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럭스타그램 | 일라이릴리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

CDK 4&6 억제제 중 유일한 조기 유방암 환자 치료옵션
이문희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미니인터뷰

한눈에 보는 버제니오
한눈에 보는 버제니오

[끝까지HIT 8호] '유방암'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환자를 보유한 암종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그 비율은 암 환자의 12%에 달하고, 그 수는 2020년 기준 230만명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질환은 유방암 관련 유전자 발현 유무로 세부 아형들을 나눌 수 있는데, '호르몬 수용체(HR)'와 '인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HER2)'의 발현이 주요한 기준이 된다.

아형 중에서도 전체 유방암의 약 73% 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HR+/HER2- 유방암이다. 2번째로 많은 삼중음성유방암 환자가 약 13%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환자수가 이 아형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방암의 치료는 환자의 발생 연령, 병기, 암의 병리학적 특성, 환자의 전신, 심리 상태 등을 고려해 수술, 방사선 치료, 전신요법(항암화학요법, 내분비 치료, 표적치료) 중에서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치료 방법 중에서 HR+/HER2- 유방암을 타깃하는 대표적인 표적 치료제로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버제니오(성분 아베마시클립)'가 있다. 이 치료제는 세포 분열과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사이클린 의존성 카이네이즈(Cyclin dependent kinase·CDK) 4&6'를 선별적으로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막는 작용기전을 가진다.

<끝까지 HIT>는 HR+/HER2- 유방암 타깃 항암제인 '버제니오'가 가진 국내 허가 사항부터 그 근거가 되는 주요 임상 결과 그리고 임상 현장의 목소리까지 '드럭스타그램(Drug-stagram)'으로 담아봤다.

 

버제니오,

CDK 4&6 억제제 중 유일한 조기 유방암 환자 치료옵션

버제니오는 2023년 12월 기준 국내에 HR+/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림프절 양성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허가돼 있다.

적응증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HR+/ 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의 경우 △폐경 후 여성의 경우 1차 내분비 기반 요법으로서 ‘아로마테이즈(Aromatase) 억제제'와 병용요법 △내분비요법 후 질병이 진행된 HR+/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여성의 치료를 위해 '풀베스트 란트(제품명 파슬로덱스)'와 병용요법 등에 사용할 수 있다.

HR+/HER2- 림프절 양성 재발 고위험 조기 성인 환자는 보조 치료로서 내분비요법과 병용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단 폐경 전 또는 폐경 이행기 여성의 경우 아로마테이즈 억제제 내분비요법은 황체 형성호르몬분비호르몬(LHRH) 작용제와 병용해야 한다. 버제니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림프절 양성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의 보조요법으로 허가된 약제다. 최근에 와서 한국, 일본, 대만 등의 동아시아 환자들은 젊은 나이에 유방암이 많이 발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그만큼 버제니오가 보조요법 치료제로서 국내에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60대가 조기 유방암이 주로 발생하는 연령인 반면, 우리나라는 30에서 50대까지 더 젊은 층에서 유병률이 높은 경향이 있다. 학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조기 유방암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를 주기적인 건강검진으로 꼽기도 한다.

버제니오는 2년간 매일 복용해야 한다. 버제니오와 유사한 CDK 4&6 억제제들은 보통 3주 복용 후 1주간 휴약기를 갖는 28일 주기인데 반해, 버제니오는 휴약기 없이 매일 복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환자 입장에서도 약 복용 시기를 놓칠 위험이 적다는 점에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기 유방암 환자는 상태에 따라 방사선 치료를 진행하거나 끝난 뒤 내분비요법을 진행한다. 버제니오 포함 요법의 경우, 첫 2년 동안은 버제니오와 내분비요법을 함께 시행하고, 그 이후 5~8년간은 내분비요법만을 진행하게 된다.

버제니오 투여군과 대조군의 5년차 IDFS 결과
버제니오 투여군과 대조군의 5년차 IDFS 결과
monarchE 코호트1 버제니오 투여군과 대조군의 5년차 DRFS 결과
monarchE 코호트1 버제니오 투여군과 대조군의 5년차 DRFS 결과

버제니오는 지난 10월 진행된 유럽종양학회(ESMO) 연례학술대회에서 'monarchE' 5년 추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버제니오 2년 치료를 마친 후 3년이 지 난 연구 5년차 시점에도 대조군과의 효과 차이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 다(monarchE 코호트 1 기준).

