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예측가능성과 소통 타게팅한 융복합지원단

제약바이오업계 인허가 업무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김영란법 이후’를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행 5년차를 맞았어도 그들에겐 이 법이 여전히 불편한 모양입니다. 뭘 못줘서 불편한거냐고 쉽게 반문하게 되지만, 실상은 김영란법 이후의 ‘소통’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습니다.

그들 말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담당 심사관과 인허가 관련 입장이 충돌할 경우 풀어낼 마땅한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심사관이나 상급자를 만나 상담해보고 싶지만 김영란법 이후, 심사관을 건너뛰는 제3의 통로는 사실상 막혔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식약처 과장급 공무원들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부서장이라 하더라도 개별 인허가 업무의 진행상황을 함부로 체크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혹시 부당한 압력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는 사실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식약처의 인허가 업무가 명확한 원칙과 예측가능성 하에서 진행된다는 점이 전제된다면 말입니다. 그러나 심사관 별로 업무능력에 차이가 있고 그로인해 발생되는 업무편차를 식약처도 인정하고 개선하려 노력하는 상황이니, 민원업체들의 불만을 꼭집어 아니라고 배척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식약처 입장에서도 할 말은 많습니다. 심사관들의 업무능력을 끌어올리는 것 만으로 양측의 간극이 해소될 수 있을까요? 식약처는 민원기업 인허가 담당자들의 수준도 함께 올라와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접한 “허탈한 사례”들을 조목조목 말하는데, 그런 사례 중에는 들어도 민망한 수준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잦은 담당자 교체로 업체별 인허가 업무능력은 좀 과장한다면, 다시 제로 베이스를 향하기도 한답니다. 식약처는 또 이런 측면이 불만인 겁니다.

업체는 식약처를 향해 삿대질하고 식약처는 민원의 위세를 감안해 속으로 서운해 하는, 말 그대로 평행선의 반복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식약처가 인허가 시스템 통합과 효율화를 기치로 지난 3월 출범시킨 ‘융복합 혁신제품 지원단’의 100일 구상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예비심사제 ▷보완기간준수제 ▷조정신청제 ▷표준양식(체크리스트)을 7월부터 본격 도입하겠다는건데, 그 속내는 인허가업무의 예측가능성과 소통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상호 노력하자는 구애의 목소리도 담았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허가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도중에 민원기업이 조정신청을 할 수 있는 제도를 행정부 사상 최초로 도입한다는 겁니다. 통상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 된 이후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행정심판이 가능했습니다. 식약처가 인허가 프로세스 중 내려진 보완결정을 제3의 혁신제품조정위원회에 상정해 해당결정의 타당성을 평가받아 보겠다고 한 것은 제약바이오 업계와 식약처간 벌어진 소통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과감한 시도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융복합지원단 역시 이 제도를 도입하는 배경과 관련, 심사관의 1차 판단을 제3의 기구를 통해 재검토 받아봄으로써 심사관 업무능력 향상과 민원인의 불만해소에 동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앞서 언급한 ‘김영란법 이후’ 업체들이 말하는 소통의 불만을 향한 과감한 자구책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융복합지원단이 7월부터 하겠다는 제도들은 없던 것들이 아니라 있어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던 것들이라고 합니다. 소통과 예측가능성에 방점을 찍고 제대로 해보겠다는 식약처의 시도를 이번 만큼은 기대하고 응원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식약처의 인허가 업무가 글로벌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정책의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겠지만, 이런 것들을 차치하고 우선 출발해보겠다는 정신 만큼은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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