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박정관 디지털알엑스솔루션 대표

박정관
박정관

2000년도 초반 ‘천성산 도롱뇽 사건’을 기억하시는지요?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경부선 고속철도 터널이 경남 천성산 밑을 관통하면 습지가 말라붙고 도롱뇽이 사라진다며 ○○스님이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인 사건입니다.
 
환경 단체가 시위에 가세하면서, 법적 공방까지 벌였는대요, 결론적으로 그들의 우려와 달리 도롱뇽은 사라지긴 커녕 오히려 늘었고 습지도 마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공사 지연에 따른 직간접 손실이 엄청난 규모였다고 합니다. 

당시 공사를 막은 것은 환경 단체의 거짓 선동이었습니다. 도롱뇽 서식지가 훼손되고 습지가 마른다는 근거도 없는 주장을 펼치는 환경단체 일부의 주장이, 우리나라 국민 전체의 입장인 것처럼 호도된 결과, 막대한 손실이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의료환경 변화 속에서, 비대면진료와 약배달이 의약계에선 그야말로 핫이슈 입니다. 그런데 약사 사회는 이러한 변화에 줄기차게 반대 의견만 내세우고 있습니다.

초기 코로나19 위급상황 한시적 비대면진료 상황에서는 불법적인 비대면진료 민간업체(약배달 앱업체)를 막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반대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지난 12월 15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본격 확대 시행된 이 시점에서도 약사회는 여전히 완강한 반대 입장만을 보이고 있어 정말 걱정입니다.

특히 걱정되는 부분은, 약사회 간부 혹은 약사회 차원에서 약배달 반대 연대를 선동해 이젠 언급조차 못하게 하는 제한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어느 약사회 간부는 약배달이 조제약에서 일반약까지 허용되면 약국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지역약국들이 초토화 되니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합니다. 

정말 그렇게 될까요? 약 오남용, 약화사고, 책임소재 등 여러가지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저 또한 공감하고 우려하는 부분입니다만, 이러한 우려점들을 해결하면서 또 플랫폼의 개입을 배제하면서 약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풀면 될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함께 고민하고 또 시도라도 해보고 하는 말인지요?
 
이렇게 약사회 리더들이 근거 없는 추측과 주장으로 대한민국 약사들 전체의 입장인 것처럼 끌고 가다가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가지 않을 수만 있다면, 막말로 우리가 똘똘 뭉쳐 반대해서 안 갈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온라인,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코로나 펜데믹을 겪으면서 선진국 대부분이 비대면투약이 일상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누구든 미래에는 비대면투약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약사회 일부 리더들은 다만 그 시기를 늦추겠다는 황당한 주장도 합니다)

먼저, 약사들은 비전문가가 얘기하듯 약배달로 받아들이지 말고 약을 전달하는 방식이 비대면으로, 즉 “비대면투약”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약사는 환자에게 정확하고 안전하게 약물을 전달하는 책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대면투약 방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는 환자 중심의 약료 제공에 어긋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라스트 마일 배송 서비스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약배달(비대면투약)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 현재 고객들은 비대면투약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전통적으로 약국은 ‘대면투약’이 중시되어 왔지만, 지금은 ‘비대면진료’ 옵션에 대한 ‘비대면투약’의 수요(요구)가 증가하고 있음을 우리 약사들은 먼저 직시해야 합니다. 

코로나 사태때 약사 사회가 약배달을 거부하면서 약배달 업체(비대면입료 앱업체)의 회원수가 급격히 는 것을 보면 고객들이 얼마나 배달을 원하고 있는지 증명되었을 것입니다.

약배달은 미국을 비롯한 7개국(G7), 유럽, 중국 등 많은 나라에서 각자의 규제, 제한을 두고 시행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낙후된 의료환경의 돌파구로 원격의료시장을 집중 지원하고 있고 코로나 위급상황까지 더해져 디지털 헬스, 비대면진료, 약배달까지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의 거물인 알리바바(알리건강)와 징둥닷컴(징둥건강), 핑안그룹(핑안굿닥터)의 의약분야 진출은 (초)고속 약배달 서비스까지 이르러, 기존 지역 로컬약국들은 자생력을 잃고 플랫폼에 흡수되거나 매약 정도만 하는 정도로 전락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편의점으로 약이 나가면서 드럭스토어 매출이 한동안 정체를 보이다가, 코로나19 동안 드럭스토어 매출이 6~7% 성장했다고 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조제의약품 배달이 허용되면서 다른 필요 물품이나 일반약도 함께 배달하면서 매출이 성장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잠시 다른 얘기를 해볼까요?

2010년 자체창고, 로켓배송이라는 혁신적인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의 등장으로 온라인 유통업체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상당히 쇠퇴할꺼라 다들 예측했습니다. 

과연 예측대로 됐나요? 물론 한때 국내 유통시장을 좌지우지했던 이마트 등의 대형마트는 맥을 못추고 있지만, 동네편의점의 경우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 판매(가성비 있는 도시락, 1인용 신선제품과 생활용품 등), 택배와 금융 서비스 등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을 넘어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변신하면서 일상에 없어서는 안될 곳으로 변신하여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자주 찾아가고 있습니다. 
즉 뛰어난 접근성과 편의성, 소비 패턴 변화를 잘 파악한 동네편의점은 돌파구를 찾은 거지요.

약배달 불가(不可)에만 함몰되어, 아무 준비없이 반대만 하다가는 우리도 중국처럼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러는 동안 닥터나우 같은 ‘다면 플랫폼업체’들이 그 역할을 대신 하고 또 의료계나 거대 디지털 플랫폼들이 본인들이 유리한 쪽으로 분명 준비하고 끌고 갈 것입니다. 

그 책임은 도대체 누가 질 것인가요? 약사의 역할인 비대면투약을 ‘다면 플랫폼업체’에서 하는 것을 반대하고 막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비대면투약 자체를 반대 하다 보니 논리도 약하고 우리 약사의 역할마저 빼앗길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비대면진료에 따른 ‘비대면투약’은 어떻게 대처 하느냐에 따라 중국처럼 동네약국이 위축될 수도 있고, 일본처럼 지역약국이 되살아날 수도 있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현안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전략을 짜서 우선 시행해 보는 겁니다. 약사 주도로 비대면투약 시스템을 만들어 시작하고, 하다가 부족한 점은 개선하고, 약료는 공공의 영역에서 지켜져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하여 법제화도 해야 합니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서 대한약사회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다해 주시기를 충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비대면투약에 대한 개국약사님들의 고견을 듣는 시간을 조만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많은 참여와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 

플랫폼은 참여자의 참여방식에 따라 ‘다면 플랫폼’과 ‘단면 플랫폼’으로도 구분하는데, ‘다면 플랫폼’은 플랫폼에서 여러 사용자 그룹을 모아 이들 간의 상호작용과 거래를 촉진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을 취하며, 획득한 정보는 각 사용자가 소유하게 된다. 부동산중개소, 에어비앤비, 11번가나 G마켓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그에 반해 ‘단면 플랫폼’은 단일 사용자 또는 참가자 그룹을 제공하고 연결하는데 중점을 두어 사용자에게 특정 제품, 서비스 또는 컨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가치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직거래 형태를 취하므로 고객 정보는 플랫폼이 소유하게 된다. 이마트, 쿠팡, 마켓컬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궁극적으로 약국은 단면 플랫폼의 형태를 취해야 '정보의 주권'을 가져, 현재 택시업계가 카카오T라는 ‘다면 플랫폼’에 종속된 위험상황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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