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학회 부회장 "권고등급 높은 약도 잘 안 쓰여"

삽화편두통 예방 약물 가이드라인이 19일 발표됐다. '메토프롤롤'의 경우 보험급여 인정 기준에 편두통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이번 지침에서 강한 권고등급을 받았다.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편두통 약물 시장 변화와 메토프롤롤이 편두통 예방 치료제로 보험급여 인정 기준에 포함될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은다. 

대한두통학회 조수진 부회장
대한두통학회 조수진 부회장

그러나 지침 개발에 참여한 대한두통학회 조수진 부회장(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은 다소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19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립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환자들의 병원 방문율이 2018년 기준 16.6%로 워낙 저조해 기 편두통 약물 시장에 지침의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메토프롤롤의 편두통 급여 인정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조 부회장은 '삽화편두통 예방치료 약물 진료지침' 발표에서 국내에 출시된 약물의 효과·부작용에 따른 권고 등급을 제시했다. 삽화 편두통(Episodic Migraine)은 한 달 15일 미만의 간헐적 두통 일수를 가지는 경우로 전체 편두통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지침에서는 편두통 예방 약물 중 강한 권고등급과 높은 근거수준 약물로 프로프라놀롤, 토피라메이트, 디발프로엑스나트륨, 메토프롤롤이 제시됐다. 메토프롤롤을 제외한 세 가지 약물은 편두통 예방 치료제로 보험급여 인정기준에 포함돼 있다.

보통의 근거수준이며 강한 권고등급의 약물로는 아미트리프틸린이 제시됐다. 플루나리진, 발프로센은 높은 근거수준이지만 약한 권고등급을 받았다. 보통의 근거수준과 약한 권고등급은 아테놀롤, 나돌롤, 칸데사르탄, 벤라팍신 제제가 언급됐다. 이 중 나돌롤은 편두통 예방 치료제로 급여가 인정되고 있다.

또 네비볼롤, 신나리진, 리시노프릴, 레베티라세탐, 조니사미드는 낮은 근거수준과 약한 권고등급을 받았고, 노르트리프필린은 약한 권고등급과 아주 낮은 근거수준의 약물로 제시됐다.

대한두통학회 '삽화편두통 예방치료 약물 진료지침'(자료: 대한두통학회)
대한두통학회 '삽화편두통 예방치료 약물 진료지침'(자료: 대한두통학회)

다음은 조 부회장과 일문일답.

이번 지침이 편두통 약물시장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보나

"이 지침은 환자 치료가 보다 포괄적이고 다각화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개발됐다. 두통 환자는 진단 자체가 잘 안 되며, 급성기 치료 약물도 제대로 안쓰는 경우가 많다. 또 환자들의 증상은 조금씩 다 다르다. 권고등급이 낮은 약이 어떤 환자에게는 잘 맞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지침으로 약물 시장의 점유율이 바뀌거나 시장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 두통 환자 대다수가 병원 자체를 오지 않은 상태에서는 틀이 바뀌기 힘들다. 지금은 권고등급이 가장 높은 약물도 많이 쓰이지 않는다."

메토프롤롤 편두통 적응증 급여 가능성은

"약물이 급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적응증이 있어야 하고 제약사가 신청해야 하는데 저가 약들은 제약사가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해당 약이 많이 판매된다면 제약사가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급여 인정은 학회에서 작업하지 않으면 다소 어렵다. 프로프라놀롤 제제의 경우 이전에는 급여 규정에 없었는데 학회에서 작업해 급여 인정 기준에 포함됐다. 반면 이 약은 오래됐기 때문에 제약사가 작업하지 않는다."

이번 진료지침의 특징은

"이전에는 편두통 진료지침이 전체적으로 나왔는데 이번에는 삽화편두통만을 정리했다. 급성기 치료를 좀 더 강조했다. 약제별로는 혈압약제에서는 어떤 약들이 타당하고 어떤 약들이 권고되는지 등을 정리했다. 어떤 환자는 권고되지 않은 약이 더 잘 맞을 수도 있다."

지침에 언급된 제제 중 급여 인정 약물?

"17개 약물 중 급여 인정이 되는 약은 6개다." 

편두통 적응증만 갖고 있는 약물이 있나

"CGR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항체가 편두통만을 목적으로 개발된 첫 예방 약물이다. CGRP 약제의 가장 큰 장점은 한달에 한 번 주사로 맞는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8번 아파도 8번 다 진통제를 먹고 싶어하지 않는다. CGRP 약제의 임상연구는 한달에 4일 이상 편두통이 있는 환자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렇기 때문에 CGRP 약제가 편두통 예방에 대한 개념을 좀 더 넓히고 환자 접근성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약물과용두통 진단 기준은

"약물과용두통이라고 진단할 수 있는 기준은 10일이다. 편두통 전문약을 한 달에 10일 이상 쓰면 약물과용두통 진단을 내리게 된다. 이런 두통은 과용한 약물을 중단하면 좋아질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에 비해 탁센 등 진통 소염제들은 한달에 15일 이상 쓸 때 약물과용두통이라고 말한다. 줄이거나 끊으면 좋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9일을 먹는다고 좋다는 게 아니다. 9일까지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개는 9일 정도까지 두통약을 자주 먹는 게 건강을 해롭게 만들지 않는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게보린 등 일반약의 효과는

"게보린은 어느정도 지나면 잘 안 듣는다. 10대에는 운동장에서 뛰어 놀다가 머리가 아프면 양호실에 가서 잠만 자면 낫는다. 20대 때는 게보린을 먹지만, 30대 정도 되면 병원에 온다. 조금씩 양상이 바뀐다. 약이 안 듣는다는 건 뇌가 과민한 상태로, 편두통에 감작된 상태와 비슷하다. 잔두통이 많은 사람이 약이 잘 안 듣는 경우가 제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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