버제니오 투여군과 대조군의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IDFS)' 절대값의 차이는 △2년차 3.2% △3년차 5.1% △4년차 6.4% △5년차 7.9%로 시간에 따라 점차 증가했으며, 버제니오 투여군은 5년차에 재발 및 사망 위험을 약 33%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됐다(p<0.001). 원격 무재발 생존율(DRFS) 또한 2년차 2.9%에서 5년차에 7.1%까지 벌어졌으며, 원격 전이 및 사망 위험은 약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 났다(p<0.001).

아직 전체 생존(OS) 데이터는 성숙하지 않은 상태로(HR=0.903, 95% CI : 0.749-1.088; p=0.284), 사망자의 경우 버제니오 투여군은 208명(2808명 중 7.4%)으로, 내분비요법군 234명(2829명 중 8.3%)에 비해 적었다. 또 전이성 질환으로 발전한 환자는 내분비요법군이 269명으로, 병용군 138명과 비교할 때 약 2배 가까이 차이가 발생했다.

가장 빈번한 부작용(AE)은 병용군의 경우 △설사 △ 호중구 감소 △피로 등이었고, 이들은 관리 가능한(manageable) 수준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미니 인터뷰  이문희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전문인 소견으로 임상적 가치가 와닿습니다"

 

학력
2002 한림대 의학박사
1996 한림대 의학석사 
1992 한림대 의학과 졸업

경력
2023 ~ 現 인하대병원 내과부장
2023 ~ 現 인하대병원 진료전략실장
2022 ~ 23 인하대병원 의료평가실장
2018 ~ 22 인하대병원 진료지원 2실장
2017 ~ 23 인하대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 센터장
* 2020년 제8회 '호스피스의 날'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버제니오 허가 사항에 따르면, '림프절 양성'의 재발 위험이 높은 조기 유방암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림프절 양성 여부와 재발 위험성 간 어떠한 연관성이 있나요?

"조기 유방암은 보통 병기 1~2기를 의미하며, 3기부터는 진행성 유방암으로 구분합니다. 또 조기 유방암은 재발 고위 험 조기 유방암과 재발 저위험 조기 유방암으로 나뉩니다.

물론, 병기가 같다고 해서 모두 같은 유방암은 아닙니다. 환자들 중에서도 재발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재발 고위험 환자'들이 있는데, 종양 크기 5㎝ 이하인 유방암 2기를 기준으로 한다면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 △종양 등급이 3단계 정도에 해당하는 경우 △'암세포 활성도(Ki-67)'가 20% 이상인 경우를 재발 고위험 유방암이라고 합니다. 특히 종양 크기가 5㎝ 이상인 경우는 림프절 전이가 없더라도 재발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Ki-67란?  이 수치는 0~100%의 범위를 가진다. 이문희 교수는 이 개념을 환자들에게 설명할 때 '자동차 속도'에 비유한다. 그만큼 Ki-67 수치가 높다는 것은 암이 자라는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로, 그 기준으로 설정한 20% 이상일 경우 '공격적인 암'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요인 중에서도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것이 바로 림프절 전이 개수이며, 림프절 양성은 '재발 고위험군'을 판단하는 기준 중 가장 강력한 요소입니다. 림프절 전이가 단 하나라도 있으면 림프절 양성에 해당하며, 그 중에서도 림프절 전이가 4개 이상인 경우 재발률이 더 높게 예측됩니다."

 

실제 조기 유방암 환자를 진료하신 경험에 비춰볼 때,

재발률은 어느 정도이며, 이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환자에 따라 다르나 재발률은 위험 요인 보유 개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재발 위험 요인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종양 등급이 1~2기로 낮더라도 재발률이 50%를 넘습니다. 일반적인 고형암은 암 치료 후 5년간의 경과 관찰에서 재발 위험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에 완치 판정을 내리는 반면, HR+ 유형의 유방암은 약 5%의 환자에서 10년 이후에도 재발하기 때문에 완치 판정을 위해 10년 이상 추적 관찰을 시행합니다.

