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거는 이대호 교수...보건학자들 "시기상조"

KAHTA, 2019년 전기학술대회 종합토론
'실제임상근거(RWE) 활용' 세션

[hit-check] 제약바이오 키워드 '제네릭·RWE·접근성'
5월의 마지막 날 한국에프디시법제학회와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제약바이오산업의 주요 이슈를 토론의 장에 올렸다. 키워드는 제네릭, RWE, 접근성이다.

1) 제네릭산업 건전한 육성을 위해
2) RWE와 급여의약품 재평가
3) 환자 신약 접근성 향상을 위해

정부와 보험자가 'RWE(실제임상근거)'를 활용한 등재약 재평가를 도입하려고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이대호 울산의대 교수 등 종양분야 임상전문가 일부는 선도적으로 'RWE'를 활용한 재평가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와 보조를 맞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양상이다.

5월31일 열린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2019 전기학술대회에서도 이런 구도가 그대로 보여졌다.

신주영 성균관대 교수와 변지혜 심사평가원 약제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은 이날 '실제임상근거(RWE) 활용' 세션(좌장 김진현 서울대간호대 교수)에서 각각 '의약품 허가과정에서 RWE 활용'과 '주요국의 HTA의 RWE 활용'을 제목으로 각각 주제 발표했다.

두 전문가의 주제발표로 확인된 건 RWE는 미국의 '21세기 치유법안'과 같이 신속허가제도나 조건부허가제도를 통해 도입된 신약들을 사후적으로 재평가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 전면에 부상하게 됐다.
 
또 주요국의 HTA 기관들이 활용한 사례가 있지만 RWE는 아직은 RCT의 보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은 뿐이다. 무엇보다 근거기반 의사결정에서 여전히 글로벌 스탠다드는 RCT다.

그렇다면 국내 전문가들과 제약산업계, 보험당국은 RWE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히트뉴스는 이날 종합토론에서 나온 발언들을 시간순서대로 요약 정리했다. 누가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지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RWE 논란, 빠르게 올라가는 신약가격이 촉발"

먼저 이대호 울산의대 교수는 이날 패널토론에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RCT와 RWE 논란은 아마도 약값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서 사회적으로 부담하기 어려워지니까 생기는 것 같다. 근본원인은 약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10분의 1로 깎으면 많은 논란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RWD 중 뭘 가지고 다뤄야 할 것인지, 우리가 원하는 게 뭔지 먼저 정의를 구체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피포유즈'가 중요하다"고 했다.

장선미 가천대 교수는 "RWD는 지금도 많은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범주를 크게 등록데이터, 의무기록, 건보 데이터 등으로 본다면 그렇다. 그런데 이런 자료로 중요한 결정, 가령 허가나 등재, 적응증 추가 등에 쓸 수 있느냐고 질문하면 '예스'라고 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장 교수는 "연구자는 연구결과를 내야 하는 데, 'P-value'가 떨어질 때까지 끝임없이 변경한다. 데이터를 쓸 수 있는 기간이 한정돼 있고, 과제별로 부여된 시간도 짧다. 연구자는 자기 연구에 대해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의사결정에 쓰는 건 (아직은) 안될 것 같다"고 재차 강조했다.

장 교수는 다만 "임상시험 할 수 없는 제한된 대상, 희귀질환자 등에 활용한다면 '오케이'다. RWD를 이용한 결과를 활용할 때는 대상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연구계획서를 올려서 승인받고, 인위적 변동을 하지 않도록 결과를 등록해야 한다. RCT와 유사하게 기간, 재현 가능여부 등 그런 조건을 달아서. 이를 통해 질 좋은 데이터가 나오면 의사결정 전에 '룰'을 만들고 시간 두고 장단점 정리하는 노력, 이런게 이뤄지면 RWD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RWE, 급여 등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 동의안돼"

