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터진 후 힘든 뒷수습보다 예방관리에 방점 찍어야
각종 기준 재점검해 바로 세우고 그 토대서 관리 필요

13일 국회 업무보고 중인 이의경 신임 식약처장
13일 국회 업무보고 중인 이의경 신임 식약처장

신임 이의경 식약처장이 지난 13일 국회 업무보고 신고식을 마쳤다. 의원들이 작심한 듯 우려의 충고를 쏟아냈다.

OECD 약가비교연구 결과물에 대한 오해, 최근 3년간 수주한 연구용역 55건 중 제약사 발주 43건(약35억 원)에 대한 공인으로서 공정성 우려, 일부 제약사들의 사외이사 경력에 대한, 친 기업 성향 우려 등이 그것이다.

이 점들을 신임 처장은 경구처럼 깊이 새겨야 할 것 같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이 안으로 굽을 수 있으니, 행여 참외 밭 옆에서 갓 끈이나 신 끈을 고쳐 매는 것과 같은 의심을 살만한 일은 추호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또한 취임식에서 '국민 건강 및 안전 관리와 함께 관련 산업 발전을 균형 있게 추진하겠다'는 언급까지 꼬집어 비판하는 의원도 있다는 점을 신임 처장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적된 내용들을 뒤집어 보면, 전문적인 업무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임 처장은 그 능력을 오로지 국민 건강과 안전의 파수꾼 역할을 충실히 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련 산업 발전 문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것은, 국민 건강과 안전을 챙기면서 위해(危害)요소를 직접 관리하는 큰 업무에 비하면, 부차적 후순위에 넣어야 할 것 같다.

지난 날, 식품과 의약품 등과 관련해 끊이지 않는 숱한 사건 사고의 파동이 있었다. ▷1989년 공업용 우지(牛脂) 라면 파동 ▷1995년 접착제 당면 사건 ▷1996년 발암물질 간장 사건 ▷1998년 포르말린 함유 번데기 통조림 사건 ▷2004년 쓰레기 무말랭이 만두 사건 ▷2000년 중국산 납 꽃게 수입사건 ▷2008년 중국산 멜라민 분유 파동 ▷2009년 글리벡 공급중단 사건 ▷2010년 카드뮴 낙지 문어 사건 ▷2011년 올림푸스 내시경 공급중단 사건 ▷2015년 가짜 백수오 사태 ▷2017년 살충제 성분 함유 계란 사건 등이 그것이다.

2018년 중국산 원료 발사르탄 사태가 발발했다. 그 불길은 '제네릭' 공동생동과 보험약가로까지 번져 이것들을 아직까지 활활 태우고 있다. 리피오돌 공급거부 사태도 물의를 빚었다.

올해는 마약류 오남용 '물뽕(GHB)'사건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으며, 고어(Gore)사의 인공혈관 재고바닥 사태가 일어났다. 

뒤 돌아 보면 위와 같은 일이 터질 때마다, 식약처(종전 식약청, 외청전 약정식품위생국 등)는 대부분 사회적 물의가 빚어진 후에야 비로소 부랴부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조치를 취해 온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되겠다.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사전 예방관리 시스템을 새롭게 개발?도입하여 철저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가능한 자주 많이 허심탄회하게 들어야 한다. 현장에서는 분명 앞으로 무슨 문제나 사고가 터질지 잘들 예견하고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생생한 문제발생 예견 정보들을 많이 포착하면 할수록 촘촘한 예방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모니터링(monitering)가지고는 부족하다. 발로 뛰어야 한다.

식약처는 국민 건강과 안전 관리를 책임지는 부처다. 관리에서 핵심은 그 행위의 잣대가 되는 원칙과 기준(각종 관련 법령 등)이다. 그것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관리한다 해도 허점이 생기고 그로 인해 사건이 터질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해 식품류, 의약품류, 의약외품류, 의료기기류, 화장품류 등에 대한 기존의 숱한 제반 기준이, 미흡하거나 누락된 것이 있는지 재점검하고, 선진국 사례를 연구해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하겠다. 예컨대, 세칭 '물뽕'사건은 관리 기준이 느슨해 판을 키웠다는 질타의 여론이 있음을 새겨야 할 것이다. 현행 기준들이 아무리 많고 복잡하다 해도 재삼 확인해야 한다.

사고 예방시스템을 개발·운용하고 기준을 바로 세워 관리함으로써, 사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 국민 건강과 안전에 기여한 처장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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