이렇듯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은 멀리 보고 치료해야 하는 암이기 때문에, 버제니오와 같이 초기에 재발률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옵션을 사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HR+/HER2- 림프절 양성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치료제로 허가된 버제니오의 monarchE 임상 RWE(실사용증거) 연구에 따르면, 재발 고위험군의 5년 재발률(29.8%)은 저위험 환자군(9.1%)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조기 유방암에서 버제니오의 장기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monarchE 5년 추적 연구 데이터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보조요법은 수술을 마치고 암이 없어진 상태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이므로, 환자 입장에서는 병이 호전되고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지표가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방암은 유방에 다시 재발하는 '국소 재발'과 간, 폐 등 전이되는 '원격 재발'을 모두 확인해야 하는데, 침윤성 정도를 평가하는 IDFS(침습적 무질병 생존율), 원격 전이 여부를 평가하는 DRFS(무재발 생존율)를 주요 평가변수로 설정합니다. 그런 점에서 monarchE 연구에서 나타난 버제니오 투여군과 대조군 간 IDFS와 DRFS의 차이뿐만 아니라 대조군 대비 상대 위험비(hazard ratio, HR) 를 약 0.6 수준으로 낮췄다는 점은 중요한 결과입니다.

또 버제니오는 시간이 갈수록 대조군 대비 감소 정도가 더 커진다는 점에서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입장에서 그 임상적 가치가 더 와닿습니다."

 

조기 유방암 환자의 완치 및 재발 관리 측면에서,

20년 만에 새롭게 등장한 치료옵션인 버제니오의 임상적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과거 20년 동안 재발률이 높은 HR+/HER2- 조기 유방암 환자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치료옵션은 내분비요법 뿐 이어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러던 중 CDK 4&6 억제제들이 출시되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도 버제니오는 임상 연구를 통해 내분비요법과 병용하는 조기 유방암의 수술 후 보 조요법으로서 이점이 확인된 첫 번째 사례였습니다.

그 후로 비슷한 다른 치료제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지만, 가장 먼저 치료옵션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큰 획을 그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버제니오는 처음에 HR+/HER2- 전이성 유방 암 치료에 사용되던 약제였는데, 전이성 유방암 치료시에도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 중앙값이 기존 내분비요법보다 2배 긴 28개월에 달해 환자들도 그 유효성에 익숙해졌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버제니오를 먼저 사용함으로써 27개월 동안 머리카락도 빠지지 않고, 백혈구도 크게 감소하지 않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후 세포독성항암제 치료 단계로 넘어가는 환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이는 앞선 버제니오 치료의 효과가 좋아서 나타나는 반응이라고 판단됩니다. 조기 유방암에서의 버제니오 사용은 아직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가 미성숙한 상황이지만, 버제니오는 확실히 재발까지의 시간을 벌어주고 환자의 결과값 측면에서도 훨씬 개선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조기 유방암 치료를 어떻게 권고하고 있나요?

"한국유방암학회 가이드라인은 ESMO와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모두 반영하고 있습 니다. 혈액종양내과에서 고려하는 가이드라인도 이와 거의 동일하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이 가이드라인들이 HR+/ HER2- 조기 유방암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버제니오를 권고하고 있지만, 버제니오는 아직 국내에선 급여가 적용되지 않은 상황인 관계로 환자들이 이를 치료옵션으로서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큰 경우는 보험에서 규정하는 치료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버제니오 사용 기준에 맞는 10명에게 버제니오를 권하면 실제로 사용하는 환자는 약 2~3명에 불과하고, 해당 환자들도 개인적으로 가입한 실비보험으로 보상받는 등 온전히 본인이 비용을 부담하는 환자는 매우 찾기 어렵습니다.

조기 유방암의 수술 후 보조요법은 3~5년 이후의 재발을 대비하는 치료인데, 그 필요성을 당장 공감하지 못하는 국내 상황에 의료진으로서 안타깝습니다. 유방암이 추후 재발된 뒤 소요되는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하면, 사전에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더 비용 대비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조기 유방암 환자들에게 당부 또는 조언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혈액종양내과에서 종양학자들이 제시하는 유방암 항암 치료법은 사실로 받아들여도 되는 수준입니다. 그러므로 유방암 환자들께서도 주치의들이 제시하는 치료법을 사실로 인지하고 잘 따라오시면 좋겠습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환자들도 임상 연구에 많이 참여해 버제니오 출시라는 성과를 견인했습니다. 이처럼 주치의들이 좋은 임상 연구를 제시했을 때 환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믿고 시도해보면, 몇 년 후에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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