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하면 망한다"...법원이 표정을 바꿨다
"리베이트 하면 망한다"...법원이 표정을 바꿨다
  • 박찬하
  • 승인 2019.02.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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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정리] 리베이트 법원판결, 무엇을 말하나
행위자 중심 처벌에 손해배상까지...뿌리까지 파고들어
리베이트에 대한 법원의 처벌잣대가 엄격해지고 있다. 단순 약사법에서 특경(가)법 적용으로 수위를 높였고 리베이트 행위의 인과관계까지 따져가며 전임자 처벌, 손해배상 등도 마다하지 않는다.
리베이트에 대한 법원의 처벌잣대가 엄격해지고 있다. 단순 약사법에서 특경(가)법 적용으로 수위를 높였고 리베이트 행위의 인과관계까지 따져가며 전임자 처벌, 손해배상 등도 마다하지 않는다.

“‘약사법 위반, 3년 이하 징역형’이 ‘횡령(특경법), 조세포탈(특가법) 위반, 5년 이상 무기징역형’까지...”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범죄를 보는 사회적 시선이 더욱 냉정해지면서 법률적 판단 역시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리베이트를 다루는 법원의 판단은 단순 약사법 위반에 머물지 않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으로까지 형사적 책임이 확대됐고 리베이트 자금에 대한 추징과 특경법, 특가법에 따른 벌금까지 부과될 가능성을 높였다.

또 리베이트 행위가 회사에 대한 손실을 불러왔다는 전제하에 그 행위에 가담한 범죄 연루자에 대한 손해배상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리베이트로 수사 통보된 사건은 최근 3년간 총 154건으로 2016년 81건, 2017년 41건, 2018년(~6월) 32건 등이다. 154건 중에는 제약회사가 70건, 도매상이 63건, 의료기기업체가 21건을 차지하고 있다.

히트뉴스가 연속으로 보도한 리베이트에 대한 사법부의 인식변화를 정리해 본다.

◆회사는 피해자, 행위자 중심 처벌=법원은 리베이트 사건의 주체인 ‘회사’를 약사법을 위반한 ‘공범’에서 회사 재산을 횡령·배임 당한(?) ‘피해자’로 봤다. 법인과 개인(임직원)을 구분함으로써 리베이트에 가담한 임직원 개인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리고 회사는 임직원의 불법행위로 손실을 당한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의 1심 등 법원의 판결은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임직원을 ‘회사의 불법계획을 실행한 도구’로 봤던 것과 달리 회사의 재산에 손실을 입힌 범죄자나 배상책임자로 규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 리베이트 행위에 대한 회사 내 결재라인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 등에 의해 영업사원 개인일탈이라는 회사측 주장이 배척되면서 CEO 등 경영진 개인이 과도할 정도의 법적책임을 지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매출할인 집행실적을 정기보고한 자료와 병원별 매출할인율을 기재한 회의자료 등이 결정적으로 뒷받침됐다.

◆“회사에 손실” 손해배상 절차 밟아야=리베이트를 회사에 손해를 끼친 행위로 판단하기 때문에 손해배상 문제가 법적 이슈로 등장할 수 있다. 또 손해에 따른 보전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업무상 배임죄도 성립될 수 있다고 법조계는 전망한다.

회사의 손해배상 상대방은 ▲영업사원 ▲도매상 ▲병원담당자 등 다양하다. 이중 영업사원과 도매상에 대한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데 리베이트 자금 또는 그 가액에 해당되는 금액을 반환 청구할 수 있다.

병원담당자는 불법적 자금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점을 전제로 반환청구가 가능하지만 불법 인지여부에 대한 다양한 법률적 항변은 제기될 여지가 있다. 또 리베이트를 공동 불법행위로 보고 영업사원, 도매상, 병원담당자 모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병원담당자의 경우 영업적 측면을 고려해 손해배상 대상에서 회사가 의도적으로 제외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럴 경우에도 업무상 배임이 새롭게 성립될 수 있다.

