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송시영 교수·김우연 카이스트 교수 발표
김우연 교수, 상생 위한 생태계 위해 '1팀 1플랫폼' 제안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작은 내수시장에서 제로섬 게임을 반복해 쇠락의 길로 가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세계 시장을 내다본 융합의 결과물을 키워야 한다."

연세의대 송시영 교수
연세의대 송시영 교수

연세의대 송시영 교수(現 바이오헬스산업혁신전략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는 29일 오전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CEO 워크숍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안)' 발표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송 교수는 글로벌 헬스케어 트렌드를 목적 중심의 기술 융합, 융합·중개연구 활성화, 빅파마 중심의 FIVO에서 글로벌 파트너링을 통한 VIVO 모형으로의 전환, 바이오클러스터·메디클러스터 등 연구 기능의 고도화·집중화, 스타트업 기업 활성화 등으로 요약했다. 

앞서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사업화가 가능한 연구개발 지원을 위해 부처 거버넌스를 통합하고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에서 보건의료정책을 종합 조정하며, 국립보건원(NIH)이 보건의료 연구개발 예산의 90% 이상을 집행한다. 

영국은 기초연구는 의학연구위원회(MRC)·실용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NIHR)에서 주관하며, 이들 기구를 조정하는 연구개발조정국(OSCHR)을 신설했다. 일본은 2013년 보건의료 연구개발 조정기관인 건강의료전략추진본부를 설립하고, 2015년 집행기관인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를 국립연구개발법인이자 독립행정법인 형태로 출범시켰다. 

다학제간 산학연병 협력과 중개연구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전주기적 관점에서 발생하는 갭(Gap) 극복을 위해 중개연구 개방형 플랫폼을 제공하고 다학제간 연구협력을 유도한다.

송 교수는 "연구개발 전주기를 보면, 기획단계에서는 실제 환자에게 필요한 메디컬 언멧 니즈 반영 체계 및 임상·중개 부재, 실행 단계에서는 연계를 통한 수익창출 경험 부재, 기술이전 단게에서는 시장성 이해 부족 및 성공을 위한 전략이 미비한 상태"라며 "시장 수요·성공 가능성을 고려한 전략과 융합 생태계 형성이 핵심"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미국은 2016년 12월 '21세기 치유법'을 제정해  건강복지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환자·국민 관점에서 공익적 성과창출을 목표로 연구자주도 임상연구를 포함한 비교효과 연구에 투자해, 저비용·고효율 효과를 얻고 있다. 

특히, 글로벌 국가·기업들은 융합형 창의인재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은 1964년부터 의·생명과학자 양성 프로그램(MSTP)을 실시하며, 전체 의대생의 4%를 기초연구자로 양성하고 있다. 송 교수는 "한해 170여명의 인재를 배출하는데, 최근 15년간 14명의 노벨상 수상자는 이 프로그램 출신"이라고 했다. 

송 교수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 사업(WCU)을 통해 5년간 국내에 체류한 스위스 취리히공대 커트 위트리히(Kurt Wuthrich) 교수가 대사관에 보낸 편지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한국은 정책의 일관성·계획성과 연구의 지속성이 없다. 제약·바이오 연구·산업화는 의료현장과 연계가 전혀 없으며, 매우 편협한 시각에서 각자 분야의 학문적 연구만 시행되고 있다. 각자의 작은 이익만 우선되고 융학 속의 큰 떡을 만들고 나누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커트 위트리히 교수는 아시아 문화를 잘 안다고 생각했으나 한국 경험은 잃어버린 5년이라고 했다. 긍정적인 평가는 학생들과의 관계가 유일했다.

송 교수는 "이 현실에서는 파이를 키우려는 포지티브 섬(Positive Sum)을 만들어야만 관련 산업 전 분야에서 확장 생존이 가능하다"며 "글로벌 경쟁체계를 이기기 위해서는 기존 개별 플랫폼의 크기(참여자 수)와 창발성(Emergent Property)에 제3자를 더해야 한다. 우리 민족의 단점은 학연·지연·혈연 등 관계중심적 이기주의와 폐쇄성·획일주의, 즉흥성과 세속적 출세 지향주의다. 그러나 우수 인력·의료현장 등 장점도 많다. 이 장점으로 작은 단점을 극복하자"라고 했다.

송 교수는 또 "대학교수는 국가 돈을 따내기 위해 미국 키워드를 내세워 연구를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들은 혼자서 살 수 있는 생태계가 아니므로, 오픈 채널을 통해 큰 그림을 함께 그려야 한다"며" 연구개발의 성공은 기술 혁신을 통한 수익 창출이 아닌 환자를 위한 혜택밖에 없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연 카이스트 교수
김우연 카이스트 교수

한편, 이날 김우연 카이스트 교수는 '인공지능(AI) 기반 상생의 생태계 구축'을 주제로 송시영 교수에 앞서 특강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기초연구에서 개발로 가는 중간 단계의 '죽음의 계곡'을 언급하며, AI를 활용해 이들 단계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초연구에서 개발을 이어주는 발굴 단계가 취약해, 제약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파이프라인의 지속적인 공급이 부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자도생하게 된다. 내가 가진 기술로 스스로 하려고 하는 거다. 이 때문에 역할 분담이 부재하고 전문성이 결여돼, '모 아니면 도' 식의 투기성 사업 구조가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신약 전주기 개발 기간과 비용은 15년 이상·3조원 가량 소요되는데, 9000개의 후보물질 중 단 1개만이 살아남는다. 그런데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은 AI를 활용해 3만개 후보물질 중 1개의 선도물질을 단 46일만에 찾아냈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초기 신약개발은 2~3년가량 소요되는데, AI를 활용하여 94%의 시간과 83%의 비용을 절감했다는 내용이었다. 

김 교수는 "이 기술은 기존보다 15배 더 빨리, 비용은 약 6배 절감했다. 그런데 인실리코 메디슨이 AI를 통해 도출한 선도물질을 보면, 기존 시판된 약을 모방한 수준"이라며 "긍정적으로 보면, 후발주자에게는 이런 면에서 이 기술이 기회이자 희망적"이라고 했다.

이어 "AI 기반 기술은 죽음의 계곡을 극복할 다리가 될 수 있다. 현재 기초연구는 5~10년가량 걸리는데, 개발단계까지 이어지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이제 혁신의 지향점은 고비용·고품질·소수보다는 AI를 통한 저비용·초고속·다수"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익 공유를 통한 상생의 생태계 구축을 위해 원 팀 원 플랫폼 전략을 제안했다. 이 플랫폼은 기업간 데이터 공유를 통해 기술을 고도화하며 기업 내재화 한계를 극복한다. 또, 여러 회사나 협회를 통해 지분을 공유하며 인재 결집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햄릿보다는 미지의 세계로 모험하는 콜롬버스의 과감성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기술분야는 이미 선진국이 앞서 있다. 그런데 AI 기반 신약 개발은 앞서있다는 글로벌 기업도 출발선상이 우리와 다를 바 없다. 황무지를 개척할 때는 누가 얼마나 빨리 가느냐의 대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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