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김원석 삼성서울병원 교수, 프랑코 카발리 국제림프종학회장
"CD30, 말초 T세포 림프종 진단 기준 아냐…36개 아형 별 양상 상이"
"제한적 국내 급여 기준 아쉽지만, 약제 등장 만으로도 큰 진전"

한국다케다제약은 지난 2월 3일과 16~17일 총 3일에 걸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온코 서밋 2024'를 개최했다. / 사진=한국다케다제약
한국다케다제약은 지난 2월 3일과 16~17일 총 3일에 걸쳐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온코 서밋 2024'를 개최했다. / 사진=한국다케다제약

CD30 타깃 항체약물접합체(ADC) '애드세트리스(Adcetrisㆍ성분 브렌툭시맙 베도틴, brentuximab vedotin)'를 통해 국내 말초T세포림프종 치료 환경이 20년 만에 큰 도약을 이뤘고, 향후 환자 맞춤형 연구를 통해 한 번 더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의견이 공유됐다.

글로벌 항암 분야 석학들이 모여 치료 지견을 논의하는 장인 '온코 서밋 2024(ONCO SUMMIT 2024)'가 지난 2월 3일, 16~17일 총 3일간 서울에서 개최됐다. 2018년부터 다케다제약 성장신흥사업부(GEM) 및 한국다케다제약이 연간 주최하고 있는 이 행사는 난소암, 다발골수종, 비소세포폐암, 림프종 등 4개 분야 세션이 운영되고 있다.

림프종 질환 분야에서는 지난달 17일 김원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국제림프종학회(ICML) 회장인 프랑코 카발리(Franco Cavalli) 교수(전 스위스 베른 의과대학 교수)가 림프종 세션 공동 좌장을 맡아 'ICML에서 논의된 최신 지견에 대한 심층 토론'을 부제로 세션을 진행했다. 특히 림프종의 반응 평가 기준인 '루가노 분류(Lugano classification)' 개정사항과 말초T세포림프종 영역의 치료 전략 및 향후 전망이 높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히트뉴스>는 김원석 교수, 프랑코 카발리 교수 등 두 좌장을 만나 올해 온코 서밋 림프종 세션 주요 내용과 국내와 스위스의 말초T세포림프종 치료 환경에 대한 지견을 들어봤다.

 인터뷰 대상자(Interviewee) 

김원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경력>
△ 2021년~현재 :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소장, CAR-T 세포 치료 센터 소장
△ 2010년~현재 :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 1997~1998년 :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학력>
△ 1999년 서울대 의과대학원 박사
△ 1995년 서울대 의과대학원 석사
△ 1990년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국제림프종학회 프랑코 카발리(Franco Cavalli) 교수

<경력>
△ 2012년~현재 :  스위스 공과학 전문 아카데미 상원의원
△ 2011년~현재 : 종양학연구소(IOR) 회장
△ 1997년~현재 : 국제림프절외림프종 연구그룹(IELSG) 창립자 및 코디네이터
△ 1981년~현재 : 국제림프종학회(ICML) 회장
△ 2004~2008년 : 국제암통제연합(UICC) 회장

<학력>
△ 1975~1978년 스위스 베른대학병원 혈액암·종양학 주임의
△ 1968년          스위스 베른대 의학 박사

 

히트뉴스는 지난달 16일 김원석 교수, 프랑코 카발리 교수 등 온코 서밋 두 좌장을 만나 올해 림프종 세션 주요 내용과 국내와 스위스의 말초T세포림프종 치료 환경에 대한 지견을 들어봤다. / 사진=황재선 기자
히트뉴스는 지난달 16일 김원석 교수, 프랑코 카발리 교수 등 온코 서밋 두 좌장을 만나 올해 림프종 세션 주요 내용과 국내와 스위스의 말초T세포림프종 치료 환경에 대한 지견을 들어봤다. / 사진=황재선 기자

 

카발리 교수님께서 계신 국제 림프종 학회는 어떤 곳인가요?

