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진단기술과 데이터 플랫폼

[Hit-check]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유전체 데이터 활용 – (2)천종식 천랩 대표

“이기적으로 살지 마세요. 우리가 먹고 싶은 것만 먹으면서요. 우리와 수천만년 이상 함께 살아온 장내 미생물이 먹을 수 있는 것도 함께 섭취해 보세요. 우리가 먹고 싶은 것만 먹다 보면, 장내 미생물이 언젠가 아토피, 알츠하이머 등 질병으로 복수하는 날이 올 거에요.”

천종식 천랩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강의 말미에 항상 이런 말을 한다. ‘프로바이오틱스를 꾸준히 챙겨 먹으면 될까?’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그는 프로바이오틱스를 먹는 게 핵심이 아니라고 단호히 말한다. 대체 무슨 말일까?

천 대표에게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된 궁금한 질문부터,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을 헬스케어 분야에 어떻게 활용할지 들어봤다.

천종식 천랩 대표 

-마이크로바이옴,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개념이 많이 헷갈리는데요. 

“미생물 군집(무리)과 그들이 갖고 있는 유전체 전체를 통틀어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합니다. 특히 ‘장(臟)’ 속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들어 있어요. 이처럼 우리 몸 속에 마이크로바이옴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요.

우리가 흔히 건강기능식품으로 먹는 ‘프로바이오틱스’는 비피도박테리움으로 대표되는 몸에 좋은 미생물을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발효식품에 많이 사는 미생물로, 이미 우리 몸에 유익한 미생물로 알려져 있어요.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균형을 이루려면,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면 되지 않나요?

“앞서 말했듯 프로바이오틱스는 주로 발효식품에 있는 미생물입니다. 우리 몸 속 주요 장내 미생물은 아니죠. 사람들이 가장 많이 헷갈려 하는 부분인데요.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가 우리 몸에 머무르는 시간은 약 2주 가량이에요. 그 이후에는 몸 밖으로 빠져 나가죠.”

-그럼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건 아닙니다. 프로바이오틱스에 의해 분명히 우리 몸 속 마이크로바이옴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마다 마이크로바이옴 균형 상태가 다릅니다. 때문에 같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할 때, 어떤 사람은 좋은 마이크로바이옴을 형성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약이 될 수는 없겠네요. 최근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겠다고 하는데. 프로바이오틱스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건강한 사람과 질병을 앓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죠.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전략을 두 가지로 볼 수 있어요. 건강한 사람에게 보이는 미생물을 넣어주거나, 질병과 관련된 미생물을 없앨 수도 있어요. 저흰 전자의 전략을 취하고 있고요.

앞서 말했듯 프로바이오틱스는 우리 몸 속에 존재하는 주요 장내미생물이 아닙니다. 다만, 장내 미생물 환경이 좋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프로바이오틱스는 약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이죠.”

-최근 상장을 앞두고,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하셨잖아요.

“한국인 장 속에서 항암 효과가 있는 미생물을 발견했습니다. 한국인 절반 이상이 갖고 있는 미생물인데요. 건강한 사람이 갖고 있는 종(species)으로, 저희가 처음 발견했습니다. 간암, 대장암 환자에서 이 미생물 종이 현격히 줄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현재 동물 실험에서 항암 효과를 확인하고, 글로벌 cGMP 위탁생산 기업과 임상 시험물질에 대한 생산 계약을 진행하는 등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위해서 준비 중에 있어요.”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 분석 플랫폼을 가지고 있잖아요. 이 플랫폼이 신약개발에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 건가요?

“천랩의 치료제 후보 물질은 실험 동물 (마우스) 데이터보다는 대규모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굴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희 플랫폼을 이용하면, 해외기업이 동물실험 데이터를 기초로 선발해서 이미 임상 중인 물질에 대해서도 환자에 대한 효과를 예측할 수 있어요. 천랩은 유전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약후보물질을 선정하고 있으며, 1-2가지 질병에 동시에 효과를 보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발된 후보물질이 상당수 됩니다.

또 타사 후보물질을 기존 16S rRNA유전자(미생물 동정을 위해 사용하는 것) 기반으로 발굴했다면, 저희는 그 다음 세대 기술로 유전체 기반의 마이크로바이옴 진단 기술 (Precision Taxonomy Discovery Platform)으로 후보물질을 발굴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가 축적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단순히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만 축적하는 게 아니라, 환자 데이터와 함께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죠. 이를 위해 다양한 대학병원 교수와 장기간 공동연구를 함께 수행했어요. 한국인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에 대해선 누구보다 많이 확보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저희는 한국인 장에서 분리된 300종(species)에서 총 5000균주(strain) 이상의 유전체 데이터를 갖고 있습니다. 이중 새로운 종은 77종입니다.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질환 데이터와 연결해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이죠.

플랫폼을 기반으로 진단, 치료제 후보물질 발굴 등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강점입니다.”

-데이터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는 게 큰 차별화 전략이 될 것 같네요.

“결국 신약개발위해 임상시험 성공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잖아요. 이를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깊이 있는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고요. 저희는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 기반 분석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또 질병 데이터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약 후보물질을 더욱 빨리 도출할 수 있고요.

또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마다 보유하고 있는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나온다면, 치료제를 투약하기 전에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 분포를 병행해서 분석하는 동반진단도 필요할 겁니다. 저흰 진단 기술도 함께 가지고 있어요.”

-만약 다른 제약회사가 천랩의 플랫폼을 활용하고 싶다면, 이용이 가능한가요?

“이용료만 내면 가능합니다. 실제로 저희 플랫폼은 국책 기관, 글로벌 기업 등에서 사용하고 있어요.”

-상장 이후 축적된 자본으로 바탕으로 어떤 사업을 펼칠 계획이신가요?

“우선 상장을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마이크로바이이옴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에 더 속도를 낼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신개념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건강 관리 서비스를 출시해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기존 미국 지사 규모를 좀 더 확장할 것입니다. 국내에서 그 동안 이뤘던 기반을 미국 시장에서 펼칠 계획입니다”

*천랩은?

-임직원;75명

-자본금; 16억4300만원

-사업영역; 미생물 생명정보 플랫폼 및 솔루션/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헬스케어 및 치료제

-주요제품; EzBioCloud 플랫폼, NGS/BI 통합 솔루션, TrueBac ID(유전체 기반 감염 진단 솔루션), Smilebiome(인체 대장 마이크로바이옴 모니터링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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