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표기일원화-묶음번호의무화 꼭 필요해

작년 11월 동원아이팜 불량의약품 보관소에서 유통업체의 어려움을 귀담아 듣고 있는 박능후 장관(맨 오른쪽)
작년 11월 동원아이팜 불량의약품 보관소에서 유통업체의 어려움을 귀담아 듣고 있는 박능후 장관(맨 오른쪽)

의약품 도매유통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18년 12월31일 일련번호 실시간 보고제도의 행정처분 유예 기한이 끝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도매유통업계는 앞으로 다음과 같은 작업을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의약품 입·출고 때마다 바코드와 RFID 리더기를 번갈아 쥐고, 약 포장지 이곳저곳에 불규칙하게 인쇄돼 있는 바코드를 앞뒤 좌우 훑어 찾아보면서 접촉하듯 찍거나 RFID tag를 통해 일련번호 등 약의 정보를 읽어야 한다. 또 약이 한꺼번에 10개들이 큰 박스로 입고되든가 출고될 때면, 그 때마다 그 박스를 뜯어내 각각 하나하나씩 개별적으로 약포장 속에 들어 있는 필요한 정보를 따로따로 스캔해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행정처분이나 과태료 및 과징금이나 벌칙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도매유통업계는 새로운 일련번호 실시간 보고제로 인해 물류 업무량이 30% 이상 늘어났고 그에 따른 관련 장비 설치와 창고 구조 및 인력 변경 등으로 적지 않은 투자비용을 지출했으며 특히 연매출 1000억 원 이상 중대형 도매업체들의 경우 최소 2억5000만원 이상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취급 품목과 판매량이 많은 회사일수록 더 많은 비용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도매유통업계가 당국에 요청한 것은 비용보전 문제보다 3년여 초지일관 관련 회의 때마다 건의됐던 (1) 바코드와 RFID 중 하나로 일원화해 달라 (2) 묶음번호 표기를 의무화해 달라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상당수 관련자들이 도매유통업계가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벌써 수년 전부터 논의가 진행된 사안이고, 제약업계는 이미 별 탈 없이 시행하고 있는데도 유통사들만 '죽겠다'며 트집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몽니'일까?

일련번호 실시간 보고제와 관련하여 제약과 도매유통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제약사는 취급 품목이 아무리 많아도 약 500종 내외다. 유통사는 많으면 2만종이 넘는다. 제약사가  약국에 매일 2배송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유통사는 3배송 또는 5배송까지도 한다. 제약사는 바코드와 RFID 중 택일하면 되지만 도매유통사는 2개 시스템을 모두 갖춰야 한다. 제약사는 큰 박스에 묶음번호를 생략해도 일련번호 업무에 별지장이 없지만 도매유통사는 물류 능률 및 비용 측면에서 필수다. 두 업계의 상황과 문제점 등이 판이하게 다르고 당국의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당국은 도매유통업계의 '정보표기 일원화와 묶음번호의무화' 등의 요구를 좀 더 시간을 갖고 심도 있는 재검토를 해야 한다. 건의가 타당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도 우리의 일련번호 제도 추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의 그 제도 추진 상태는 지금 어떤 상황인지, 그들의 제도가 우리나라처럼 실시간으로 보고까지 해야 하는 강제 제도인지 아닌지, 가감 없는 확인이 필요하다. 행정처분 유예 기간을 앞으로 약 1년 내지 2년간 더 연장했으면 한다.    

최근 당국이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제도의 효과분석 및 발전방안'을 기획하고 연구하기로 했다 한다. 10월 시한 연구용역을 공개적으로 곧 발주하겠다는 것이다. 이 연구가 문제점을 제대로 파헤쳐 수긍이 가는 좋은 해결책을 제시할지, 아니면  작정한 길을 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도구가 될지 결과를 놓고 판단해야 하겠지만, 일단 그것을 연구한다는데 긍정적 기대를 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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