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이정규 대표 바이오플러스2019서 발표
‘글로벌 시장 전략’ 주제 다양한 의견 제시

“아직까지 한국기업이 임상 3상을 도전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현 단계에선 공동개발, 공동연구 등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한 전략이 현실적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 2019에서 ‘글로벌 시장 전략’을 주제로 이같이 말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왼쪽)와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가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 2019에서 글로벌 시장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신라젠, 헬릭스미스, 에이치비엘비 등 임상 3상에 도전하는 국내 바이오벤처가 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이 같은 진단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3상 도전에 대해선 업계가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김완주 씨트리 회장은 지난 1월 히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라이센스 아웃(신약개발 후보물질 기술 수출)이 국내 제약기업들이 신약 개발을 하는 최종 목표일 수 없다”며 “신약의 상품화까지 가야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정두영 바이오네틱스 대표 역시 지난 1월 인터뷰를 통해 신약개발의 최종 목표가 기술이전이 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그렇다고 이들의 의견이 대립하는 건 아니다. 결국 3상 도전 ‘시기’를 언제로 봐야할 지에 대해서, 이상훈 대표는 보다 신중한 입장을, 김완주 회장과 정두영 대표는 좀 더 도전적인 자세를 취한 것이다. 다만 인터뷰에서 만난 바이오벤처 대표 대부분은 기술이전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현실적으론 이상훈 대표의 말에 공감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히트뉴스는 ‘글로벌 시장 전략’을 주제로 발표와 패널토론을 맡은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발언 중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생각해 볼 만한 말들을 정리해 봤다.

“현지에서 ‘혁신’을 찾자! 국내 대학과 국책연구소에 획기적인 기술 많다.”

이정규 대표는 “20년동안 국내 학계를 관찰한 결과, 한국의 과학연구 수준은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제약업계 등 산업계가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제약·바이오 업계는 신규화합물을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의 기초과학 연구가 발전했기 때문에 대학, 국책연구소가 가진 획기적인 기술을 국내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글로벌 3, 4위 하는 파이프라인 지속적으로 끌고 갈지 고민하고 있다.”

이상훈 대표는 이날 에이비엘바이오 파이프라인을 소개할 때, 경쟁사를 함께 언급했다. 회사가 가진 차별성을 언급할 때도, 경쟁사와 비교해 어느 점이 강점을 갖고 있는지 설명했다. 또 반드시 혁신신약(first- in class)만 개발하는 전략만 고집하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3, 4위에 들어갔을 때 미충족 의료수요(unmet needs)의 지점도 함께 설명했다. 사소해 보이지만, 개발 초기부터 시장을 고려하는 그의 전략이 드러난 발표였다.

“극단적 차별화가 필요하다. 계열 최초의 약이 필요하다.”

이정규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려면 계열 최초의 약이 필요하다”며 “최초의 약이 아니면 2, 3번째 정도로 출시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얼핏 이상훈 대표와 조금 다른 듯 보이지만,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이 꼭 필요했던 이정규 대표가 이번 베링거인겔하임의 기술이전 계약에 어떤 자세로 임했는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결혼 하고 나면 파트너의 새로운 면을 보듯, 다양한 회사와 파트너십에도 우여곡절이 많다.”

이상훈 대표는 “국내 회사, 중국 회사 등과 함께 공동연구, 기술이전 등 다양한 형태로 협업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많다”며 “파트너십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유한, 동아 등 우리보다 규모가 큰 회사와 협업은 파트너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며 “아이맵(중국바이오벤처)과는 비즈니스 모델을 공동개발하는 형태로, 의사결정이나 개발을 동시에 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각 파이프라인의 성격에 따라 파트너, 협력 형태가 다양해 질 수 있다고 했다.

“우리의 비전에 맞는 투자자와 일하고 싶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이정규 대표는 패널토론에서 “한국은 투자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선별된 투자자와 함께 할 것”이라며 “우리의 비전과 맞는 투자자와 일하고 싶다”고 했다.

“PK, PD 독성 관련해 글로벌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

이상훈 대표는 “한국 과학자 중에서 독성연구, 안전성, 약동학(PK/PD)과 관련해 글로벌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 어려운 측면이 많다”며 “이런 걸 고려해 무조건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같이 생산이나 제조에 초점을 맞춘 회사, 브릿지바이오와 같이 혁신에 방점을 둔 회사, 우리와 같이 초기 임상연구에 주력하는 회사가 추구하는 혁신은 모두 다를 것”이라며 “최종적으론 임상 후기 단계로 갈 때 임상시험 인프라를 세우는 게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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