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CGRP 계열 편두통 예방신약 국내 첫 허가
두통학회 "환자 접근성 확대 기여" 기대
비싼 약값으로 급여문턱서 고전할 수도

보톡스를 맞거나 진통제, 항우울제 등을 대체 복용하면서 심각한 편두통을 달래야 했던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한국릴리가 개발한 편두통 예방 신약 '앰겔러티' 프리필드펜주(갈카네주맙)이 국내 시판허가를 취득한 것이다. 릴리 측은 5일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환자들에게 혁신적 치료 옵션을 제공하게 됐다"고 했다.

앰겔러티는 'CGRP'로 불리는 칼시토닌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표적 항체 의약품이다. 암젠과 노바티스, 테바, 엘러간 등 다국적제약사들이 앞다퉈 개발에 나섰는데 릴리가 첫 테잎을 끊게 됐다.

CGRP는 편두통 증상·발작 중 삼차신경으로 방출되는 작은 단백질로 증상을 유발하는데 뇌에서 주로 역할을 했다. 약물들은 이 분자에 결합해 수용체와의 결합을 차단하거나 감소해 통증을 예방한다. 기존 편두통 치료제와 달리 체중변화, 무기력, 손떨림 등과 같은 부작용이 적고 복용 간격이 길다는 게 장점이다. 초회 용량으로 240mg(120mg씩 2회 연속 피하 주사)을 1회 투여하고, 이후 월 1회 120mg을 피하 주사할 수 있다.

릴리에 따르면 삽화편두통환자 대상 두 건의 임상에서 앰겔러티 투여군의 위약 대비 치료 유익성을 입증했다.

릴리는 "특히 한국인이 참여한 EVOLVE-2 임상 연구에서는 앰겔러티 투여군이 위약군보다 6개월 간 월 평균 편두통 발생 일수가 감소했다. 만성편두통환자가 참여한 REGAIN 임상 연구에서도 평균 편두통 발생 일수가 유의하게 줄었다"고 했다.

이어 "이번 허가는 삽화편두통환자(월 평균 편두통 일수 4-14일) 1,773명이 6개월 간 참여한 EVOLVE-1 3과 EVOLVE-2 연구 4, 만성편두통환자(월 평균 두통 일수 15일, 편두통 일수 8일 이상) 1,113명이 3개월 간 참여한 REGAIN 연구 6를 기반으로 결정됐다"고 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조수진 교수(대한두통학회 회장)는 "편두통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선정한 질병 부담 2위 질환"이라며 "편두통 환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큰데다가, 기존 편두통 예방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에는 고통이 배가돼 치료 대안에 대한 요구도가 높았다"고 했다. 

이어 "치료제를 매일 복용해야 하는 부담으로 치료를 시작하지 못했거나 치료에 불만족했던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높이고, 월 평균 두통 일수가 4일 이상인 환자들에게 높은 치료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현재 미국 두통학회(AHS)가 발표한 편두통 진료지침과 한국에서 임상 중인 CGRP 계열 편두통 예방약은 암젠과 노바티스의 '에레뉴맙', 테바의 '프레마네주맙', 엘러간의 '아도게판트' 등이 있다.

암젠과 노바티스는 지난해 FDA에서 CGRP 표적 항체약물 에레뉴맙(상품명 에이모빅)을 승인받았고, 국내에서는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에레뉴맙은 CGRP 수용체를 직접 타깃으로 월별 편두통 발생 일수를 줄이는 약제로 작용기전이 차별화돼 있다. 

테바의 프레마네주맙은 2~4가지 계열의 예방 치료제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인 성인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군 대비 '프레마네주맙'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FOCUS 임상연구 결과 월 편두통 발생 일수, 중증도에서 중증 두통 일수, 급성 두통 약물의 사용 일수 등을 모두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투여방법이나 편두통 종류에 상관없이 치료 이득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 1회 제형 외에도 분기별(3개월 1회) 투약 제형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시판 승인을 받은 상태다.

엘러간도 편두통 치료제 '아토지판트'를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한편 CGRP 표적 항체약물들은 가격이 비싸서 시판허가를 받아도 급여 문턱을 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1회 투여 가격이 약 70만원, 1년 100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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