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만 아니라 대학 · 벤처캐피탈 · 규제기관도 역할 커

최근 정부는 바이오헬스산업을 차세대 선도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산업계에 장밋빛 전망이 예고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건강한 바이오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선 "산·관·학이 서로 혁신·변화를 요구하는 것보다 스스로 소통하려는 자세로 함께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건강한 바이오생태계 조성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란 주제로 패널토론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윤주 식약처 바이오생약심사부장, 쉬에인 청 초우 듀크대 의과대학 교수, 쥬디스 킴 Rubin & Rudman 변호사, 방영주 서울의대 교수, 말콤 브레너 베일러의대 교수, 낸시 장 안선바이오파마 대표, 류진산 파멥신 대표 

구체적으로 ▶ 연구윤리 ▶플렉시빌리티(flexibility) ▶ 협업 ▶ 상호 간의 이해가 필요하며 제약바이오기업뿐만 아니라 대학·벤처캐피탈·규제기관도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이 있다.

박윤주 바이오생약심사부장

지난 26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바이오 혁신, 새로운 미래'를 주제로 한 2019년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에서는 '건강한 바이오생태계 조성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란 주제로 논의의 장이 열렸다.

박윤주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심사부장을 좌장으로 한 패널토론에는 강연발표자였던 말콤 브레너 베일러의대 교수, 쉬에인 청 초우 듀크대 의과대학 교수, 낸시 장 안선바이오파마 대표, 방영주 서울의대 교수, 쥬디스 킴 Rubin & Rudman 변호사와 국내 바이오산업계 일원으로서 류진산 파멥신 대표가 참여해 자신들의 소견을 밝혔다.

박윤주 부장은 "건강한 바이오생태계 조성을 위해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연구윤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이오의약산업에 있어 연구윤리의 중요성을 소개해달라"고 진행했다.

쉬에인 청 로우 교수

이에 FDA 임상통계과장으로 약 2년간 파견 근무를 했던 쉬에인 청 초우 교수은 "FDA의 사례를 소개하겠다"며 "과거, FDA도 마치 '이중맹검'을 하듯 임상시험을 관리했다"고 했다. 학계·업계 연구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정책과 규정 관련 가이던스에 대해서도 개발할 때 공개된 게 많지 않았다. 이에 연구환경도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예전의 이야기"라며 "최근에는 FDA가 연구를 진행할 때, FDA 혼자만 할 수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연구윤리를 위해) 연구협력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에서 열리는 DIA 포럼·FDA 통계포럼을 통해서 FDA가 업계·학계와 협력을 하는 중이다. 특히 통계포럼 중 한 세션은 학계와 업계, FDA가 서로 요구 사항을 정리해 내용 공유를 요청하기도 한다.

유진산 대표

이제 FDA는 맹검이 아닌, 교류의 방식으로 연구자와 협력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가 말하고자 한 요지였다. 이어 "연구환경이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관련해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임상 관련 이니셔티브를 대학과 연구 협력하는 등 환경을 바꿔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진산 대표도 "현실적으로 인보사의 사례도 있었고, 기존 (리서치 사이언스) 필드에서 연구(윤리에 대한) 이슈는 있었다"며 "우리가 다시 반복하지 말자는 배움의 자세, 자성의 자세를 채우고 있다. 경계해야(alert) 하지만 전체 산업이나 임상이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정의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의 답변을 들은 박 부장은 "어떤 산업이건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건강한 기술 그 자체인 것 같다. 바이오생태계를 구축하는 요소 중 하나는 혁신적인 연구가 아닐까. 말콤 브레너 교수님께서는 세상을 놀랍게 할 만한 연구가 어떤 환경에서 탄생한다고 보는가"를 질문했다. 

말콤 브레너 교수

이에 말콤 브레너 교수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함께 이야기하고, 동일한 목표를 갖추는 환경이라고 본다"며 "전통적인 제약기업의 모델과 치료제 개발은 다른 것 같다.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면서 연구환경도 좋아진다"고 답했다.

그는 "이후 개선과 개발, 혁신이 이뤄지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본다. 줄기세포의 경우 큰 병원까지 참여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방영주 교수도 토론에 가세했다. 방 교수는 "혁신 이야기를 한 지 10여년 됐다. 개방형 혁신, 오픈이노베이션을 수없이 언급했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오픈마인드'라고 본다"고 했다. 

방 교수는 "이는 '플렉시빌리티(flexiblity)'에 근거한다. 돈도 안 든다"며 "하지만 제일 어렵다. 신약개발로 혁신하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이 유연해야 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방영주 교수

또한 "우리나라 식약처가 다른 나라의 추세를 검토하고 빨리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산업계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새 임상시험을 진행하려면 관·산·학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 그는 "서로 먼저 바꾸라고, 혁신하라고 요구하면 더 어렵다. 먼저 마음을 열고 혁신하자는 생각을 갖는 게 결국 혁신의 프로세스가 가능하다"고 했다.

낸시 장 대표는 기관투자자로서, 바이오생태계에 필요한 투자 기조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말콤 브레너 교수가 언급한 죽음의 계곡이 현실"이라며 "초기 단계에서 투자될 수 있는 자금은 줄고 있다. 바이오산업에서 초기 투자 조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바이오텍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을 경험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그는 "중국은 활발히 이뤄지고, 많이들 기대하고 있다"며 "그런데 미국은 초기 투자 유치가 어려운 상황으로 벤처캐피탈이 바이오텍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인큐베이션이 투자의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는 것이었다.

쥬디스 킴 변호사

낸시 장 대표의 발언에 대해 유진산 대표는 "젊은 스타트업이 창업하고, 펀딩을 받고 성장하는 것이 하나의 사이클이 돼야 한다. 그동안 (바이오)생태계 규모가 작았는데 지금은 셀트리온, 삼성 등 커다란 규모의 캐피탈을 가진 기업이 있다"고 했다.

유 대표는 "차세대 바이오헬스케어는 IT 플랫폼이 융합해야 할 시대가 올 것"이라며 "빅데이터와 AI 등이 결합한 신약개발에 선순환을 기대하고 쾌척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쥬디스 킴 변호사는 "대학과 연구기관이 산업계와 파트너 관계를 맺어야 한다. 스탠포드에서 좋은 기술로 특허를 가진 것을 본 적 있다. 이를 합리적인 가격에 다른 연구기관과 기업들에 라이센스를 제공했는데, 덕분에 훌륭한 바이오텍의 기술로 발전한 경우가 있었다"고 첨언했다.

낸시 장 대표

낸시 장 대표는 "협업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며 "가장 혁신적인 것은 대학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대학이 기술이전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안다. 관련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갭이 크다. 하지만, 서로 신뢰가 부족해서 기술이전이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과학 하는 사람과 비즈니스 하는 사람 간의 이해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업계에서도 대학을 대상으로 멘토링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대학이 다른 대학에 라이센싱할 수 있고, 좋은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과정으로 성공한 분들이 다른 사례가 또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영주 교수도 "산·학·관과 신약개발 모두 파트너십 정신이 있어야만 발전할 수 있다"며 "낸시 장 대표께서 말씀하신 것 중 '그 갭'을 벤처캐피탈이 연결해줘야 한다고 본다. 건강한 벤처캐피탈의 존재가 우리나라 생태계에 필요한 요건 중 하나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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