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전납도매 리베이트 의심 집중돼

김동숙 부장, 'HIRA 정책동향'서 인터뷰 결과 소개

의약품 유통업체와 요양기관 간 거래에서 '매출 규모에 따른 '백마진'이 공공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거의 모든 인터뷰에서 언급됐다'는 정부 연구용역 보고가 나왔다.

'백마진'은 리베이트의 하나로 판매자가 일정 조건 이상의 거래를 성사시켰을 때 받아야 할 상품단가 중 일부를 사전에 깎아주기로 약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불법적인 리베이트 의심은 수의계약이나 전납도매에 대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동숙 심사평가원 약제정책연구부장은 'HIRA 정책동향(2019.13권1호)'에 게재한 '의약품 도매상 유통구조의 문제점과 개선방안-관련 업체 인터뷰 결과를 중심으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심사평가원이 수행한 보건복지부 연구과제 '의약품 도매상 유통현황 및 비용구조 등 실태조사' 연구를 정리한 내용이다.

김 부장은 의약품 유통과 관련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총 11회에 걸쳐 수행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제약사 2회(9인), 유통업체 5회(8인), 종합병원 약품구매 담당자 1회(4인), 약국 2회(2인), 보건소 1회(1인) 등이었다.

김 부장은 인터뷰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의약품 유통구조의 문제점과 원인은 '허가기준 및 관리체계 문제', '도매상 간 거래 증가', '재고관리 체계 미흡', '도매업체의 재무건전성 악화', '불공정행위' 등 5가지로 유형화 할 수 있다고 했다.

허가기준·관리체계 문제=연구진은 "의약품 도매업체 허가를 얻기 위해서는 약사법 상에 보관 창고 면적 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창고 위탁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의약품유통관리기준(KGSP)도 허가 당시에만 확인하는 등 허가 이후 도매업체에 대한 관리 체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무건전성이 낮은 영세 도매업체가 증가하고, 도도매가 증가하면서 유통 거래의 투명화를 저해하는 구조를 보이게 됐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특히 "도매업체에 대한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보건소 담당자는 도매업체가 세무조사 등을 피하기 위해 무분별한 임의 개·폐업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도매업체가 소재지를 변경할 때도 재허가 심사가 아닌 단순 변경 신고만으로 가능한데다, 창고가 타 지역에 있는 경우에는 직접 관할하지 않는 등 도매업체 관리가 부실한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도매상 간 거래증가=연구진은 "의약품 품목 수가 많으므로 한 도매업체가 모든 의약품을 구비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 다른 도매업체의 의약품을 구매하는 등 도매상에서 도매상으로 거래가 발생하게 된다"고 했다.

이런 경향은 특히 제약사의 담보요구와 전납도매의 독점, 코-프로모션의 증가 등으로 더 촉진되고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문제는 도매 단계가 증가할수록 유통구조가 복잡해져 투명한 유통 흐름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또 이로 인해 의약품 재고 및 반품 처리가 복잡해지고 불공정 거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연구진은 진단했다.

재고관리 체계 미흡=연구진은 "우리나라 의약품 유통 체계의 문제점 중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게 재고 관리 체계의 미비"라고 했다. 이어 "재고는 제조사, 유통사, 요양기관 및 약국에 이르기까지 유통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이해당사자들은 가급적 재고 관리와 이로 인한 비용 부담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재고관리 문제는 요양기관보다 도매업체에 더 큰 문제로 지적됐다고 했다.

더구나 "정상적인 반품과 재고 처리 비용 외에도 도매업체는 유통기한 초과 약품의 반품, 낱알 반품등으로 인한 폐기 처리 비용에 대한 부담과 1일 2회 이상 배송에 따른 과도한 물류비용을 애로사항으로 토로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도매업체의 재무건전성 악화=연구진은 "상당수의 요양기관이 의약품 대금의 결제를 지연하고 있었다며, 2013년 대한병원협회가 109개 병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의약품 대금 결제에 소요되는 평균 기간이 종합병원의 경우 5.7개월로 나타났다"는 연합뉴스 보도를 인용해 실태를 전했다.

특히 "도매업체는 제약회사로부터 의약품을 받을 때는 담보를 제공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병원에 담보를 요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양쪽 모두로부터 자금 압박을 받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고,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불공정 행위=연구진은 "기존의 무질서한 거래 관행이 뿌리 뽑히지 않아 매출 규모에 따른 백마진이 공공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거의 모든 인터뷰에서 언급됐다"고 했다. 특히 "불법적인 리베이트에 대한 의심은 수의 계약이나 전납 도매업체에 대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고 했다.

연구진은 "전납 업체는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큰 폭의 할인율을 보장받고 있다는 점에서, 도매업계 내부에서도 전납 업체를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당사자로 지목하고 있었다"고 했다. 또 "이런 인식의 배경에는 전납 업체와 요양기관과 간 강한 유착 관계가 있다"고 했다.

전납도매의 특징으로는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높거나 요양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형태이고, 대개 회사 규모가 크지않으면서 불투명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고 했다. 또 영업이익 대비 순이익이 작은 것도 특징인데, 이런 차액은 리베이트 형태로 요양기관에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의약품 유통구조 개선방안=연구진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의약품 유통의 후진적인 구조를 질적으로 향상시키려면 진입장벽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많았다"고 했다. 도매업 허가기준을 강화해 영세한 업체를 퇴출하고 업체 간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유통 과정에 대한 상시 감시 체계 구축, KGSP 자율 점검 기준 강화, 현지 실태 점검을 통해 도매유통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고 했다. 연구진은 "궁극적으로 도매업체는 대형화, 전문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내부 역량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물류 선진화 방안으로 도매업계는 의약품공동물류센터 건립을 주장했다며 이는 중복 투자에 따른 비용 낭비를 방지하고 대형화를 통한 물류비용 절감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 외에도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기능을 강화해 유통구조를 투명화하고, 도매업체의 여러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고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요양기관 납품권을 앞세워 독점력을 남용하는 일부 도매업체를 단속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도매업체 내부적 요인뿐만 아니라, 도매유통 비용 증가와 비효율적인 구조를 가져오는 요양기관, 제약사 등의 외부적 요인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유통 거래의 당사자 쌍방이 모두 의약품재고 관리에 힘쓴다면 의약품의 반품, 불용 재고 발생 등으로 인한 비용 및 자원의 불필요한 소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