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변리사의 사례로 보는 바이오·의료기기 1등 기업의 성장 법칙 ②

위포커스 특허법률사무소 김성현 대표 변리사
위포커스 특허법률사무소 김성현 대표 변리사

"동사가 제시한 핵심 기술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특허는 OOO이 유일하다. 따라서 현재 동사의 특허는 핵심 기술을 전반적으로 보호하지 못한다."

전문평가기관이 40여 건의 특허(출원 및 등록 포함)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내린 평가다. 특허에 대한 부정적인 코멘트는 여러 평가 항목에서 재등장했다. 이 기업의 상장을 주관했던 모 증권사의 팀장이 특허 부실을 주요 실패 원인으로 꼽을 정도였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전문평가기관이 기업의 특허를 평가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성ㆍ사업성이 우수한 기업들에 재무 요건을 면제시켜 줌으로써 상장 시기를 앞당겨 주는 제도다. 기술성과 시장성을 함께 평가하지만, 바이오나 의료기기와 같은 산업 분야의 경우 기술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기술성을 평가하는 순서와 원리는 이렇다. 먼저 사업화 단계에 따른 핵심 기술 개발 진행 정도를 평가해 '얼마나 완성된 기술'인지 들여다본다. 기술의 완성도가 충분하면 이제 기술의 경쟁우위도를 평가할 차례다. 경쟁우위도는 결국 타 기술 대비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후발 업체가 모방을 통해서 대상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어려운지를 평가한다.

타 기술의 핵심 성능을 향상시키는 수준의 완성도와 경쟁 우위로는 기술 평가의 높은 문턱을 넘기 어렵다. 기술특례상장의 인센티브는 존속적 혁신보다는 파괴적 혁신과 어울린다. 구세대 기술이 만든 성능 축을 연장할 것이 아니라 차별화를 통해 새롭게 축을 만들고, 그것을 중심으로 우위를 설명하는 것이 유리하다. 여기까지 잘 왔는데, 모방난이도가 낮다면, 즉 경쟁 기업들이 손쉽게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구축돼 있지 않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기술적인 '우위'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특허는 사업에 있어서도 기술특례상장에 있어서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기술특례 전문평가기관이 기업의 특허를 평가할 때 집중해서 보는 3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다다익선"은 특허를 평가할 때도 통용되는 법칙이다. 바이오 소부장이나 인공지능(AI), 의료기기 기업은 특허가 꽤 많다. 체외진단기업인 노을의 경우 상장 시점에 31건의 특허를 등록하고, 49건의 특허출원을 보유했다. 루닛의 경우 보유한 특허(출원 포함)가 145건에 달했다. 바이오 플라즈마 기업 플라즈맵의 경우 해외 특허까지 포함해 174건에 달했다.

기술특례상장을 통과한 기업들은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해서 특허 출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공통된 패턴을 가진다. 업력이 오래된 일부 예외 사례에 해당하는 기업도 있지만, 기업들 대부분은 상장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특허 전략, 체계, 로드맵을 수립하고 특허를 많이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최고', '최대' 또는 '최다'와 같은 프레이밍을 위해 특허 출원 건수를 늘리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동종업계에서 경쟁 기업을 압도할 정도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면, 전문평가기관뿐만 아니라 상장 이전 단계에서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에게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특허의 내용과 향후 활용 계획을 적극적으로 공시하는 기업도 존재한다.

두 번째, 실제로 주력 제품에 '적용된' 특허인지를 살핀다. 앞서 10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상장기업 사례를 제시했지만, 평가위원이 평가하는 것은 기업이 보유한 모든 특허가 아니라 평가 대상 기술인 핵심 기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특허다. (특허 관리를 잘못한 기업의 경우라면) 어쩌면 그 같은 특허가 한두 개뿐일지도 모른다. 대부분 평가기관의 바깥에서 섭외된 외부 평가위원의 경우 기술 평가에 많은 시간을 쏟기 어렵다.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보더라도 평가기관은 2~3개의 핵심 특허를 선택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기업의 과제는 청구항이 형성하는 권리 범위가 넓고, 회피 설계가 상당히 어려울 정도의 핵심 특허를 최소 몇 개는 만들어 두는 것이 된다. 그리고 실제로 핵심 특허는 주력 제품과 매칭돼야 한다. 기술특례상장에서 기술성과 시장성을 함께 평가하는 이유는 대상 기업이 '좋은 시장이 있고, 좋은 기술을 가지고 그 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갖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언급한 특허 건수보다는 제품과의 매칭이 더 중요하다. 제품화를 마친 핵심 특허를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논문을 그대로 베껴 쓰거나 국책과제의 연구 성과를 목표로 받아둔 특허라면 제품과의 매칭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 '타깃 시장'에 특허를 유효하게 확보하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거래소는 '사업화 지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는 현재 제품을 판매 중인 지역 외에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국가도 포함된다. 최근에는 동유럽, 동남아, 중동, 남미 등 신흥 시장에 거점을 두고 글로벌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이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주요 지재권 국가는 아니지만, 실제 제품을 공급하고 수출 실적을 확보하고 있다면 미리미리 특허를 확보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의 경우 우선심사를 활용할 경우 통상 1년 안에 특허 등록까지 마칠 수 있지만, 우선심사 제도가 없는 국가도 있고 심사기간이 장기간 지연되는 국가들도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3극 특허라고 해 미국ㆍ일본ㆍ유럽의 특허청에 모두 등록된 특허를 확보하는 것을 추천하기도 하지만, 필자는 반대 입장이다. 수천만원의 비용과 수년의 기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자원은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

그밖에 경쟁사의 특허 동향 또는 FTO(free to operate)에 대한 분석을 수행했는지도 평가 대상이다. FTO는 '특정 기술을 사용하는 자가 타인의 권리(특허)를 침해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즉, FTO 업무는 특허 침해 리스크를 분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오나 의료기기와 같이 특허 분쟁 성향이나 소송 리스크가 높은 분야에서는 필수적인 항목이다. 특허 분쟁 및 특허 소유권 문제 등으로 인해 4전 5기 끝에 상장한 툴젠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성현 변리사는 누구 

한양대에서 정보통신을 전공하고, 고려대에서 기술경영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에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이래 삼성전자ㆍ카카오 등 주요 대기업의 업무를 수행하고, 2015년부터 스타트업 전문 변리사로 활동 중이다. 기술보증기금과 한국기업데이터의 기술평가 자문위원을 역임한 바 있으며, AI와 소부장 분야 기업의 상장 준비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최고책임자와 특허 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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