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
바이오 소부장 업계 "세액공제 혜택·대기업 M&A 필요"

"현재 국내 바이오 소부장 벤처들의 상당수는 대량 생산 전 파일럿(Pilot) 단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향후 몇 년 안에 소부장 기업들이 공장을 설립해 제품을 양산하는 시점이 다가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대기업들이 소부장 벤처들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진행한다면 산업 생태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 바이오 소부장 벤처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국내 바이오 소부장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몇 년간 국내에서 바이오의약품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비) 국산화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바이오 소부장 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섰다.

정부는 26일 향후 10년 간 바이오 소부장 분야의 1조원 규모 민간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3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지원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또 바이오 소부장 특화단지인 충북에 실증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소부장 분야의 '슈퍼을' 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분야 중 하나로, '소부장 국산화'는 이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게 소부장 업계의 시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업계에서는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 비율을 6%로 추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바이오 소부장 기업들은 △배지 △크로마토그래피 레진 △일회용 배양백 △바이러스 필터 등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ㆍ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대기업에 관련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소부장 기업들이 회사 운영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바이오 소부장 벤처들은 국내 벤처캐피탈(VC)로부터 거의 투자 유치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바이오 소부장 벤처 대표는 "VC 업계는 국내 바이오 소부장 기업들의 제품이 외산 제품의 벽을 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소부장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VC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소부장 산업이 발전하려면 정부 주도의 세액공제 혜택 및 대기업의 소부장 벤처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에서 바이오 소부장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소부장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바이오 소부장 기업인 싸토리우스는 M&A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며 "국내에서도 지난해 바이오 소부장 시장 진출에 나선 한화, 소부장 기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LG화학 등 대기업이 유망 소부장 벤처들에 대한 M&A를 진행한다면 관련 산업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바이오 소부장 벤처 M&A를 진행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국내 소부장 산업의 규모가 지금보다 커지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튼튼한 자본력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빠른 시일 내에 국내 바이오 소부장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소부장 국산화의 길'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