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추진 목적 공감하지만 반대하는 이유들

지난해 11월 7일 열린 연구 중간결과 발표회 겸 공청회 모습
지난해 11월 7일 열린 연구 중간결과 발표회 겸 공청회 모습

[hit-연재] 제약계가 리뷰한 '등재후 사후평가 연구'①
(연구목적) 이해부족과 불신

"허가 당시 사용된 임상시험과 실제 'practice(실행)' 결과가 다르다는 걸 전제로 RWD(진료현장자료)를 이용해 임상적 효과와 유용성을 재평가해 가격을 조정하거나 급여 범위를 조정 또는 급여를 철회해 건강 보험재정을 확보해 간다는 목적을 가지고 진행된 연구다. 지속적인 건강보험재정 마련 뿐 아니라 사후관리를 전제로 하면 신약 등재도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얘기하고 있다."

한 '리뷰어'가 정리한 이번 연구의 목적이다. 연구진이 보고서에서 밝힌 '진료현장근거에 기반한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해 환자 접근성을 보장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표현과 비교하면 비슷하면서도 뉘앙스 차이가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제약계는 "환자나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을 신속하게 공급하면서도 건강보험의 재정적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적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합리성과 수용성 측면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한계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리뷰어'들의  '연구목적과 연구보고서 결과물'에 대한 리뷰를 보면, '이해부족'과 '불신', 이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이해부족'은 연구진을 겨냥한 것이고, '불신'은 건보공단 등을 향한 시선이다.

'이해부족'부터 보자. 한 '리뷰어'는 "연구목적에서 제시한 것과 달리 신약 재평가와 사후관리 방안이 어떻게 고가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등재되는 약제들은 임상적 유용성이나 경제적 불확실성을 가진 채로 등재되는 게 아니다. 위험분담제를 통한 환급, 공단단계 약가인하, 급여기준 제한 등의 조건을 통해 임상적 유용성과 경제적 불확실성을 상당히 해소하고 등재되고 있다. 사후관리 강화를 통해 등재 당시의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건 이런 제도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후관리만 있고 신약 등재개선 방안 부재
연구배경 설명엔 제도 '몰이해' 드러나기도

이 '리뷰어'가 제기한 구체적인 이해 부족 사례나 보고서 상의 부적절한 언급은 어림잡아도 7가지가 넘는다. 가령 보고서는 '등재이후 신약 약가가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언급이 나오는데, 등재이후에도 다양한 기전에 의해 지속적으로 가격은 조정되고 특히 급여확대 약가인하는 추가적인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돼 약가가 인하되는 사례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첫번째 '리뷰어'가 정리한 보고서에 나타난 세부 이해부족 사례다. 그의 동의를 얻어 표를 첨부했다.

다른 '리뷰어(복수 의견 취합)'도 "(이번 연구는) 사후재평가만 설계하고 신약 등재 개선방안은 없는 반쪽짜리"라고 평가했다. 또 "제약사 입장에서는 사후평가로 불확실성이 더 켜져 오히려 신약 접근성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 제안대로) 협상단계에서 사후관리 연구설계에 대한 합의를 할 경우 상호간 검토와 승인에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협상기간 60일은 비현실적이고 더 늦어질 게 뻔하다"고 했다.

사후평가에 대한 비용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연구목적 중에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포함돼 있는데, 이 연구를 바탕으로 사후평가를 했을 때 예상되는 재정절감액 수치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효과가 없는 약제는 임상전문가의 판단에 따른 선택적 처방으로 사용이 줄어 도태되는 게 자연스런 결과다. 인위적인 재평가보다는 해당 임상전문가의 임상적 식견에 맡기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는 감독(임상전문가)이 제역할을 잘한다면 사후평가 같은 제도는 무용하다는 의미다.

"반가운 시도지만 고가약 위주 연구 아쉽다" 평가도

조금 다른 접근이면서도 비슷한 맥락의 의견도 있었다. 또다른 '리뷰어'는 '재정영향 최소화'가 아니라 '재정운영 효율화' 관점에서 사후관리 패러다임을 달리 접근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전향적인 연구이며, 반가운 시도라고 치켜세웠다.