프랑코 카발리 교수(이하 카발리) : 1981년 국제림프종학회(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lignant LymphomaㆍICML)를 창설하고 학회장을 역임해 오며 많은 과학적 발전과 함께 림프종 분야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회는 질환 관련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고, 현재 림프종 치료에 주류를 이루는 임상진료지침(Practice)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ICML 회의에는 2년마다 80개국, 4000여명의 참가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데,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또 전날 지정된 인원들만 참여할 수 있는 비공개 워크숍(Closed Workshop)이 개최되는데, 림프종과 관련된 가장 뜨거운 주제들이 논의됩니다.

 

연구진들에게 '온코 서밋' 행사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김원석 교수(이하 김원석) : 온코 서밋은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연구자들에게 전 세계 최고 전문가들(experts)이 자신의 의견과 관점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여러 아시아 국가 연구자들이 유럽이나 미국계 연구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대면 회의 기회를 마련해 실질적인 의견을 청취하고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온코 서밋의 목표입니다.

카발리 : 이번 행사를 통해 아시아에서 말초T세포림프종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많이 듣고, 배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 참석했습니다. 세션을 통해 공유한 새로운 데이터에 대해서는 2가지로 나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림프종 질환 병기를 구분하는 루가노 분류를 어떻게 업데이트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림프종을 치료함에 있어서 치료의 방향성을 정하기 위한 방안들이었습니다. 세부적으로 PET 촬영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환자 특성에 맞춤화를 할 수 있도록 액체생검(liquid biopsy) 등과 같은 진단 단계가 중요하다는 점 등을 설명했습니다.

 

'말초T세포림프종' 관련 내용도 공유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질환인지, 진단·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해주세요.

김원석 :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림프구 중 성숙(maturity) 단계의 T세포는 흉선(thymus)에서 자기-비자기(self-non self) 구별 능력을 교육받습니다. 이 기간이 끝난 세포를 말초T세포라고 불리게 되고, 이 세포에 발생한 림프종을 말초T세포림프종이라고 통칭합니다.

현재 PTCL-NOS(분류되지 않은 말초T세포림프종), AITL(혈관 면역아세포 림프종), ALCL(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CTCL(피부T세포림프종) 등 약 36가지의 아형이 발견됐습니다.

진단은 발병한 조직을 검사하는 조직검사가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일반적인 염색체 검사만 했다면, 요즘에는 면역 염색체, 유전자, 유전자 발현 등을 다 통합한 검사가 이뤄집니다. 아형이 다양하다 보니 이를 잘 구별하기 위해 필요한 검사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말초T세포림프종 환자는 대개 항암 치료를 받게 됩니다. 다만 말초T세포림프종 환자의 60%는 결국 재발을 겪는데, 이 경우 대체로 부재 항암요법, 즉 이전에 사용하지 않은 항암제를 사용해 보고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고려해보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입니다. 첫 항암 이후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진행하게 될 경우 완치율은 약 40%를 밑도는 수준입니다.

이때 어떤 약제를 병용할지는 유형에 따라 달라집니다. 특히 ALCL의 경우에는 애드세트리스를 포함해 첫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성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말씀주신 애드세트리스는 CD30 타깃하는 ADC입니다.

CD30을 이 질환 대표 바이오마커라고 생각해도 좋을까요?

한국다케다제약 '애드세트리스' 제품사진
한국다케다제약의 '애드세트리스'

김원석 : 사실 CD30만으로는 말초T세포림프종 중 어떤 아형인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각각의 유전자 발현, 면역 염색, 유전자 변이 바이러스 감염 상태 등을 통합해 확인해야 해서 하나의 바이오마커로 진단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즉, CD30 양성으로 진단된다는 것은 단순히 양성으로 나타났다는 것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이것이 어떤 양상(pattern)으로 나타나는지 그리고 어떤 강도로 나타나는지 등 세부적인 정보를 살펴봐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CD30만이 아닌 반드시 추가적인 정보가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국내와 스위스에서는 말초T세포림프종 환자에게 어떤 치료 옵션을 활용하고 있나요?

