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법제화·대리수술 의료인 정보 공개

환자단체들 입법제안 공동 발표
고 '임세원법안' 검토의견도 제시

고 임세원 교수 사건이후 진료실 내 폭력을 근절하고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안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이런 법률안들은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까. 환자단체들은 안전한 치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입법안들을 반기면서도 아쉬움과 우려를 표했다. 왜 그럴까.

히트뉴스는 최근 이들 법률안에 대한 환자단체연합회의 입장을 재정리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1인시위 78일째...국회 묵묵부답

수술실 안전한 치료환경·무자격자 대리수술 근절법안=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발의한 2건의 의료법개정안과 같은 당 윤일규 의원이 발의한 1건의 의료법개정안이 있다.

김상희 의원 개정안을 보면, 면허취소사유에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게 다르게 추가기재 또는 수정한 경우 ▲의학적 타당성 등 정당한 사유없이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주사제 등을 사용한 경우 ▲수술예정 의사, 한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환자 동의 등 정당한 사유없이 다른 의사, 한의사 또는 치과의사로 하여금 대신해 수술하게 한 경우 ▲진료중 성폭력범죄를 저지를 경우 의료행위와 관련해 업무상과실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등을 추가했다.

이중 의료행위와 관련해 업무상과실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면허정지 관련 조항에도 신설했다. 또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한 경우 해당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도록 강제하는 대리의료행위 금지 조문도 포함시켰다. 이 경우 면허취소자가 개전의 정이 뚜렷한 경우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도록 근거도 뒀는데, 취소된 날로부터 3년 이내에는 그러지 못하도록 했다.

윤일규 의원도 개정안에 수술 등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를 의료인이 아닌 자 또는 면허되지 않은 의료인에게 하게 한 경우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면허자격정지 대상에서는 제외하도록 하는 근거도 신설했다. 이는 사실상 면허취소 처분만 부과하라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또 면허취소자에 대한 재교부 금지기간을 위반행위 유형에 따라 1년, 2년, 3년, 10년으로 확대 조정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들 법률안에 공감하면서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와 촬영된 CCTV 영상 보호 및 관리 등을 담은 입법을 건의했지만 국회의원 누구도 받아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수술 시 의료행위를 하는 장면을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할 의무, 환자와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을 의무, 촬영한 영상자료에 대한 보호조치의무, 촬영한 영상자료를 의료분쟁 수사나 재판, 조정, 중재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는 의무 등을 반영한 의료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안 대표는 또 금지된 대리 의료행위에 관여한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 정보 공개제도를 도입하는 의료법개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공개대상은 처분을 받은 의료인의 인적사항, 위반사실, 처분내용 및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 등으로 예시했다.

이와 관련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 및 유족, 환자단체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와 촬영한 CCTV 영상을 철저히 관리하고 보호하는 의료법개정안 발의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지난해 11월22일부터 이달 19일까지 78일째 국회 정문에서 진행했고, 지금도 'ing'다. 하지만 국회는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 임세원법안 여야 의원들 앞다퉈 발의...의료법만 19건
환자단체,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상당수 반대

진료실 안전·폭력 근절위한 법안=지난해 말 고 임세원 교수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국회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발빠르게 이른바 고 임세원법안을 앞다퉈 발의했다. 관련 의료법개정안만 보면, 14명의 의원이 19건을 발의했다. 이중에는 2건을 발의한 의원도 5명이나 된다.

환자단체연합회 분석결과를 보면, 이들 법률안의 주요내용은 대략 11가지 유형으로 정리된다. 반의사 불벌죄 폐지, 벌금형 삭제(징역형으로만 처벌), 형량하한제 신설 또는 형량상향 조정, 주취자 처벌강화, 실태조사·정책수립 의무, 비상벨·문·공간설치 의무 및 경비지원, 보안장비·요원 배치의무 및 경비지원, 경찰 긴급출동시스템 구축의무, 의료기관안전기금 신설, 정신병원 보안검색 장비 설치·보안검색요원 배치의무 및 경비지원, 진료거부권 도입 등이 그것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중 형량하한제 신설, 주취자 처벌강화, 실태조사·정책수립 의무, 비상 벨·문·공간 설치 의무, 보안장비 설치·보안요원 배치의무, 경찰 긴급출동시스템 구축 의무 등에는 찬성한다고 했다.

