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박재영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신세포암 '무증상' 특징, 전이·재발률 높아 조기 진단·치료 중요"
"카보메틱스 병용, 수니티닙 대비 PFS 2배, OS 10개월 이상 개선"

입센이 개발한 TKI(티로신 인산화효소 저해제) 계열의 치료제인 '카보메틱스(성분 카보잔티닙ㆍ사진)'가 2차 신세포암 치료제로 급여된 지 5년 동안, 환자들의 치료 환경을 크게 개선시켰다는 의견이 소개됐다.

카보메틱스는 VEGFR, MET, RET 및 TAM 계열(TYRO3, MER, AXL)을 포함한 다중 수용체 티로신 인산화효소(RTK)를 억제하는 '경구용' 제제다. 이 수용체 티로신 인산화효소들은 종양 발생, 전이, 종양 혈관 신생, 약물 내성, 면역 활동 조절 및 종양미세환경 유지와 같은 정상적인 세포 기능과 병리학적 과정에 모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보메틱스가 적응증으로 보유하고 있는 신세포암(RCC)은 신장암의 9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의 신장암이다. 2020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40만건 이상의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신세포암은 '무증상'이 특징이다. 의료기관에서 진단받을 때는 이미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침묵의 암'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암은 통상 남성에게 거의 2배나 더 흔하며, 사망자도 남성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 30%의 환자가 진행성 또는 전이성 신세포암으로 진단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초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암종이기도 하다.

2006년부터 이 질환의 표준요법은 '수니티닙(오리지널 제품명 수텐)'이 활용돼 왔다. 하지만 지난 2017년 2월 입센이 개발한 카보메틱스가 VEGF 표적요법 후 2차 치료 목적으로 국내에서 허가되며,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 움직임은 2019년 1월 카보메틱스가 급여등재되며 가속화됐다. 이와 함께 지난 2022년 3월 '니볼루맙(오리지널 제품명 옵디보)'과의 병용요법이 진행성 신세포암 환자의 1차 치료 목적으로 허가되면서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히트뉴스>는 이달 초 신장암 분야 토론의 장 'RCC 써밋(RCC Summit)' 행사를 마친 박재영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대한비뇨기종양학회 신암연구회 위원장)를 만나 카보메틱스가 가진 임상적 유용성과 국내 도입 후 치료 환경의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RCC 써밋에서는 어떤 내용이 논의됐나요?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박재영 교수(대한비뇨기종양학회 신암연구회 위원장)가 지난 3일 열린 'RCC 써밋(RCC Summit)' 행사를 마치고 히트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황재선 기자
박재영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대한비뇨기종양학회 신암연구회 위원장)가 지난 3일 열린 'RCC 써밋(RCC Summit)' 행사를 마치고 히트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황재선 기자

박재영 교수에 따르면, 올해 RCC 써밋에서는 전이성 신장암의 여러 치료 옵션 중 어떤 것이 환자에게 효과적일지 실제 증례를 바탕으로 실시간 현장 투표(Voting)가 진행됐다. 박 교수는 "약 3~5개 정도의 치료 옵션 보기가 있었다. 투표 결과가 외국 전문가들의 우선 권고 순위와 일치하는지 살펴보고, 특정 질환 및 상황에서 최선의 치료 방법에 대해 서로의 지식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며 "국소 신장암에 효과적인 치료 옵션과 더불어 뇌전이 치료 원리 및 효과, 신장암의 방사선 치료 효과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신세포암이 가지는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요?

