두는가? 그 이유가 혹시 거래소가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의 모델이 될 테고, 제약·도매유통·의료기관 및 약국이 거래소를 따라 공정·투명한 거래를 할 것이므로 자율로 해도 괜찮다고 보기 때문인가?

'불법리베이트 금지법'과 '김영란법' 및 '공정거래법' 등이 서슬 시퍼런 데도 업계가 계속 투명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거래소를 만들면 업계가 거래소를 본받아 투명해 질 것으로 보는가? 

다섯째,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All roads lead to Rome)'는 세계적 속담이 있다. 이번 '의약품 공급 및 구매체계 개선연구'도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진행됐지만, 최종 목표 지점은 '약제비(비율) 감소'에 맞춰져 있는 것이 분명하다. 거래소의 필요성이 '~~등을 제고하여, 약제비의 적정화(선진국 수준)를 도모하기 위함'으로 돼 있고 다른 갈래도 보면 이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의 위치는 어떻게 될까? 거래소의 역할과 기능을 보면 도매유통업의 것과 동일하니 말이다.

유통의 능력을 최대한 높이고 그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면서 공정성과 투명성까지 확보하기 위해 도매유통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거래소가 출범된다면, 현 도매유통업계는 과연 무탈할까?

위의 [그림]처럼, 요양기관이 거래소에 의약품을 주문하고 거래소는 이를 종합하여 제약사들에게 주문하며, 대금 결제도 거래소가 요양기관으로부터 받아 제약사들에게 결제하고, 물류는 아웃소싱(outsourcing)하여 처리하면 되는데, 왜 도매유통이 굳이 필요하지? 라고 문제를 제기하면 기존 도매유통은 어떻게 될까?  

'왜 거래소가 제약사에게 직접 주문하지 않고 한 단계 또는 두세 단계 더 거치는 도매유통에 주문하나'라고 어느 권력자가 지적하면, 도매유통은 어떤 논리로 도매유통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이성적으로 주장할 수 있을까?

거래소가 실존하는 한, 도매유통업계의 필요성과 존재 이유를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인 '거래발생건수 최소화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의약품 도매유통업계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의약품거래소의 발상은 앞으로 건보공단에서 어떻게 처리될까? 실현될까? 사장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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