다만 고가신약 약가관리에 국한한 연구라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고 했다. 그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종합적인 사후관리 검토는 등재 후 오랜기간이 지난 약제에 대한 재평가, 임상적 유용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약제에 대한 퇴출기전 등이 함께 검토되는 게 타당하다. 특히 선별등재 도입 이전에 고가로 등재된 약제는 약가일괄인하, 특허만료, 실거래가 조사 등으로 가격이 조정되기는 했지만 오랜 임상경험을 통해 급여범위 제한 등의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 이처럼 등재과정에서 제대로 된 평가가 없었고 오랜기간 사용되고 있는 의약품들은 그대로 둔 채, 비롯 한계가 있지만 합의된 절차를 통해 경제성과 임상적 유용성을 검토한 약제에 대해서만 재평가를 검토하는 게 우선돼야 하는 지 의문이다."

앞선 '리뷰어'는 임상전문가가 '감독' 역할을 잘 수행하면 임상현장 퇴출기전이 작동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 '리뷰어'에게 감독역할에 대한 기대는 처음부터 없었다. 일종의 불신이다. 대신 굳이 사후평가제도를 도입하려면 오래된 의약품에 대한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고압적 자세...공단·NECA 수행 시 수용성 낮을 것"

'불신' 키워드는 건보공단 입장에서는 아픈 구석이다. 3명의 '리뷰어', 그 중에서도 1명은 제약계, 특히 다국적제약사들이 갖고 있는 불신의 깊이를 그대로 전해줬다. 편의상 '리뷰어'를 A·B·C로 표기한다. 

A는 "이번 보고서에서 첫번째로 제기될 수 있는 이슈는 시행기관(건보공단/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수행능력, 신뢰도, 적합도 문제"라고 했다. 그의 의견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최근 일련의 협상과정에서 협상 당사자에게 공단이 보여주는 행태들을 고려할 때 공단이 중심이 되는 메디컬 푸어를 막기위한 약가 인하를 지향하는 RWD 기반 재평가는 관련 이해관계자들에게 정책 수용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욱이 보고서에서 RWD 기반 재평가 관련 조직을 심평원 내에 설치할 경우 의사 결정의 일관성에 대한 '도전(challenge)'이 있을 수 있다고 이유를 든 건 수행기관 골격(NECA 평가, 건보공단 수행)을 미리 짜맞춰 놓고 내린 결론으로 비춰진다."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약가 협상이나 급여 기준 확대시 협상 등에서 부속합의서 강제에 대한 이슈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협상 막바지에 강제하는 듯한 방식으로 미처 논의하지 못한 사항에 대한 수용을 종용한다는 것이다. 사전에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내용인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있다."

"NECA 역시 신의료기술 평가 과정에서 평가 진행 정보를 전혀 주지 않는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해 관련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어떤 제도든지 시행 목적은 다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환자에 대한 신약 접근성을 보장하되, 건강보험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미 두 기관은 관련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RWD 기반 재평가를 NECA 평가, 건보공단 수행의 골격으로 시행하는 데 반대한다."

"약가조정·퇴출에 포커싱...보건당국 칼날 방향 본 느낌"

B는 "(연구목적에는 언급돼 있지만) 환자의 신약 접근성보다는 약가조정과 퇴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사후관리 기전만 하나 더 추가하는 모양새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C는 지난해 11월 공청회 때 느꼈던 '불쾌한(?)' 기억을 이번 의견서에 소환했다.

"특정협회 플로어 발언자에게 모욕에 가까운 발언을 하는 일부 연구진과 이에 동조하는, (사전에) 짠 듯한 (공청회 진행) 구성은 향후 의약대국을 설계하는 우리나라 정부기관의 어두운 면으로 보였다. 다른 한편 (이번 연구내용을 통해) 인구급감과 노령화 가속이라는 환경, 재정에 대한 고민에서 보건당국이 가장 손쉽게 들고 있는 칼날의 방향을 본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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