박재영 교수는 먼저 신세포암은 다른 암종의 약물적 치료가 내과에서 진행되는 것과 달리 비뇨의학과에서 진료되는 영역인 점을 명확히 했다. 박 교수는 "환자들은 '신세포암'이라는 질환명을 듣고 신장내과로 가는 경우가 있다. 신장내과는 내과의 한 분야로 수술은 하지 않는데, 신장의 혹을 제거하는 것이 신세포암 분야의 표준치료 방법"이라며 "비뇨의학은 콩팥, 요관, 방광, 요도와 같이 소변의 생성과 이동부터 저장 및 배출까지의 기관들과 남성의 생식 관련 기관을 다루기 때문에 신장 혹 및 신장암 제거술은 외과의 한 분야인 비뇨의학과에서 담당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신세포암은 진료 영역 외에도 폐에 전이가 많이 되고, 림프절ㆍ간ㆍ뼈ㆍ부신ㆍ뇌 등 조직에도 원격 전이가 잘 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악성 종양이 폐에 전이될 경우 산소 교환이 이뤄지지 않아 호흡이 원활하지 않고, 간에 전이될 경우 소화나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등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으므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박 교수에 따르면 전이가 발생하기 전 1기나 2기에 수술적 제거를 할 경우 5년 생존율은 95% 이상이지만, 전이가 된 후에는 30%까지 하락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제거술이 필수적이다. 또 신세포암은 '전이'와 '재발'이 잦아 1차 치료에 실패한 신세포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개선할 수 있는 약물 치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박 교수는 "신세포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무증상'"이라며 "감각 신경이 예민하게 분포해 있지 않으니 작은 혹이 생겨도 몸에 이상이 있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환자가 병원을 가지 않고, 무증상이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조기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혹이 커져서 소변 배출 경로까지 침범하게 되면 혈류가 나타날 수 있고, 신장을 둘러싼 막을 자극할 경우 옆구리 통증이나 혹이 촉진될 수 있다. 이 경우는 초음파나 CT 등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신장암의 치료는 어떤 방법들이 있고,

글로벌 가이드라인들은 어떤 치료법을 권고하고 있나요?

개복하 부분 신절제술의 모식도 / 출처=국립암정보센터
개복하 부분 신절제술의 모식도 / 출처=국립암정보센터

박 교수는 신장암의 대표적 치료는 크게 외과적 수술, 신동맥색전술, 약물 요법 등 3가지가 활용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콩팥의 부분 절제와 전절제의 차이는 있겠지만, 1~3기 모두 수술적 치료를 진행한다. 최근 해외 연구 결과를 보면 3기의 경우 수술 후 보조적 약물 치료가 효과적이라고 밝혀졌다"며 "최근 신장암 분야에 효과적인 항암제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장암에 확실한 바이오마커가 규명된 것은 없다. 별도의 유전자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ASCO(미국임상종양학회)', 'NCCN(국립암종합네트워크)', 'ESMO(유럽종양학회)' 등 글로벌 종양학회들은 신장암 1, 2차 치료의 활용에 있어 카보메틱스 단일 또는 병용요법을 권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신장암은 암세포의 종류에 따라 '투명세포 신장암'이 75%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저위험군, 중간 및 고위험군으로 나뉜다. 3가지 위험군 모두에서 카보메틱스+니볼루맙 병용요법이 1차 치료제로 권고되며, 효과도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중간 및 고위험군 그룹은 카보메틱스 단일 약물만으로도 효과가 있어 1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고, '비투명세포 신장암'의 1차 치료제 역시 카보메틱스가 권장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효과 좋은 치료 약제들은 많지만, 2가지 이상의 약제를 병용투여하는 방식이 권고된다. 한 가지 약제만 써도 부작용이 생겨 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10~20% 정도 되는데, 2가지 약제를 같이 쓰면 부작용 발생 가능성 또한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반면 카보메틱스는 경구로 한 가지 약제만을 투여하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을 낮추고, 입원도 필요 없는 환자 편의성까지 고루 갖춘 치료 옵션"이라고 덧붙였다.

※ 박재영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인터뷰 기사가 발행된 이후 <히트뉴스>에 추가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해당 부분을 아래와 같이 싣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글로벌 가이드라인 기준일 뿐 국내에서는 급여기준이 제한돼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현재 국내에 허가된 2차 치료요법 중 급여가 적용되는 약제들이 많지 않고, 특히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를 사용한 이후 또는 비투명세포암의 2차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상황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예를 들어 1차요법으로 면역항암제가 도입된 이후 2차 요법으로 카보메틱스가 사용될 수 있도록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업데이트 돼 왔지만, 국내 급여 기준은 과거 임상시험 자료만을 근거로 '1차에 VEGFR TKI를 사용한 환자에 대해서만 2차 후속요법으로 카보메틱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면서 "다른 한 예로, 비투명세포암의 경우 역시 올해 NCCN 가이드라인에서 카보메틱스만이 유일한 권고 사항으로 변경됐으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수니티닙만이 1차 급여 약제로 사용되고 있어 국내와 글로벌 가이드라인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카보메틱스 병용요법 주요 임상인 'CHECKMATE-9ER' 연구의

주목할 만한 데이터를 소개해 주세요.