반면 반의사불벌죄 폐지, 벌금형 삭제(징역형만 규정), 의료기관 안전기금 신설, 정신병원 보안검색장비 설치.보안검색요원 배치의무 및 경비지원, 진료거부권 도입 등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최성철 암시민연대 대표는 반의사불벌죄 폐지 반대 이유에 대해 “폭행은 ‘욱’하는 순간적 감정에서 나올 수 있는 충동범 성격이 있다. 양측이 화해해도 모두 전과자가 되는 건 비합리적이며, 환자와 의료인 간 불신을 가중할 수 있다”고 했다.

벌금형 삭제에 대해서는 “징역형 이상 실형만 선고하도록 하는 건 과잉입법 소지가 있다. 정상 참작이 가능한 폭행은 기소유예, 선고유예, 무죄판결 받는 모순된 결과가 발생할 수 있고, 역시 환자와 의료인 간 불신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의료기관 안전기금 신설에 대해서는 “환자안전기금도 없는 상황에서 의료기관 안전기금을 신설하는 건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건강보험 재정과 국고가 투입되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신병원 보안검색장비·보안검색요원 배치 등에 대해서는 “정신질환자 인권침해 우려가 있어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게다가 정신질환자의 진료 기피를 야기할 수 있고, 이것이 신경정신의학회의 공식 입장인지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진료실 안전과 폭력근절을 위해서는 진료실 이용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교육 등을 통해 상호 노력해야 한다. 또 진료실 폭력과 폭행 발생원인을 의료기관과 의료인 대상의 일방적 실태조사만을 근거로 판단하지 말고 환자와 환자보호자를 대상으로도 조사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보건소나 전문적인 공공기관을 통해 상담과 민원해결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의료인의 설명의무를 강화하는 입법조치도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김명연 의원 '진료거부권 도입' 의료법개정안 철회요구

환자단체연합회는 진료거부를 할 수 있는 예외적 사유 8개를 의료법에 명시한 김명연 의원의 이른바 ‘진료거부권 도입’ 개정안에 대해서는 8개 유형에 각각 반대이유를 적시하는 등 특별히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의료법의 진료거부 금지의무를 진료거부권 허용 규정으로 변질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복지부의 유권해석을 인용해 이들 유형을 개정안에 열거했다. 구체적으로 ▲의료인이 질환 등으로 진료를 할 수 없는 경우 ▲의료기관의 인력·시설·장비 등이 부족하여 새로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예약된 진료일정으로 인하여 새로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난이도가 높은 진료행위여서 이에 필요한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부족한 경우 ▲다른 의료인이 환자에게 이미 시행한 치료(투약, 시술, 수술 등) 내용을 알 수 없어서 적절한 진료를 하기 어려운 경우 ▲환자가 의료인의 진료행위에 따르지 않거나 의료인의 양심과 전문지식에 반하는 진료행위를 요구하는 경우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가 위력으로 의료인의 진료행위를 방해하는 경우 ▲의학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에서 계속적인 입원치료가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어, 환자에게 가정요양 또는 요양병원·1차 의료기관·요양시설 등을 이용하도록 권유하고 퇴원을 지시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안기종 대표는 “개정안은 정당한 진료거부의 8가지 구체적인 유형에 해당된다고 의사가 판단하면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게 아닌 간주되는 것으로 규정해 의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증질환 환자의 경우 대부분 난이도가 높은 진료행위이고, 전문지식과 경험의 습득 여부, 숙련의 정도는 의료인 본인만 아는 주관적인 사항이기 때문에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이러한 포괄적 규정은 타당하지 않고, 이 규정을 핑계로 부담스러운 환자나 수익이 적은 환자 대상으로 진료거부를 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앞서 이들 단체는 김 의원 법안을 '의사특권법'이라고 규정하고 폐기 또는 철회하라고 요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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