김준수 한국애브비 상무는 "우리나라는 식약처 허가, 심평원 평가, 공단 협상이라는 매우 잘 확립된 평가 검증 절차를 가지고 있다. 특히보험 등재 절차에 있어서 신약의 임상적 유용성을 판단할 때 근거 수준이 가장 높은 자료를 선호하는 건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반면 RWD는 기본적으로 허가 당국에서 BTD 등 간소화된 신속허가, 조건부 허가를 통해 fast track으로 허가된 약물을 실제 임상에서 평가해 보고자 시작된 것으로 여겨 진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허가 절차를 통해 허가된 약제가 없고, 그런 제도를 이제 논의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김 상무는 "따라서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실제 환자군이 임상시험 환자군과 달라서 효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가정은 여러 가지 교란, bias를 가진 정교하지 않은 방법으로 평가되는 결과를 가지고 과학적으로 구성된 확증된 결과값을 대체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어서 과학적 상식을 뒤집는 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상무는 특히 "RWD의 결과값을 좌우하는 건 임상환경 등 인프라, 환자의 순응도, 체계적 관리 여부, 적합한 환자에게 투여되는지 여부 등 많은 변수 들을 포함하고 있다. 단지 약물의 효과가 미치지 못해 RWD 결과가 다르다는 건 논리적인 비약이라고 볼 수 있다. 변지혜 박사 발표대로 RWD는 해외 대부분의 기관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법과 같이 대체적 자료가 아니라 보완적 자료로 활용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근거수준 낮은 RWE로 RCT 재평가하는 건 모순"

김 상무는 또 "RWD를 활용함에 있어서 핵심적인 명분은 신속 등재에 따른 불확실성 제거다. 따라서 RWD에 기반한 재평가 제도를 마련하려면 신속 등재 절차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시행되는 것이 우선이다. 신속 등재 절차가 없는 상태에서 이미 확립된 분명한 검증 절차를 거쳐 높은 근거 수준의 자료로 평가받은 후 등재된 약제에 대해서 또다시 RCT 보다 근거 수준이 낮은 RWD로 이를 재평가하는 건 논리적 모순"이라고 했다.

이어 "항간에 논의되고 있는 RWD를 기반으로 한 의약품 재평가는 그 사회적 영향력 및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시범사업은 제도의 투명성 및 예상되는 단점에 대한 보완책 등 구체적 시행방안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한 후 시행될 필요가 있다. 제도도입을 위한 연구에서도 업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해 주길 요청드리고, 상시 협의체를 구성해 주길 정중히 건의드리고 싶다"고 했다.

황경제 건보공단 사후관리부장은 "건보공단은 RWE 생산을 위해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 의약품안전관리원과 협업통해 이미 진행하고 있는 것도 있다. 다만, 데이터 접근성은 개인정보보호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아서 유관기관 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햇다.

이어 "작년 건보공단 용역연구에서도 언급됐었는데, RWE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투명성, 타당성, 기관별 역할, 거버넌스 등에 대한 합의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 RWE 활용에서 특히 중요한 조건은 유관기관 간 협력체계, 제약사 등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이다. 또 급여단계 뿐 아니라 허가단계에서도 논의될 수 있도록 복지부, 식약처, 심평원 등과 긴밀한 협의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건보공단, RWE 생산위해 데이터 지속 구축"

황 부장은 "이렇게 지속적인 의견수렴을 통해 실효성 있는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게 공단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지난해 연구결과로 앞으로 사후평가 관련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이런 학술논의의 장이 계속 마련돼 상호협력하고 소통하는 장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대호 교수는 "RWD나 RWE가 왜 필요한 지 생각해봐야 한다. RCT 결과와 비교해 제약사가 요구하는 가격이 합당한 것인지를 놓고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RCT 데이터 수준이 높다는 건 안다. 하지만 가격은 '밸유'에 비해 높다. 효능과 효과만 놓고 접근하면 한계가 있다. 결국 RWE 이야기는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해서 나온 것이다. 제약계가 수용안한다면 불확실한 걸 증명할 때까지 허가 못해줄 것이다. 제약사도 어느게 좋은 방향인지 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김진현 교수는 "논점이 정리되는 것 같다. 이대호 교수는 약가만 낮추면 다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고, 김준수 상무는 등재 후에 효과자 좋을 수도 있고 안좋을 수도 있는데 어쨌든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고, 황경제 부장은 사후재평가를 반드시 해야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했다.