CHECKMATE-9ER 연구 4년 시점 주요 데이터 / 출처=URO TODAY
CHECKMATE-9ER 연구 4년 시점 주요 데이터 / 출처=URO TODAY

박재영 교수는 "카보메틱스는 이미 3상 임상인 'METEOR' 연구를 통해 항암 3대 지표인 OS(전체 생존기간), PFS(무진행 생존기간), ORR(객관적 반응률) 모두에서 다른 치료제 대비 유의미한 임상적 효과를 입증한 TKI 치료제"라며 "최근 ASCO 비뇨기생식기 심포지엄(ASCO GU)에서는 글로벌 3상 임상인 CHECKMATE-9ER 연구의 4년 연장 데이터가 소개됐다"고 말했다.

해당 임상시험계획에 따르면, 연구진은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진행성 신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카보메틱스+니볼루맙 병용요법과 수니티닙 요법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연구했다. 박 교수는 "OS 중앙값 55.6개월의 추적 관찰 결과, 카보메틱스와 니볼루맙 병용요법은 46.5개월, 수니티닙은 36.0개월로 병용요법이 10.5개월의 개선을 보였다"며 "이는 약 23%의 사망 위험을 낮춘 것(HR 0.77, 95% CI: 0.63~0.95)"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PFS 중앙값은 16.4개월 대 8.4개월로, 병용요법이 수니티닙 투여군의 2배에 가까운 개선을 보이며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2% 낮췄다(HR 0.58, 95% CI: 0.49~0.70)"고 덧붙였다.

안전성 프로파일 측면에서도 손과 발의 색상 변화나 통증을 호소하는 '핸드풋신드롬(hand-foot syndrome)', 피로감, 소화 불량 등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모두 관리가 가능한(manageable) 부분이라는 것이 박 교수의 의견이다. 박 교수는 "이전의 표준치료 약제였던 수니티닙에 비해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2배 이상 혹은 생존기간(OS)이 10개월 이상 차이 나는 점은 환자들이 보다 더 편안한 상태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기에 환자들에게 이보다 더 큰 이득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보메틱스 출시 전·후 치료 환경 변화를 체감하시나요?

박재영 교수는 "전이성 신장암 환자는 하나의 약으로 영원히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재발되는 경우가 많다. 즉 2, 3번째 약제들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따라 환자의 PFS 혹은 OS 등이 결정되는데, 좋은 치료 옵션들이 다양하다면 환자들의 예후는 좋아지는 것"이라며 "신장암 분야에서는 카보메틱스가 그런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카보메틱스 이전에 사용되던 약제의 경우 3개월마다 CT를 찍어 효과 여부를 평가했을 때, 약물을 투여 중임에도 불구하고 종양의 크기가 점점 커지는 진행성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서 "카보메틱스를 투여한 환자는 혹 크기가 더 커지지 않고 적어도 그대로 유지되는 결과를 많이 경험할 수 있어 이전 약제보다 확실히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교수는 이런 임상 환경의 개선에도 현재 니볼루맙 제제와의 1차 병용요법으로는 급여가 되지 않아 사용에 제한이 되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그는 "카보메틱스 병용요법을 외국 가이드라인에서 모두 1차 치료요법으로 권고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국내에서는 급여가 등재되지 않아 환자들에게 사용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전이성 신장암 환자들에게는 무척 아쉬운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국내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보험당국에 제언하신다면요?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박재영 교수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박재영 교수

박재영 교수는 국가 보험정책에 있어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보험재정과 그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질환별 유병 환자 수' 등 객관적인 근거 아래 이뤄져야 하고, 최신 지견이 최대한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은 장기 데이터 평가를 통해 급여 여부를 재설정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과거의 급여 제도를 수정하지 않다 보니 새로운 약제가 등재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아울러 "정책 결정에 있어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좀 더 들어줬으면 한다"며 "전문가들 또한 필요한 바를 근거와 함께 당국에 보고하고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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