◆계속되는 리베이트, 전임자에게도 책임=전임 영업사원이 특정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이후 담당업무 변경으로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해 범죄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전체 리베이트 제공행위에 대한 죄책을 부담해야 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따라서 인수인계 받은 후임자의 범죄행위가 지속될 경우 전임자나 회사의 책임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데, 이는 일반직원 뿐만 아니라 경영진 변경 때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문제는 대부분 제약회사가 영업사원 인수인계 때 잔고 및 재고확인 정도의 절차만 갖추고 있을 뿐 불법 리베이트 관련사항을 점검하는 내부 시스템은 갖추지 않는다는 점. 실제 현장에서는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리베이트 사항이 인계되기도 하는데 엑셀 등 전자문서 형태로 정리된 파일이 전달돼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CP업무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리베이트와 관련한 부적절한 기재가 포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부정행위로 의심되는 업무를 인수인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 점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체크리스트를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도매 마진율 설정 근거기준 분명해야=도매상과 병원이 보험약가(기준가) 대로 의약품을 거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약회사가 도매상에 과도한 수준의 할인을 제공했다면 리베이트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 제약회사와 병원 관계자 사이에 납품여부 등에 대한 교섭이 직접 이루어졌다면 도매상에 제공한 할인율을 법원은 리베이트로 봤다.

하지만 특정 의료기관 납품권을 쥔 도매상과의 거래에서 제약회사가 일방적으로 할인율을 낮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법원도 2017고합166 판결에서 ▲수금(사후)할인이 도매상, 의약품, 병원별로 달라질 수 있고 ▲납품권을 쥔 도매상과 거래할 때 할인율 요청을 제약회사가 거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애로를 인정했다.

따라서 도매상에 제공하는 할인율의 불법성을 따지는 법원의 잣대를 최근 판례를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매상 할인율에 대한 최근 판결을 보면 ▲제약회사와 병원 관계자간 직접교섭 ▲도매상과 병원간 보험약가 거래에도 불구하고 도매상에 과도한 할인적용 ▲도매상과 병원 운영자간 특수관계 등을 근거로 제약회사가 도매상에 제공한 할인율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봤다.

결국 도매상 마진율에 대한 법적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해당 도매상에 제공되는 마진율 설정의 근거를 분명히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때 고려해볼 수 있는 판단요소로는 ▲회사 영업상 도매업체의 기여도 ▲도매업체의 담당업무 내용 및 소요비용 등이 될 수 있다.

◆세무조사 자료가 리베이트 증거로=최근 법원은 A제약 리베이트 사건에 횡령, 배임, 조세포탈 같은 특(경)가법 위반을 적용했는데 결정적 증거자료가 5년 전 받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수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인 세무조사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자료가 형사처벌까지 초래하는 스모킹 건으로 돌아온 것.

그런데 제약회사들은 그 동안 5년 주기로 들어오는 정기(일반)조사든 범죄혐의를 잡고 들어오는 예치(범칙)조사든 대개 세금을 적게 내는데 초점을 두고 대응해왔다. 그러나 과거의 세무조사 자료가 수사의 단서가 되거나 횡령, 조세포탈을 입증하는 증거자료가 되면서 제약회사들은 일상적으로 리베이트 적발 위험에 놓이게 됐다.

제약회사 관련 업무를 많이 하는 법조계 관계자는 “그 동안 세무조사 때는 추가 납부세액을 적정하게 확정할 목적으로 사실관계를 쉽게 인정해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향후 법적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컴플라이언스 부서에서 회계재무팀과 함께 세무조사에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리하면 법원은 회사와 리베이트 행위를 분리하고 이를 회사에 손실을 끼친 행위라는 잣대로 처벌의 강도를 최대한 높이고 있다. 또 사정당국 간 정보연계를 통해 리베이트 조사 및 처벌의 효율성을 극대화했고 행위자 처벌 역시 시점 기준이 아니라 행위에 따른 인과관계에 초점을 맞춰 그 범위를 확대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경향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단계를 남겨두고 있지만, 확정 여부를 떠나 제약회사 리베이트에 대한 사법부의 인식변화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확정된 새 패러다임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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