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 치료제 2건과 또 다른 유전자 치료제 허가
신약인데, 신약이 아니기도한 '아이도즈 TR'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 소식입니다. 유전자 편집 치료제인 '카스게비(CASGEVY)'와 '리프제니아(LYFGENIA)' 소식으로 들썩이며 시작해, 또다른 형태의 유전자 치료제인 '와이누아(WAINUA)'로 끝맺은 한 달이었습니다.

'필수베즈(FILSUVEZ)'도 시장에 발을 딛으며 천연물 신약이 아직 건재함을 과시했고, 신약인데 신약이 아니기도 한 '아이도즈 TR(IDOSE TR)'도 첫 선을 보였습니다. 노바티스(Novartis)의 야심작 '파발타(FABHALTA)'와 US월드메즈(US WorldMeds)의 '아윌핀(IWILFIN)'까지, 총 7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① 카스게비(CASGEVY) 

성분 '엑사감글로진 오토템셀(Exagamglogene Autotemcel·Exa-Cel)'


12월의 주인공 격인 신약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11월에도 주인공이었습니다. '크리스퍼캐스나인(CRISPR/Cas9) 기술'을 활용한 최초의 치료제인 '카스게비'는 11월말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의 조건부 판매허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FDA에서도 낫형세포병(Sickle Cell DiseaseㆍSCD)을 적응증으로 허가를 내줬습니다.

카스게비는 생체 외(ex-vivo) 자기유래(autologous) CRISPR/Cas9 치료제로, 환자의 조혈모세포 유전자를 편집해 적혈구 내 태아혈색소(HbF) 수치를 상승시킵니다. 편집 대상인 유전자는 HbF 생성을 막는 'BCL11A'로, 카스게비에 의해 해당 유전자가 제거되면서 HbF 생성이 재개됩니다. 다만 유전자 편집이란 혁신적인 기전보다 더 놀라운 건 가격일 텐데요. 환자당 200만달러(약 26억원)로 책정됐습니다.

 

 ② 리프제니아(LYFGENIA) 

성분 '로보티베글로진 오토템셀(Lovotibeglogene Autotemcel·Lovo-Cel)'


카스게비를 이야기했다면 블루버드바이오(Bluebird Bio)의 '리프제니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애초에 두 약은 같은 날 FDA 승인을 얻어낸 데다 적응증까지 같습니다. 작용기전에선 차이가 있는데요. 카스게비는 CRISPR/Cas9로 BCL11A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식이지만, 리프제니아는 렌티바이러스(Lentivirus)로 베타-글로빈 유전자를 삽입해 약효를 발휘합니다. 해당 유전자가 삽입된 조혈모세포는 정상적인 헤모글로빈 A(HbA)를 생성하게 됩니다.

리프제니아의 가격도 어마어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카스게비보다 약 40% 비싼 300만달러(약 38억원)입니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카스게비와 리프제니아의 안전성과 약효가 비슷한 수준이라 여기고 있어, 가격 면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관측도 보입니다. 블루버드바이오의 시장 진입 전략이 어떻게 짜일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③ 파발타(FABHALTA) 

성분 '입타코판 하이드로클로라이드(Iptacopan Hydrochloride)'


'파발타'는 노바티스(Novartis)가 개발한 '발작성 야간 혈색뇨증(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ㆍPNH)'에 대한 첫 경구용 치료제입니다. 표준 치료제가 이미 있기는 하지만, 둘 다 주사제로만 투여가 가능한 탓에 불편함이 있습니다. 이 둘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솔리리스(SOLIRISㆍ성분 에쿨리주맙 Eculizumab)'와 '울토미리스(ULTOMIRISㆍ성분 라불리주맙 Ravulizumab)'입니다.

