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상에는 만나야 더 좋은 친구들이 있다

세상에는 만나야 더 좋은 친구들이 있다. 서로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과 사람의 상호 보완적 만남은 우정을 넘어 새로운 쓸모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가까이 있으나 인연이 닿지않는 '아이디어와 아이디어 간 융합'도 마찬가지다. 만약 '전문의약품은 공공재'라는 대한약사회 캠페인과 2016년 약국프랜차이즈 휴베이스의 '약국수거 폐의약품 분석'이 만나게 된다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까. 혹시 약사회가 주장하는 '공공재라는 추상성의 빈공간'을 휴베이스의 현장 실험이 완성시켜 줄 수 있지 않을까?

약사회는 MBC 드라마 봄밤의 약국에 '전문의약품은 공공재'라고 적힌 스티커를 홍보를 하고, 전국 약국에 다양한 자료를 배포해 국민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런가하면 의약품유통협회 도움을 받아 이곳 저곳으로 움직이는 의약품 배송 차량 3000여 대에도 스티커도 붙였다. 약사회가 이 처럼 '전문약=공공재라는 복음 전파'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전문의약품과 공공재'라는 용어의 낯설음 때문에 이를 사람들이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 설령 인지했다해도 이게 뭐지?라는 호기심을 일으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약사회의 이 같은 시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정책을 다루는 공무원들은 무슨 말인지 금세 눈치를 챌 수 있을 것이다. 김대업 회장이 "약사는 주문하는 품목과 양을 결정할 수도 없고, 국가가 정한 가격으로 구입해 처방에 의해서만 조제되는 전문의약품으로 인해 불용재고 개봉의약품과 품절약 문제, 카드 수수료 문제, 과세기준과 과징금 산정기준 문제 등 약국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너무 크다"고 공공재 이야기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이는 약국가에서 매일 일어나는 현상인데, 전문약에 관한한 약국은 시장 메카니즘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동떨어진 세상에 놓여져 있다.

지난 달 4일 방송된 MBC 드라마 '봄밤' 27-28화 방영 분 갈무리. '전문의약품은 공공재입니다'라는 슬로건이 약국 계산대 앞에 부착돼 있다.
지난 달 4일 방송된 MBC 드라마 '봄밤' 27-28화 방영 분 갈무리. '전문의약품은 공공재입니다'라는 슬로건이 약국 계산대 앞에 부착돼 있다.

사람들은 공공재라는 말을 듣는 순간 대립의 개념인 사유재를 떠올리게 된다. 이는 약국이 공공기관인가, 약국 안에 있는 전문의약품이 어째서 공공재인가를 따지도록 유인한다. 약사회의 고충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전문의약품은 '공공재라기보다 공공재적 성격이 짙은 상품'에 근접해 있다. 공공재적 성격이 짙은 상품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이해를 구할 수 있을까? 최소 5분 정도 프레젠테이션은 받아야 이해가능한 내용이라 솔직히 한두마디 말로써는 쉽게 설명할 재간이 없다. 그래서 가장 현명하고 효율적인 설명법이라면 약국이 얼마나 공적 기능과 역할을 하는 곳인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뿐이다.

뜬금없이 3년 전 휴베이스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로 '공적 기능과 역할로서 약사와 약국의 실천적 행동'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김민영·최현규·모연화 약사는 2016년 지역 약국 10곳을 실험실 삼아 '가정에서 버려지는 폐의약품을 연구'해 시민들이 의약품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남은 약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시민 한명이 연간 버리는 낱알은 몇 개며, 폐의약품 품목 수가 가장 많았던 효능군은 무엇인지, 약사는 이 프로세스에서 폐의약품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해 냈다.

연구 결과는 2017년 전문언론 데일리팜을 비롯해 jtbc에서 크게 다뤘으며, 최근 tbs TV도 민생연구소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폐의약품, 국고 낭비&환경 재앙'이라는 타이틀로 심도있게 다뤘다. 방송에는 휴베이스 연구소 최현규 부소장이 출연해 폐의약품 발생과정부터 대책까지 제시했다. 시청을 하고 나니 '믿을 만한 약사'라는 이미지 혹은 잔상이 남았다. 연구 결과는 대한약학회지(제63권제3호)에도 게재돼 앞으로 또다른 연구를 위해 쓰이게됐다. 1cm라도 바꿔보려 약사들이 직접 행동하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보여준 희망적인 사례다. 문제의식만 갖는다면 약사와 약국이 접근할 수 있는 사안들은 적지 않을 것이다.

앞선 사례를 볼 때 '전문의약품은 공공재'라는 말이 시민들에게 받아들여지려면, 아니 더 즉각적으로 다가서려면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약사들의 공적인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약사와 약국의 사회를 시장삼는 공적 활동이 일상화될 때, 약국이 시민과 사회 건강을 위해 애쓴다는 이미지가 분명해 질 때 비로소 '전문약=공공재'라는 글자가 시민들에게 한층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면, 약사회는 스티커나 포스터와 함께 '약사하면 명징하게 떠오르는 포괄적이고도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기위해 본질적 노력에 다가서야 한다. 휴베이스 젊은 약사들이 했던 폐의약품연구 같은 시도는 약사회에게 많은 영감을 줄 것이다. 근사한 목표의 달성은 구체적 행동의 누적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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