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기준율 50%, 묶음번호, ZQ코드 등은 소통의 산물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가 도입된 지 8년 만에 정착의 토대가 닦일 것으로 봐진다. 제약업계(수입업계 포함)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힘든 과정을 겪어왔던 도매유통업계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금년 초부터 제도 수용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도매유통업계의 의약품 일련번호 등 공급내역 실시간 보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행정처분 기준인 보고율 50% 미만인 도매유통사는 극소수(약60여 사)인 3%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100% 보고한 도매유통사만도 1000사 이상이라는 것이다. 일련번호 제도의 순항 조짐이 엿보인다.

심평원의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이하 '정보센터')는 현재 일련번호 보고율을 1일 단위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보고율 50% 미만의 도매유통사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보고율을 금년 상반기 기준인 50%이상으로 높일 수 있도록 1일 단위, 주 단위, 월 단위로 독려와 관리를 병행해 나갈 방침이다.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는 의약품의 최소 유통단위에 고유번호인 일련번호를 부착하여 제조?수입?유통 및 사용 등 모든 단계에서 이력?추적 및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종합 시스템이다. 제조 또는 수입된 의약품의 유통정보화 기반을 조성하고 사회적인 유통비용 절감과 이력관리의 효율적인 수행을 목적으로 한다.

위?변조 약품이나 불법의약품의 유통 차단을 통해 국민들이 보다 더 안전하게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유통 단계별로 정확한 유통경로가 파악되게 함으로써 의약품 유통 전반이 투명해지는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익한 제도다.

한미약품은 작년 12월 6일 의약품 물류 핵심 센터인 팔탄 스마트플랜트에 지오영, 백제약품, 복산나이스팜, 티제이팜, 인천약품, 보덕메디팜, 서울약업 등 국내 도매업체 12곳 관계자 20여명을 초청, 의약품 RFID 물류 혁신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한미약품은 작년 12월 6일 의약품 물류 핵심 센터인 팔탄 스마트플랜트에 지오영, 백제약품, 복산나이스팜, 티제이팜, 인천약품, 보덕메디팜, 서울약업 등 국내 도매업체 12곳 관계자 20여명을 초청, 의약품 RFID 물류 혁신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2011년5월, 근거규정인 '의약품 바코드와 RFID tag의 사용 및 관리요령'이 개정되면서, 2015년1월부터 전문 의약품(예외품목 제외)에 대한 일련번호(고유번호) 부여와 바코드 또는 RFID 태그의 부착이 의무화됐다. 이에 따라 제약사 및 수입사는 2016년7월부터, 도매유통사의 경우 2017년 7월부터, 의약품 공급 시 정보센터에 실시간으로 일련번호 등 그 내역을 보고해야 했다. 그러나 업계의 실정이 감안되어 2018년12월까지 미보고시에도 행정처분이 유예됐으나 금년 2019년부터는 행정처분이 집행된다. 도매유통사의 경우 행정처분 대상 보고율 기준이 2019년 상반기에 50%미만으로 설정되고 그 후 반기마다 5%씩 상향 조정되도록 돼있다.

의약품 일련번호 실시간 보고 제도가 추진되면서 지난 4년 동안 업계가 시끄러웠다. '재정 및 인력 투자가 많이 소요되어 감당하기 힘들다', '이따위 제도를 왜 선진국보다 우리가 먼저 실시해야 하나' 등,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지만, 그럴 때마다 관민(官民)이 소통하면서 오늘의 결과를 도출해냈다.

국회가 최근 2년 연속 국정감사에서 이 일련번호 제도의 문제점을 제기 했고,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직접 유통현장을 방문하여 그 문제점을 듣고 업계를 격려한 사건은, 이 제도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대변해 주고 있다.

관민 간 소통의 중심에 '정보센터'가 있었고 역할 수행이 돋보였다. 정보센터는 그동안 교만하거나 위세를 부리지 않았다. 제약과 도매 업계에서 문제점을 제기하면 묵묵히 듣고 업계 입장에 서서 보건복지 당국과 협의하면서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했다.

그 산물이 ▲행정처분 대상 보고율 50% 미만 ▲묶음번호 가이드라인 제정 및 관리 ▲ZQ코드(요양기관 차용선납 code)의 창안, 등이다. 이것들은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 추진 과정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슬기롭고 현명한 조치들이 없었다면, 지금쯤 특히 도매유통업계는 의약품 출고와 실시간 보고를 놓고, 날마다 분통이 터져 아우성을 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는 지금 갈 길이 바쁘다. 아직 숙제로 남은 '묶음번호 제도화'와 '유통정보 표기 수단(2D바코드와 RFID)의 일원화' 과제 등을 매듭지어야 한다. 또한 앞으로, 당국이 일련번호 제도에 요양기관을 어떻게 참여 시킬지가 궁금하다. 이대로 그들을 계속 구경꾼으로 놔둘 생각인지 당국에 묻고 싶다. 요양기관의 참여 없는 일련번호 제도는, 이 제도 도입 목적과 기대효과 측면에서, 반쪽짜리밖에 안 되는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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