파발타는 노바티스의 야심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추가 적응증까지 고려하면, 최대 매출이 30억달러(약 3조8000억원)를 상회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노바티스는 이번에 허가된 PNH 외에도 △버거스병(Berger's Disease)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Atypical Hemolytic Uremic SyndromeㆍaHUS) △복합체매개 막성 증식성 사구체신염(immune complex membranoproliferative glomerulonephritisㆍIC-MPGN)에 대한 적응증 확대를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④ 아윌핀(IWILFIN) 

성분 '에플로니틴 하이드로클로라이드(Eflornithine Hydrochloride)'


신경모세포종(Neuroblastoma)은 관해도 까다롭지만, 재발을 막기는 더 어려운 암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치료제를 투여한 이후 사용해야 하는 유지요법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요. US월드메즈(US WorldMeds)의 '아윌핀'이 고위험(high-risk) 신경모세포종에서 허가되면서 새로운 유지요법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신경모세포종은 소아에게서 주로 발병합니다. 그리고 고위험 신경모세포종을 앓는 아동의 절반은 첫 진단 이후 5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합니다. US월드메즈에 따르면, 주요 임상시험에서 아윌핀 투여는 재발률을 52%, 사망 위험률을 68%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⑤ 아이도즈 TR(IDOSE TR) 

성분 '트라보프로스트(Travoprost)'


신약스럽지만 신약은 아닌 물건입니다. 글라우코스(Glaukos)의 '아이도즈 TR'은 안구에 심는 임플란트입니다. 티타늄으로 이뤄진 이 자그마한 기구는 각막 너머, 눈 안쪽의 공간에 삽입된 후 '트라보프로스트'라는 약물을 적절한 농도로 안구 내에 방출시킵니다. 원발성 개방각 녹내장(Primary Open Angle Glaucoma)과 고안압증(Ocular Hypertension)을 치료하는 용도입니다.

트라보프로스트는 이미 허가된지 오래된 물질이지만, 점안제(안약) 형태로 쓰여온 터라 몇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환자가 투약을 까먹거나 일부러 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고, 점안 형태이다 보니 생기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아이도즈 TR은 그런 우려가 없도록 아예 약물을 눈 안쪽에 넣어버린 것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⑥ 필수베즈(FILSUVEZ) 

성분 '자작나무 트라이터핀(Birch Triterpene)'


요즘 들어 소식이 뜸했던 천연물 신약, 치에시파마슈티컬스(Chiesi Pharmaceuticals)의 '필수베즈'입니다. 자작나무 껍질 농축액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도포용 겔'이며, 수포접합부 표피박리증(Junctional Epidermolysis BullosaㆍJEB)과 이영양성 수포성 표피박리증(Dystrophic Epidermolysis Bullosa)에 대한 치료제입니다.

필수베즈는 수포성 표피박리증 치료제로 한 발 앞서 승인을 받은 제품인 '비주벡(VYJUVEK)'과 경쟁하게 될 전망입니다. 해당 약물은 판이하게 다른 치료기전을 가지고 있는데요. COL7A1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현하는 세포에 정상 유전자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⑦ 와이누아(WAINUA) 

성분 '에플론터센(Eplontersen)'


아이오니스파마슈티컬즈(Ionis Pharmaceuticals)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합작품, '트렌스싸이레틴 아밀로이드증(Transthyretin AmyloidosisㆍATTR)' 치료제인 '와이누아'입니다. 와이누아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ntisense OligonucleotideㆍASO)'로, 목표 메신저 리보핵산(mRNA)에 상보적으로 결합해 분해하고, 결과적으로 병원 단백질이 번역되지 못하도록 막습니다.

유사한 기전을 가진 시장 경쟁자로는 앨라일람(Alnylam)의 '온파트로(ONPATTRO)'가 꼽힙니다. 다만 이 쪽은 ASO가 아니라 RNA 간섭(RNAi)을 통해 작동합니다. 또 다른 차이점을 들자면 와이누아는 월 1회 오토인젝터(Auto injector)를 통해 환자 본인이 자가 투여가 가능한 반면, 온파트로는 병원에 방문해 투여받아야 합니다. 편의성 면에서 와이누아가 앞서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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