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하 의원, 최근 3년치 운영실적 분석

법률상 권한없는 비상임위원 절반 넘어

국내 식약당국의 의약품 정책을 총괄하는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회의 안건에 올라온 회사 주식을 보유한 위원이 제척이나 회피 없이 회의에 참석하는가하면, 법률상 권한없는 예규에 근거한 비상임위원이 회의 참석위원의 절반이 넘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윤 의원에 따르면 중앙약심은 우리나라 신약 임상시험부터 유통되는 의약품의 부작용 관리까지 의약품과 관련된 모든 정책과 집행에 깊이 관여할 수 있는 위원회다. 대한민국약전 제정과 개정, 의약품 및 의약외품 기준마련,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조사/연구/평가, 의약품 부작용피해구제 등을 다룬다.

설립은 약사법 제18조에 근거한다. 법령에는 식약처 차장을 위원장으로 100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구체적으로 약사(藥事) 관계 공무원, 약사 관련 단체장이 추천하는 사람 또는 약사에 관한 학식이 풍부한 사람으로 식약처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

그런데 식약처는 법률상 근거가 없는 비상임위원제도를 예규에 명시하고 모든 회의에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할 수 있도록 열어 놨다. 지난 3년간 총 133회 회의에 참석한 비상임위원은 468명으로 회의 전체 참석자의 52.3%를 차지했다. 비상임위원이 참석자의 과반 이상을 차지한 회의는 79회로 59.4%였고, 2/3이상을 차지한 회의는 총 32회로 24.0%였다. 윤 의원은 비상임위원들에 의해 심의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고 했다.

이렇게 회의에 참석한 비상임위원은 법에 근거한 중앙약심위원(이하 상임위원)과 동등한 권한을 행사했다. 회의 의결 정족수에도 포함됐고, 당일 회의를 진행하는 위원장으로도 선출될 수 있었다. 상임위원은 2년에 한 번씩 공식적으로 임명하는 절차를 거쳐 명단이 공개되는 반면, 비상임위원은 각 회의별로 중앙약심에서 위촉하고 해촉하는 형태로 운영 중이며 명단이 공개되지도 않고 있다.

윤 의원은 이런 중앙약심 운영실태의 문제점을 4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상임위원과 동등한 권한을 가진 비상임위원들을 중양약심이 회의 때마다 지정해서 구성할 수 있는 구조는 회의 결과에 대한 객관성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했다.

가령 인보사케이주 허가 시 진행된 두 번의 회의 개최 상황을 살펴보면, 1차 회의에 참여한 상임위원 4명과 비상임위원 3명이 모두 반대하자 2차 회의를 개최하고 상임위원 2명과 비상임위원 3명을 추가시켰다. 추가된 상임위원 중 1명은 인보사케이주를 연구개발한 개발자가 최근까지 근무했던 회사의 CEO였고, 비상임위원들은 바이오개발을 앞장 서 주장해온 학자들로 구성됐다. 2차회의의 진행자도 새롭게 참여한 비상임위원중 한명으로 선출됐고 기존 4월 회의 참석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인보사는 최종 허가됐다.

다음은 회의 공지문제다. 윤 의원은 회의 개최에 대한 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회의 내용을 충분히 검토할 수 없고, 원하는 결과를 내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로 활용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중앙약심 회의 개최 공지는 평균 2.6일 전이었고 회의 하루전 통보 20건, 당일 통보 17건 등도 있었다. 회의 종료 후에 개최 공지가 올라온 건도 8건 있었다.

실제 임상시험과정에서 발생한 이상반응에 대한 평가 조치 관련 한 회의의 경우, 식약처는 4월 14일 전문가 2인을 불러 이에 대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를 통해 중앙약심을 정식 열기로 결정했는데, 바로 다음날인 4월 15일 동일안건으로 중앙약심이 열렸다. 또 전날 전문가 회의에 참석했던 2인은 모두 이날 중앙약심위원으로 참석했다.

그 다음은 일관적이지 않은 회의록 관리다. 전체 133건의 회의 중 회의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회의는 총 11건으로 2017년에 3건, 2018년에 1건, 2019년 8월 이전 종료된 7건이었다. 그나마 공개된 회의록에서도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을 구분한 회의와 그렇지 않은 회의, 위원장을 공개한 회의와 그렇지 않은 회의 등 회의록 작성의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지 않았다.

마지막은 제척/기피사유 부재다. 윤 의원은 당일 회의 안건과 관련된 제약사 주식을 보유하고도 비상임위원으로 참여 해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의와 관련된 제약사 주식을 보유한 경우 회의에 참석해 발언권을 행사하는 것 뿐 아니라 회의 자체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중앙약심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위해서라도 법률상 근거없는 비상임위원제도를 없애고 필요한 위원수를 법령에 명시해 위원들의 대표성과 책임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또 회의개최공지, 회의록작성, 제척/기피사유 등 관련 제도 전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