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법안1소위 첫 심의...일단 '계속심사' 숨고르기

강청희 보험급여이사 소위 출석해 진술
반대입장 의협·병협 진술기회 못 가져

건강보험공단에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 수사를 전담하는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려는 입법안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사실상 덜미가 잡혔다. 이 법안은 의료인단체 간 의견이 갈리는데, 특히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의 저항이 강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는 1일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원주을)이 대표발의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위원이면서 제1소위원장인 송 의원은 법률안 제안이유에서 "건보공단 임직원이 사무장병원, 면대약국 개설범죄에 대해 사법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 사무장병원 등을 근절하고 건보재정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법률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은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오랜 골치덩어리이지만, 갖은 대책을 마련하고 제재강화법을 만들어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건보공단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집계한 불법개설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 보험료 환수결정 금액은 2009~2018년 10년간 2조7376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납부의무자 중 70%가 재산을 빼돌리거나 은닉한 무재산자여서 징수금액은 1634억원, 5.97%에 그쳤다. 2조5천억원 규모가 누수된 상태로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은 "정부와 건보공단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법개설 의료기관이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적발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건보공단의 공적 성격, 사무장병원 적발과 관련한 그 동안의 성과, 업무 연관성과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건보공단 소속 임직원에게 사법경찰관리의 지위를 부여해 관련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송 의원의 법률안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의사출신이면서 과거 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을 지냈던 강청희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과 함께 이날 법사위 제1소위에 출석해 이 같은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법사위 우영진 입법조사관의 검토보고서를 보면, 건보공단 외에도 법무부, 대한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등이 건보공단 특사경법안에 찬성입장이다.

법무부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건보공단 소속 임직원에게 의료법 등 관련 범죄에 관한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신속하고 효과적인 범죄단속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민간기관 소속 직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전례와 특사경의 직무범위를 불법 병원·약국개설 범죄에 한정하고 있는 점, 검찰의 수사지휘를 통한 사법통제를 고려해 볼 때 우려불식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약사회·치협·간협 '찬성' vs 의협·병협·한방병원협 '반대'

약사회, 치과의사회, 간호협회 등은 "건보공단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를 통한 수사기간 단축으로 인해 불법행위 발생초기에 조속한 근절 효과가 기대되고, 불법개설 의료기관의 효율적인 단속체계를 구성해 불법운영에 대한 적발율을 제고해 불법개설 의료기관을 발본색원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찬성의견을 냈다.

이에 반해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한방병원협회, 전국시도 한의사회장 협의회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 단체는 "사무장병원 단속에 의료법 등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라 병원운영관계를 파악할 자료 수집이 어려운 것이고, 건보공단과 의료기관은 공급자가 거부할 수 없는 계약관계(강제지정제)로 맺어져 있어서 동등한 입장이라고 볼 수 없다. 특사경제도가 도입될 경우 무제한적 단속우려가 있으며 행정조사를 심리적 압박으로 관철하려는 시도가 발생될 우려가 있고, 2017년 같은 법 개정을 통해 이미 동일권한이 복지부에 부여돼 있어서 개정안은 중복입법에 해당된다"며, 반대 또는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단체 중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이런 의견을 제1소위에 제시하기 위해 이날 국회에 갔지만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았다.

애매한 건 이들 단체 주장처럼 특사경 권한을 부여받은 복지부였다.

복지부는 "2017년 12월 개정된 법에 따라 2019년부터 복지부 및 서울시,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사무장병원 단속 관련 특별사법경찰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한을 부여하는 개정안에 대해서는 관계 기관 및 관련 단체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는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그동안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이 이날 제1소위에 출석해 찬성으로 선회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2조원이 넘는 막대한 재정누수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의사단체와 병원단체를 제외하고 정부부처, 보험자, 다른 의약단체까지 확고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법률안 심사는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제1소위 위원인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법 개정 취지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현행 법체계 내에서도 사무장병원을 잡아낼 수 있는데, 법체계상의 문제까지 대두시키면서 개정안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느냐며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1월부터 특사경을 운영하고 있는 복지부에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묻기도 했다. 복지부 측은 확인해서 보고하겠다고 했다.

건보공단 특사경법안은 옥신각신 끝에 결국 제1소위에서 '계속심사'로 묶이게 됐다. 주광덕 의원과 함께 같은 당 김도읍 의원, 같은 당 이은재 의원 등이 반대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같은 당 조응천 의원,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등은 찬성의견이었다.

한편 우영진 입법조사관은 검토보고에서 "건보공단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수사의 실효성 및 전문성을 제고함으로써 건강보험재정 누수를 방지하고 국민의 생명권·건강권을 높이려는 긍정적 입법취지와 함께, 비공무원에 대한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할만한 긴급성 및 불가피성이 인정되는 지 여부, 복지부에서 사무장병원 등에 대한 특별사법경찰제도를 올해 1월부터 실시하고 있어서 그 시행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 등을 비교 형량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검토의견을 제시했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