카발리 : 스위스에서는 말초T세포림프종 환자의 CD30 양성률이 1% 이상일 경우, 애드세트리스 병용요법으로 1차 치료가 가능합니다. 사실 말초T세포림프종 치료 환경은 신약의 부재로 지난 15~20년 동안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약이 없는데, 논의해서 무엇하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드세트리스가 등장하면서 그 판도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ECHELON-2' 연구 ITT 환자군에서의 5년 무진행생존기간 / 사진=한국다케다제약
'ECHELON-2' 연구 ITT 환자군에서의 5년 무진행 생존기간 / 사진=한국다케다제약

애드세트리스는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CD30 양성 말초T세포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인 'ECHELON-2'를 통해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62.3개월로 CHOP군(사이클로포스파미드+독소루비신+빈크리스틴+프레드니솔론)의 23.8개월보다 2배 이상 길게 나타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PFS가 2배 이상 개선된다는 결과가 단일 약제를 통해 나타난다는 것은 림프종 치료 환경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입니다. 특히 호지킨 림프종은 유럽 쪽에서 발병률이 높아 스위스에서는 그 의미가 더 큽니다.

김원석 : 국내도 스위스와 비슷하게 과거에는 CHOP이나 GDP(젬시타빈+덱사메타손+시스플라틴) 요법과 같이 3-4개의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후  애드세트리스 실사용 데이터(RWD)가 나왔는데, 애드세트리스를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도 환자가 거의 완치에 도달한다는 사실이 발표돼 매우 놀랐습니다.

이전에는 항암제를 병용하면서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는데, 애드세트리스를 단독으로 사용하면서도 더 이상 치료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 경우에서까지 완치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지난 몇 십 년 간 정체된 치료 옵션을 뛰어넘는 상당히 큰 진전입니다.

 

각국의 애드세트리스 보험 급여 상황은 어떻게 되나요?

카발리 : 스위스의 경우, 어떤 약제를 사용했던 간에 보험사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기준은 CD30이 양성인 비율이 1% 이상이면 충족됩니다. 물론 이것이 전체적인 지급 기준을 다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양성의 비율은 질병의 경과나 진행 상태와 어떤 상관관계에 있어서 나타난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원석 : 사실 이 문제가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허가와 급여 사이에 공백(gap)이 있습니다. 이 기간 매우 힘들었지만, 급여가 결정된 이후에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서 큰 문제 없이 사용이 가능하며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결과(outcome)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현재 애드세트리스는 '이전에 치료받은 적이 없는 CD30 양성 말초T세포림프종 환자에서 화학요법제(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독소루비신+프레드니손)와의 병용요법' 적응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급여는 ALCL 등 일부 아형에서 매우 제한된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향후 다양한 말초T세포림프종 치료제들이 개발될 텐데, 어떤 방향성을 가지게 될까요?

카발리 :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알아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다. 다만 림프종 분야에서는 개별 맞춤화된 치료를 위해 PET 검사나 액체생검을 실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또 B세포림프종이나 백혈병에 주로 사용되던 CAR-T세포 치료제를 말초T세포림프종에도 사용될 수 있도록 연구 중에 있습니다. 이외에도 CD30 결합 항체+면역항암제 등 다양한 조합의 요법과 약물 전달 기전에 대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애드세트리스의 치료 효과를 더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림프종 환자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김원석  : 최근 기술의 발달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생물학적, 유전학적, 면역학적 지식이 축적되는 중입니다. 애드세트리스로 말초T세포림프종 치료 분야에서도 큰 도약이 발생했고, 앞으로도 새로운 생물학적, 유전적, 면역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해서 한 번 더 도약을 꾀하는 등 훨씬 좋은 결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환자분들께서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임상시험 참여를 통해 좋은 치료 성적을 기대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치료 현장에서는 더 이상 가능한 옵션이 없다고 할지라도, 임상 참여를 통해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이를 상의하고 치료 방법을 논의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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