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딩' 병원 쏠림현상 강화...한방보다 7.8배 더 많아

[분석] 수가 추가소요재정 연도별 배분 내역

건강보험 수가계약은 인상률을 확인하는 것만큼이나 그에 따른 추가 재정소요액이 얼마나 되는 지 들춰보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 유형별로 돌아갈 수가인상의 실질적인 효과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수가의 경우 추가 소요재정의 절반 가량을 병원이 차지해 배분에 있어서 쏠림과 양극화를 한층 더 강화시켰다는 분석이다.

3일 히트뉴스는 이른바 '밴딩'으로 불리는 추가재정소요액이 그동안 어떻게 배분돼 왔는 지 분석해 봤다.

먼저 내년도 수가(환산지수) 인상률부터 보자. 유형별로 병원 2.1%, 한방 3%, 약국 3.1%(3.2%와 동일), 조산원 3.7%, 보건기관 2.8% 등으로 5개 유형의 협상이 타결됐다. 반면 의원과 치과는 건강보험공단이 각각 2.7%와 2.1%를 최종안으로 제시했는데, 의사협회와 치과의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아 결렬됐다. 의원과 치과 인상률은 이달 중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인 데 진통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내년도 보험수가 평균 인상률은 2.37%이고, 유형별로 조산원 3.7%, 약국 3.1%, 한방 3%, 보건기관 2.8%, 병원 2.1% 순으로 인상률을 비교해 줄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각 유형마다 환산지수 1%에 해당하는 추가 소요재정 금액을 대입하면 각 유형에 돌아가는 실질적인 배분액 순위를 확 바뀐다.

1% 인상 재정소요액, 병원 2230억-약국 304억

일단 내년도 환산지수 협상에서 산출된 유형별 1% 추가 소요재정(점유율이 미미한 보건기관과 조산원 제외)은 병원 2230억원, 의원 1048억원, 치과 332억원, 한방 198억원, 약국 304억원으로 차이가 적지 않다. 병원과 한방은 11배나 격차가 난다. 추가 소요재정을 동일하게 맞추려면 병원이 1% 인상될 때 한방은 11% 이상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반영해 내년도 추가 소요재정 9758억을 배분하면, 병원 4683억원, 의원 2829억원(공단 최종 제시안 반영), 치과 697억원(공단 최종 제시안 반영), 한방 594억원, 약국 942억원이 된다. 점유율로는 병원 48%, 의원 30%, 약국 9.7%, 치과 7.1%, 한방 6% 순으로 줄을 세울 수 있다. 어쨌든 병원이 추가 소요재정의 절반 가량, 의원을 포함하면 병의원이 78%를 사실상 독식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엔 어땠을까. 히트뉴스가 병원, 의원, 약국 3개 유형의 '2015~2019년도분' 수가인상률과 추가 소요재정 배분율 등을 분석했더니 밴딩 배분에 있어서 병원의 점유율은 등락을 반복했지만 40% 이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었고, 의원과 약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인상률에도 불구하고 밴딩 점유율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밴딩 점유율...병원 40%·의원 30%·약국 9.7%

실제 병원 인상률은 2015년 1.7%, 2016년 1.4%, 2017년 1.8%, 2018년 1.7%, 2019년 2.1% 등으로 1%대에서 억제돼 오다가 내년도 수가를 정하는 올해 협상에서 2%대에 진입했다. 밴딩점유율은 2015년 47.1%까지 올라갔다가 2016년 38.7%로 최저점을 찍었고, 2019년 48%로 껑충 뛰어 올랐다.

의원의 경우 같은 기간 연평균 2.96%로 수가 인상률이 다른 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협상이 결렬된 건보공단의 내년도 최종 제시율이 2.7%인 것만 빼고는 줄곧 3% 전후 수준을 유지해왔다. 2017년과 2018년이 각각 3.1%로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밴딩 점유율은 2015년 40%, 2016년 37.8%, 2017년 33.9%, 2018년 34.4% 등으로 나타나 2018년분 협상에서 살짝 반등세를 보인 양상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건보공단 제시율을 반영하면 내년도 추가 소요재정 점유율은 30%로 더 낮아진다.

약국 역시 2015년 3.1%, 2016년 3%, 2017년 3.5%, 2018년 2.9%, 2019년 3.1% 등 연평균 3.14%로, 다른 유형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인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밴딩점유율은 12.2%, 11.6%, 11%, 9.7% 등으로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의원·약국 밴딩 점유율 점진적 하락 고착화
"총액관리 합의없는 퍼주기...실망스런 결과"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건강보험 전체 소요재정에서 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갈수록 커지면서 수가인상에 따른 추가 소요재정도 병원쏠림이 강화되고 의원이나 약국이 점차 감소하는 경향이 고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내년도 수가협상에서는 그동안 1% 중후반대로 억제해 온 병원 수가인상률을 2%대로 높여 재정배분에서 양극화를 더 강화시킨 측면이 있다"면서 "문재인케어를 통해 중대형 병원에 배분될 재정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달체계 측면에서  적절한 접근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건강보험 전문가도 "이번 수가협상 결과를 보면 문재인케어를 감안했을 때 병원에 집중된 '중복', '이중 보상적' 성격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석에 비춰보면 사실은 아니겠지만 이번 수가협상에서 문재인케어에 협력적인 병원과 그렇지 않은 의원을 차별했다는 말이 세간에 도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 전문가는 또 "문재인케어 내용을 보면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안이 준비돼 있지 않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독을 고치려면 처방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안되면 문재인케어 성공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 "합리적인 해법이 총액관리 기법을 도입하는 것인데 그런 노력없이 병원 퍼주기에 그쳤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결과는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한편 히트뉴스는 유형별로 개별 요양기관에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밴딩은 어느 수준이지도 들여다 봤다. 유형별 밴딩을 기관수(올해 3월기준)로 나눈 단순한 산술적 방법으로 산출한 결과다. 유형별 기관당 추가 재정소요액, 다른 말로는 기관당 2019년 추가 재정 배분액은 병원 1억3979만원, 의원 907만원, 치과 399만원, 한방 420만원, 약국 431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의원과 치과는 역시 건보공단 최종 제시안을 반영한 것이어서 수가 인상률이 최종 결정되면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월평균(25일 적용)으로 환산하면 병원 559만원, 의원 36만원, 치과 16만원, 한방 17만원, 약국 17만원으로 나타났다. 약국 수가인상률은 3.1 또는 3.2%로 의원에 대한 건보공단 최종 제시안 2.7%와 비교해 0.4~0.5% 더 높지만 기관당 배분액은 거꾸로 의원이 2배 이상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