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현 이사 "제품력 아닌 약국 자체 마케팅 고민 필요"

[장면 1] TV 광고를 보고 아로나민을 구매하러 온 고객. 약사는 마진폭이 더 높은 제품을 권하고 싶지만, 소비자는 이미 아로나민 브랜드 선호도가 높다. 이 때 약사는 고객에게 아로나민과 함께 다른 일반의약품(OTC) 제품을 제시할 수 있는 전략을 가지고 있나?

[장면 2] 동화약품이 출시한 '잇치'의 소비자가격은 9000~10000원. 과연 소비자들이 10000원을 내고 치약을 구매할까? 동화약품는 소비자에게 '10000원의 가치'를 전하고 싶다. 이를 위해 동화약품이 세운 전략은 의사와 약사 같은 전문가집단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활용하는 것. 한국에서 아직까지 의사와 약사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것을 활용한 것이다.

[장면 3] 전문의약품(ETC)의 매출 비중이 높았던 대원제약.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에게 대원제약 인지도는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콜대원'을 출시하며 적극적으로 TV광고 전략을 폈던 대원제약. 그로 인해 소비자 인지도는 높아졌다. 소비자 인지도가 높아진 일반의약품을 약사는 판매대에 진열해야 할까? 카운터 뒤에 진열해야 할까?

고기현 이사

약국을 운영하거나 제약회사에서 마케팅 기획을 할 때, 약사는 어떤 전략을 짜야 할까요? 고기현 이니스트바이오제약 마케팅 이사는 소비재의 마케팅 전략을 차용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고 이사는 24일 제약바이오산업 종사할 약사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대한약사회 주최 'PYLA' 행사에서 OTC 제약 마케팅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그는 OTC는 소비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마케팅 전략 폭이 전문의약품과 비교해 훨씬 더 크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전문지식을 갖춘 약사가 자신들의 강점을 살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까요? 그의 발표 내용을 토대로 앞에 제시한 마케팅 사례에 대해서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장면 1]은 마케팅이 단순히 특정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님을 의미합니다. 비록 소비자가 아로나민을 구매하기 위해 약국에 왔지만, 약사는 마케터로서 아로나민 이외에 다른 제품을 '제시(curation)'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여기에는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핵심가치'가 중요 요소입니다. 항아리 모양으로 연상되는 빙그레 바나나 우유를 생각해 볼까요? 사실 빙그레 바나나 우유가 다른 브랜드의 바나나 우유보다 특별히 맛이 좋다거나, 더 건강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소비자에게 빙그레 바나나 우유는 ‘항아리 모양’으로 각인돼 있는 것이죠. 그럼 항아리 모양이 생산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더 좋을까요? 그 반대입니다. 오히려 종이팩 모양을 채택했을 때보다 진열 개수가 적어 유통하는 데 비효율적입니다. 하지만 빙그레 바나나 우유는 이미 ‘항아리 모양’의 핵심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했습니다. 이러한 빙그레 바나나 우유는 이제 핵심가치의 토대로 세대나 각 계층의 기호에 맞게, 다양한 캐릭터 상품 등을 만들어 제품 영역을 확장해 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약사들은 아로나민의 브랜드를 토대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피로 때문에 아로나민을 찾은 소비자에게 어떤 부수적인 상품을 제공할지, 단순히 TV광고에서 “안 먹은 날과 먹은 날의 차이”를 이야기할 때, 약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어떤 과학적 근거를 소비자에게 제시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면 2]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의사, 약사 등 전문가 인플루언서가 어떻게 마케팅에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제 미디어 환경은 TV, 신문 등 대중매체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개인 맞춤 채널로 변했습니다. 이는 곧 타겟 소비자가 세분화 됐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러한 환경에서도 아직까지 전문가의 신뢰성은 굳건한 편입니다. 유튜브에서 의사, 약사 유튜버가 활약하고 있고, 동화약품의 ‘잇치’의 1차 마케팅 대상이 ‘치과의사’라는 것을 살펴보면 말입니다.

이마트 진열장에 저렴한 가격의 치약과 동화약품의 ‘잇치’가 놓여 있다면 과연 잇치가 시장 경쟁력이 있었을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치과의사들이 ‘잇치’의 임상적 효용성 등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때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동화약품은 의사의 전문성을 활용해 매출 150억원을 돌파하는 마케팅 성공 사례를 남겼습니다. 약사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마케팅 전략에 어떻게 녹여낼지 생각해 봐야 할 대목입니다.

[장면 3]에 고 이사는 약사들의 인식 개선을 주문했습니다. 최근 문을 연 약국들은 OTC 제품을 카운터 밖에 소비자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진열해 놓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카운터 뒤에 OTC 제품을 진열해 놓아 소비자들이 OTC 제품을 자유롭게 볼 수 없도록 하는 약국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 이사는 마케팅 관점의 차이라고 했습니다.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OTC 성분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근 경향과 맞는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그가 제시한 약국에서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약사들이 크게 오해하고 있는 부분은 제품으로 승부하려는 것이다. 이제 만든다고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 약국은 소비자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어떤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약국의 마케팅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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