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기반 원가산출 총력...의약계 요청 시 자료 제공"

박종헌 급여전략실장
박종헌 급여전략실장

의대 나온 사회학박사...융합형 전문가
수가·약가협상 당분간 변함없어

건강보험공단의 새해 직제 개편과 정기인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역시 '급여전략실'과 '박종헌 급여전략실장'이었다. 특히 박종헌(50, 서울의대) 실장 발탁에는 '파격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1만3천명이 넘는 거대한 조직이어서 다른 고위직 보직자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건보공단에서 박 실장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외부에서 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그에 대한 궁금증이 컸던 이유다.

13일 건보공단과 박 실장에 따르면 김용익 이사장은 이달 1일자로 이사장 직속 '특임조'라고 불린 '급여전략기획단'과 '보험급여실'을 '급여전략실'과 '급여운영실'로 재편했다. 건보공단 측은 이번 직제개편에서 '급여전략기획단'이 정식 직제화된 데 대해 의미를 부여했었다.

명칭은 '보험급여실'에서 '급여', '급여전략기획단'에서 '전략'을 떼서 '급여전략실'이라고 붙였다. '전략'이라는 '전투적인' 단어가 쓰였지만 표기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건보공단 측은 설명했다. 실제 소속 조직도 '보험급여실' 조직이 그대로 배치되고, '급여전략기획단'에 속했던 조직은 약가제도부, 원가분석부, 급여분석센터 등으로 이름을 바꿔 직제에 포함시켰다. 5부1센터 40여명 규모 조직인 '급여전략실'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에 대해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직제개편 발표 당시 "문재인케어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임시조직인 급여전략기획단과 정식 직제였던 보험급여실을 통합 조정해서 급여전략실과 급여운영실로 재분류했다. 급여전략실은 앞으로 꼼꼼한 원가분석을 기반으로 수가와 약가제도를 운영하고 새로운 제도개선 방안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했었다.

강 이사의 말을 발면, '급여전략실'에 부여된 미션은 현 정부의 보건의료분야 핵심 공약인 '문케어의 원활한 추진'이고, 그만큼 조직 내 중요도와 위상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급여전략실'을 이끌 수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건 자연스런 일이었다. 히트뉴스와 데일리팜 기자도 같은 생각에 지난주 원주 건보공단 본부를 찾아 박 실장을 만났고, 일정부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먼저 준수하면서 나이보다 젊어보이는 외모가 처음 눈에 들어왔는데, 박 실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망설임없이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냈다. 짧은 인터뷰였는데도 기자들에게 충분히 신뢰감을 줄 정도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력은 특이했다. 1989년 서울의대에 입학해 1996년 졸업했지만 의사로서 삶을 살지 않았다. 대신 선택한 게 사회학이었다. 박 실장은 "의대를 다니면서 다른 영역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고민끝에 택한 게 사회학이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거기서 의료계와 인연이 끝난 건 아니었다. 박 실장은 사회학박사 취득 후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에서 5년간 연구원으로 일한 다음, 건보공단에 연구원으로 2013년 입사했다. 이 때는 이미 빅데이터 전문가로 이미 자리를 굳히기 시작한 때였다.

박 실장은 "(이사장께서) 저를 이 쪽으로 발령낸 이유는 문케어 추진과 관련해 근거를 보다 많이 확충해 보자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문케어가 실현되는 시점은 이제 먼 미래가 아니다. 가시적인 걸 뭐든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융합형 전문가인 박 실장 발탁은 '문케어와 빅데이터의 만남'이고, 그 공간이 '급여전략실'인 것이다.

박 실장은 "급여전략실은 외부에서 어떤 데이터가 들어오면 그것을 어뗳게 정제·가공하고 계산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 지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게 될 것이다.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게 원가 부분이다. 의료기관에서 급여와 비급여를 망라한 재무제표 자료가 들어오면 이 걸 가지고 가공해서 원가를 산출해 보려고 한다. 아마도 처음 시도하는 작업일 것"이라고 했다. 

박 실장은 이렇게 가공된 데이터들을 의약계 등을 포함해 외부에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의사협회나 약사회 등 공급자단체들이 분석연구를 위해서 자료 제공을 요청하면 못 줄 이유가 없다. 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략'이라는 말이 명칭에 들어있어서 건보공단이 숨어서 뭘 하려는거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 있는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모든 걸 다 투명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문케어도 급여 신설항목을 1년 정도 운영해 보면 예상재정소요액과 차이 등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것도 최대한 공개할 것이다. 비판받을 게 있으면 그 때 비판받고 신속히 해법을 찾는게 제도를 올바르게 끌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건보공단의 약사협상이나 사후관리업무는 바뀌는 게 당장은 없을 것이라는 언급도 덧붙였다.

박 실장은 "원가분석은 행위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약제나 치료재료 분야는 앞으로 공부하겠지만 잘 모른다. 약가원가분석 부분도 해 볼만하다고는 생각하는데 당장은 어려울 것이다. 다만 합리적이고 납득할만한 수준의 무언가를 만들려면 이해당사자들이 모여야 한다. 이런 논의의 '판'은 마련해 겠다"고 했다. 이어 "수가협상도 약제업무와 마찬가지로 올해는 큰 변화없이 계획과 절차대로 진행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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