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는 높은 가격이 원천, 두 얼굴 가져
선한 얼굴↔국민 먹거리 창출, 독한 얼굴↔독점가격 횡포

[장면 1]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요성과 가치를 말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하이리스크-하이리턴(High risk-High return) : 제약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생물, 미생물, 화학 등 기초과학, 약학, 의학, 통계 등의 산업과 융·복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위험이 있지만 동시에 고수익,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유망한 산업이다. 미국 제약기업 길리어드의 C형간염치료제 '하보니'의 2016년 매출은 20조원으로,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제약산업의 고용 창출 역량 : 전 세계 제약분야 종사자 수는 약 440만 명으로 추정되며, 연 평균 3.3%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제약산업의 꾸준한 성장으로 제약분야 종사자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독일 wifor 경제연구 보고서, 2015) 제약산업의 10조원 매출이 13만개의 관련 일자리를 창출한다.(미국Battelle 연구소, 2012년)

미국의 생명과학 산업은 77,000개 사업체에 걸쳐 166만개 고용을 창출(2014년)하고 있다. $95,000의 높은 평균 임금(민간 평균 임금보다 85% 높음, 2001년 이후 급속성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의 경우 기계(-3.9%), 조선(-2.6%), 철강(-2.2%) 등 주력산업이 고용을 축소했을 때, 제약산업은 확대(+3.7%, 2015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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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장(上場) 제약기업 72곳의 작년 2018년 영업활동 결과가 발표됐다. 항상 가장 먼저 분석되는 것이 수익항목이다. 매출액,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약방의 감초'다. 그 중에서도 영업이익이 경영성과 분석의 중심이 된다. 매출액은 7%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전년대비 -16.9%, -22.2% 줄어들었다고 심히 우려하고 있다. 만약,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증가율이 반대로 두 자릿수 이상 늘어났다면 환호성을 올리면서 기뻐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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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논란이 되고 있는 다국적제약사나 다국적의료기기업체의 독점공급 문제를 '투트랙'으로 대처해 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간암색전술에 쓰는 리피오돌이나 이번 인공혈관 사건처럼 불기피한 경우 긴급가격조정제도를 발동시키지만, 일상적으로는 안정된 가격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자체 협상구조를 유지하면서 독점공급 횡포에 공동 대응할 국제공조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18일 오후 속개된 보건복지부 국회 업무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질의에 이 같이 답했다.

기 의원은 이날 백혈병치료제 글리벡부터 지난해 리피오돌, 이번 인공혈관까지 다 같은 맥락의 사안인데 언제까지 이런 일이 반복돼야 하느냐면서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박 장관에게 주문했다.

그는 특히 우리 입장에서는 비굴하게, 이렇게까지 '을' 입장에서 가격협상을 해야 하는가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피해를 보는 환자와 가족을 생각한다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장관이 WHO 공조 등을 얘기하고 의지를 피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목표가 도달되기 이전) 과정 속에서도 환자가 부당한 피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박 장관은 "각국 장관을 만날 때마다 독점공급 횡포에 대해 공동대응을 해야 할 필요성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고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 사우디와 몽골의 보건부 장관도 그런 의사를 밝혔다. 국제적으로 괜찮은 반향을 얻고 있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국가 간 협의는 가능하다고 본다. WHO 사무총장도 반드시 채택돼야 할 안이라고 지지하고 있어서 (금년 5월 총회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히트뉴스 2019.3.19.)

그런데 위에 적시한 세 장면을 관통하는 공통된 개념이 있다. '부가가치' 만능적 사고다.

'장면1'의 고부가가치 창출로 높은 고용율과 고임금을 가능케 함으로써 제약바이오산업을 국민 먹거리 산업으로 만들 것이라는 기대에 찬 홍보, '장면2'의 제약사들 영업성과 분석의 단골 메뉴이며 부가가치 핵심 구성요소인 영업이익 등 실적에 대한 기간비교 높낮이 분석 소식, 그리고 '장면3'의 환자 필수약품에 대한 독점공급권을 무기로 한없이 높은 독점가격을 책정해 초고수익을 통한 부가가치 극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다국적 제약기업체에 대한 분통터지는 국회 업무보고 질의응답 등이, 부가가치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는 '하이리스크(High risk)'임에도 불구하고 하이리턴(High return) 즉 고수익 고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하며 R&D 투자비용을 최대로 쏟아 붇는다. 또한 거국적으로 물심양면 지원하고 독려 한다.

증권시장, 언론사 및 경제사회 등은 부가가치 핵심 구성요소인 영업이익을 끌어 올리라고 아우성이다.

필수약품 독점권을 앞세운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은 초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우리 한국의 당해 처장 및 장관까지 궁지에 몰면서 건보당국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부가가치는 앞서 언급한 영업이익을 주축으로 하여 인건비, 금융비용, 조세공과 및 감가상각비로 구성된다. 영업이익 높낮이는, 인건비와 조세공과 그리고 감가상각비 등의 높낮이와 서로 길항관계에 있으므로, 부가가치가 많아지려면 영업이익 자체가 커지지 않으면 안 된다. 영업이익 자체가 많아지려면 매출총이익이 커져야 하고, 그러려면 결국 가격을 높여야 한다.

따라서 고부가가치를 추구하는 한, 가격 문제는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한편에선 고부가가치를 자랑하고 찬양하며 부추기면서, 또 한편에선 고부가가치 추구 행위를 악덕 모리배처럼 보며 지탄한다.

이를 보면 부가가치는 가격 수준에 따라 두 개의 얼굴로 변하는 '야누스(Janus)'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가가치의 선한 얼굴은 국민 먹거리를 창출하는 부가가치, 독한 얼굴은 높디높은 독점가격으로 환자를 핍박하고 피눈물 흘리게 하는 부가가치가 아닐까?

그렇다면 부가가치 얼굴이 두 모습으로 변하게 하는 경계선 상의 약가 수준은 과연 얼마로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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