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프로바이오틱스 넘어 의약품으로
마이크로바이옴, 프로바이오틱스 넘어 의약품으로
  • 홍숙
  • 승인 2019.10.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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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질환 외 대사질환, 비만 등 다양한 영역서 개발 진행
대부분 전임상 단계…3상 5건 2020년 허가 기대

[Hit-check]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 (1) 동향과 한계점

“5년 전 한 학회에 갔는데, 사람들이 잔뜩 모여 든 세션이 있었다. 회사로 돌아와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집중 투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국내에서 바이오벤처 투자를 활발하게 하는 한 벤처캐피탈 투자가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이미 자본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밴처캐피털 투자는 2012년에서 2016년 사이 약 4배 가량 증가할만큼 활발하다. 히트뉴스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이 어디까지 진행됐고, 현재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짚어봤다. 이어 국내에서 마이크로바이옴 개발에 적극적인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관계자를 만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전략을 듣는다.

출처=천랩

미생물로 약 만드는 시대 온다

우리 몸 속에는 미생물 100조개 가량이 있다. 미생물 100조개는 우리가 가진 유전자의 100배 이상이다. 이런 미생물 군집(무리)과 유전체 전반을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말한다. 특히 ‘장(臟)’ 속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들어 있다. 이들은 우리 몸에서 해로운 균의 침입을 막는 등 면역체계를 형성하고, 몸 속 신진대사 활동에 관여하는 효소와 항산화제를 만든다. 또 비타민을 합성하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 몸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건강기능식품(프로바이오틱스) ▲치료제(파마바이오틱스) ▲진단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 현재까지는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국내 프로바오틱스 시장은 2018년 기준 약 2423억원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양분 흡수, 약물 대사조절, 면역 체계, 뇌와 행동 발달 조절 등과 마이크바이옴의 상관성이 밝혀지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치료제 개발로 연결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실제 지난해 9월 기준 전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은 183건인데, 대부분은 초기 임상 단계다. 또 1상 27건, 2상 18건, 3상 5건 등 임상단계에 진입한 연구는 50건이다. 내년을 기점으로 신약 허가가 기대된다는 업계 전망도 있다.

글로벌 제약사 초기 투자 활발…3상 5건 진행 중

신약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는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며,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스는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개발을 위해 2013년 바이오벤처 세컨드 지놈(Second Genome)에 투자했다. 또 다케다제약은 위장관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바이오 벤처 엔테롬(enterome)과 손 잡았다. 얀센은 베단타(VENATA)에 투자했다.

현재 마이크로바이옴은 치료제 개발은 장질환에서부터 시작해 다양한 질환에서 이뤄지고 있다.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주로 장 질환과 감염 질환 치료제 개발이 가장 많다. 이밖에 대사질환(당뇨병 등), 피부질환, 희귀질환(과옥산살뇨증, 요산회로 질환, 페닐케톤증)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또 비만, 암 질환 대해서도 전임상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이 밖에 자가 면역과 뇌 질환 관련 기초 연구 역시 활발하다.

현재 신약 개발 주기에 가장 가까운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은 총 6개다. 에이오바이옴(AOBiome)은 여드름 치료제(B-244), 오셀(Osel)은 요로감염 치료제(LACTIN-V), 옥스테라(OxThera)는 원발성 과옥살산뇨증 치료제(Oxabact), 리바이오틱스(Rebiotix)는 C. 디피실 감염증 치료제(RBX-2660), 세레스 테라퓨틱스(Seres Therapuetics)는 C.디피실 감염증 치료제(SER-109), 리터 파마슈티컬스(Ritter Pharmaceuticals)는 유당 불내증 치료제(NCT03597516)을 위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중 리터 파마슈티컬스의 파이프라인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값을 얻지 못 해 실패했다.

국내, 벤처 중심으로 연구 활발…고바이오랩, 호주 1상 준비 중

국내는 바이오벤처를 중심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곳은 서울대 고광표 교수가 설립한 ‘고바이오랩’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KBLP-001)에 대해 호주 임상 1상을 승인 받았다.

회사 측이 밝힌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KBLP-001은 고바이오랩이 자체 보유한 마이크로바이옴 라이브러리에서 선별된 신약 후보로 아토피성피부염, 염증성장질환, 건선 등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동물모델 시험에서 우수한 효능이 확인됐다.

회사 측은 임상 1상을 통해 KBLP-001의 안전성, 내약성과 약물동태를 확인한 후, 2020년 상반기 중 아토피성피부염 환자 대상의 미국 임상 2상 시험계획서(IND) 제출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또 고바이오랩은 현재 KBLP-001을 포함해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KBLP-002)와 2020년 하반기에 C.디피실 감염(KBLP-003)에 대한 임상 1상 진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지놈앤컴퍼니는 올해 8월 302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완료했다. 지놈앤컴퍼니는 이번 투자금을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진입과 CDMO(의약품 개발 및 생산업체) 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중견 제약사 중에는 일동제약과 종근당바이오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이다. 두 회사는 프로바이오틱스로 건기식 시장을 확대를 꾀하는 한편, CDMO 시설 투자로 점차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임상, 생산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부재 등 한계로 지적

최인석 종근당바이오 소장이 지난달 20일 SC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년 첨단바이오의약품 규제과학 컨퍼런스’에서 밝힌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의 어려운 점은 이렇다. 임상시험과 관련해서는 임상시험 규모, 최종임상지표, 대조군과 결과에 대한 디자인, 기술적 특성을 고려한 규제기관의 허가기준의 모호성 등이 난제다. 대조군과 최종 임상지표를 설정해 환자마다 각각 다른 임상적인 효과를 어떤 방법으로 증명할 지에 대한 기준도 필요하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개발돼 의약품으로 생산하는 과정 역시 쉽지 않다.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은 ‘미생물’을 다루기 때문에 항체 의약품보다 더 까다롭다. 우선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은 배양, 저장 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시료 생산을 위한 품질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품질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어떤 영역으로 구분할지 고려해야 한다. 현재 식약처는 의약품을 ▲합성의약품 ▲생물의약품 ▲생약제제로 구분하고 있고, 생물의약품은 ▲생물학적제제 ▲유전자재조합의약품 ▲세포배양의약품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로 분류한다. 이 중 미생물 기반의약품인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어느 카테고리를 분류할 지 규제당국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일부 프로바이오틱스가 자료제출의약품으로 허가 받은 사례는 있으나, 마이크로바이옴을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은 없다.

미국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살아있는 바이오치료 제품(Live Biotherapeutic Products, LBP)’으로 분류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둔 상태다. 미국은 LBP를 ‘백신을 제외한 인간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미생물 제제로 규정’했으며, 개발 기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2016년 발표했다.

미국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LBP'로 규정하고 있다. 

최 소장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가이드라인 마련과 관련해 “ 약동·약력학(PK·PD)에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고, 품질관리 기준을 위한 측정법과 기준이 설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인체에 이미 존재하는 미생물의 경우 독성 시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산업체와 개발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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