김준수 상무는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비용을 볼 때 장기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가격은 개발비용도 고려하지만 라이프사이클을 놓고 비용효과적인지를 평가한다. 1년 단위로 끊어서 접근하니까 비용이 커 보이고 최근 일부 약제는 그런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비용효과성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RWE로 비용을 보는 게 더 큰 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허가영역선 RWE 방향성 이견없어"...표준화 필요성도

신주영 교수는 "RWE는 급여영역에서 뜨거운 감자인 것 같다. 반면 허가영역에서는 적응증 추가나 시판후 안전관리를 위해 RWD를 활용하자는 방향성에 이견이 없다. 재현가능성이나 눈가림, 프로토콜 공개와 결과 등록 등은 기본적으로 가야 한다. 논의가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플로어에 있던 강신정 심사평가원 상근심사위원은 "(이야기를 들어보니) RWE에 대한 제약계 입장이 상반되는 것 같다. 허가영역에서는 활용하고, 보험영역에서는 안된다는 식으로. RWE를 급여 재평가에 활용한다면 제약사 반발이 거세서 진행되지 못할 것 같다. 기초부터 표준화하고, 우선 허가단계에서 제대로 한 다음 나중에 급여 재평가에 활용하는 게 의미있을 듯하다"고 했다.

이대호 교수는 "RWD는 범위가 너무 넓다. 표준화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불가능하다. 우리가 모으려는 RWD는 '피포유즈'다. 목표를 세워서 거기에 맞춰서 RWE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RWE가 필요하다고 하는 건 허가가 아니라 급여영역이다. 많은 나라들도 고민하고 있다. 특히 공보험이 문제다.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때문에 적정가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허가영역으로 가면 논란이 이상한 방향으로 간다. 표준화부터 얘기하면 하지 말자는 의미"라고 했다.

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회장인 서동철 중대약대 교수는 "RCT, RWD 모두 장단점이 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RWD는 가격은 다음 단계이고 우선은 안전성과 효과를 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가격은 상당부분 RCT를 활용한다. 한쪽만 보지 말고 다양한 각도에서 넓게 봐야 한다"고 했다.

플로어에 있던 정연심 길리어드코리아 전무는 "이대호 교수는 RWE, RWD를 이야기하면서 가격을 계속 거론하는 데 과연 한국의 등재약가가 정당하게 책정됐는지, 만약 비싸다면 기준이 뭔지 제시해야 한다. 약가가 정당하게 평가되지 않았다는 건 심사평가원과 건보공단의 역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가 부적절 책정?...심평원·공단 무시하는 것"

이어 "재평가는 근거가 뭐냐가 문제가 된다. 가격을 깎기위해 논란이 있는 데이터를 쓰는 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재평가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데이터를 만들 때 과학적으로 디자인해서 시작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가격이 굉장이 놓다고 하고 효과가 있는 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에서 시작하면 결국 약값을 깎자는 논리로 보여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정 전무는 또 "임상의의 역할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고가약의) 효과를 예상하고 쏬을 텐데 그러면 임상의도 책임을 같이 져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대호 교수는 "가격이 높은 건지 낮은 건지 이미 알고 있다면 재평가를 할 필요가 없다. 모르니까 데이트를 분석해보자는 것이다. RWD는 가격 뿐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RWD를 모으는 이유를 논의를 통해 합의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플로어에 있던 박병주 서울대 교수는 "핵심은 3가지다. 첫번째는 데이터의 질이다. 과연 우리가 이용하는 데이터의 타당도가 얼마나 되는지, 또는 이걸 높이기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다음은 접근성이다.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억제돼 있다. EMR데이터 등을 연계한 분석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묶여 있다. 3번째는 투명성이다. 누가 연구를 수행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걸 '쉐어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변지애 연구위원은 "허가든 등재든 한정된 자료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면 재평가는 필요하다고 본다. 한정된 비용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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