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김창혁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원장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국내 최초 바이오 클러스터"
"특구 지정으로 기업 유치 최선… 다음 성장동력은 디지털 헬스케어"
"2030년까지 춘천에 2조 바이오경제 시대 만들 것"

우리나라 최초의 바이오 클러스터이자 클러스터 내 기업들이 연 1조원의 매출을 내는 곳. 서울이나 수도권 모처에 붙을 법한 이 수식어는 사실 '춘천'의 것이다. '바이오'도 '클러스터'도 생소했던 그 시절, 외환위기로 허덕였던 그 시절부터 변화의 물결을 감지하고는 곧바로 닻을 올리고 노를 저었던 게 춘천이다.
그 과정 속에 탄생한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은 기업들에 있어 '비 오는 날의 우산이요, 화창한 날의 돗자리'가 돼 주었다. 힘들 때 함께 고민하고 좋을 때 같이 웃어주는 이곳엔 갓 돌을 넘긴 원장도 함께한다. 소양강 굽이치는 풍경 속에 녹아든 한 사무실에서, 히트뉴스는 김창혁<사진>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원장에게 '원조 바이오 클러스터'의 고민과 포부를 들었다.
아래는 김창혁 원장과 일문일답(대담=강인효 취재본부장, 정리=박성수 기자)

진흥원이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원장님은 그 역사의 대부분을 목격한 원년 멤버시죠. 지난 나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춘천이 전국 최초의 바이오산업 육성 시범도시로 시작했던 때가 1998년입니다. 당시 생물산업지원센터가 조성되면서 2003년에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출범했죠. 그래서 탄생 25주년, 창립 20주년이라 하면 되겠습니다. 진흥원은 강원도와 춘천시의 바이오산업 역사에 처음부터 함께했던 것이죠.
돌아보면 지금의 진흥원의 모습이 낯설 정도예요. 제가 진흥원에 처음 들어왔던 2007년만 해도 기업 입주 및 보육 시설은 2개동밖에 없었던 데다 입주기업 수도 30여개사 정도였거든요. 지금은 3개동이 늘어나서, 총 5개 입주 시설에 60여개사가 입주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진흥원은 건강기능식품, 바이오의약품 및 체외진단 분야 우수제조시설(GMP)을 보유하는 등 전문적인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진흥원의 기업 입주 시설이 포화 상태에 달한 지 오래됐고, 지난 2021년부터 춘천시의 도움을 받아 '바이오융복합산업화 지원센터'를 건립해 입주 시설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창업 보육과정을 졸업한 기업들은 춘천 관내 거두농공단지, 퇴계산업단지로 진출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강원도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단지인 후평산업단지에도 이제 80여개의 바이오기업이 들어서서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춘천 소재 바이오기업 중 6개 기업은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춘천 바이오 클러스터 전체적으로도 2021~2022년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규모와 성과가 상당한데요. 다른 바이오 클러스터와도 자주 비교될 것 같습니다. 오송이나 송도라던지요.
"비교만으로도 감사하죠. 국가과제를 발표하러 수도권에 가면, 오송하고 비교하며 물어오는 분들이 계세요. '춘천이 먼저 (바이오 클러스터를) 시작했는데도 오송이 저만치 앞서가고 있지 않느냐'하는 류의 이야기죠. 그런데 그렇게 비교해주는 것부터가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오송과 춘천은 서로 다른 모델을 채택하며 성장했거든요. 오송 클러스터는 국가 차원의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타 지역의 기업을 적극 유치하면서 조성됐어요. 반면 춘천 클러스터는 춘천에서 창업한 기업들이 성장해서 자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완성된 기업을 유치하는 것과 미숙한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 중 후자를 택한 것이군요. 그 과정에 정부 지원이 들어갔나요?
"여태 1500억원 정도를 지원받았어요. 물론 큰 금액이지만, 8조원이 투입됐던 오송에 비하자면 넉넉하게 지원받은 편은 아니예요. 그래서 현재 중앙정부가 추진 중인 특구 사업에 가능한 모두 도전하는 중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추진 중인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기회발전특구와 국토교통부의 기업혁신파크 등 6개 사업을 전부 가져와 보자고 육동한 춘천시장과도 이야기했죠."
특구에 선정되면 어떤 이점을 기대할 수 있나요?
"춘천 클러스터가 바이오 클러스터로서는 다른 곳에 비해 나쁘진 않은 편입니다만, 수도권에 비하면 사업 환경이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바이오산업을 키우려면 클러스터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하니 기업을 더 유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부에서 추진 중인 특구 사업들은 대체로 인프라 확충 등에 정부 및 지자체의 재정 지원이 있고, 규제 완화나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민간 자본의 직접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주된 방향입니다. 이러한 특구 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서 춘천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역량 있는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지역 바이오기업들의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려 합니다."
그런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있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어떤 콘셉트가 있는 것으로 보여요. 송도는 '바이오 생산기지', 오송은 '신약', 원주는 '의료기기'죠. 춘천의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여태까지 콘셉트는 생물의약소재와 진단이죠. 특히 춘천의 진단사업 역량은 서울, 대전 다음으로 높다고들 평해요. 이런 강점을 살려서 홍천군과 함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유치하려고 합니다. 춘천은 '진단'에, 홍천은 '진단에 쓰이는 항체'에 집중하는 형태죠. 이런 그림을 위해서 작년부터 '생체모방 장기 칩(Organ-on-a-Chip)' 개발 사업을 구상하고 있고, 동물대체시험법 개발로 이어지도록 만들려고 해요. 그리고 앞으로의 성장동력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한 '정밀의료'에서 얻으려 합니다. 정보통신기술(ICT)그룹 '더존'을 필두로 이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존과의 협력에 대해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더존이 강원도에 규제 특구 사업을 받아서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전국 8개 병원에 있는 의료 데이터를 모을 계획입니다. 이걸 빅데이터화해서 의료ㆍ제약산업에 쓰이도록 하는 것인데요. 최종적으로는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만드는 겁니다. 핵심은 더존이 이 빅데이터를 저장하는 슈퍼컴퓨터 단지를 춘천에 놓는다는 겁니다. 다른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춘천으로 모여서 이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말이죠. 정밀의료 사업을 타깃하는 기업들에는 춘천 규제 특구로 입주할 좋은 이유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업 유치와 특구 조성에 있어 예상되는 어려움은 없을까요?
"급여와 인프라가 가장 어렵죠. 강원대, 원주연세대(연세대 미래캠퍼스), 강릉원주대 학생들에게 설문으로 조사했는데, 학생들이 취업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급여이고 그 다음이 문화생활이었어요. 학생들이 기대하는 임금과 기업들이 생각하는 임금 사이 격차가 워낙 커서 구인이 안 됩니다. 결국 기업이 좋은 인재를 구하려면 급여를 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자니 경영난이 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죠. 지자체 입장에서 임금을 따로 보전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예산이 적어서 현실적으로 힘들고요.
그래서 저희 진흥원은 특구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구를 통해서 일단 큰 기업들을 끌어들여야 해요. 큰 기업들은 높은 급여를 보장해 주니까요. 또 큰 기업들 이야기를 떠나서도, 다른 기업들도 급여를 올리고 복지 수준을 높여주는 노력이 필요하죠. 말하자면 10대 제약사의 그것을 최대한 따라해 보자는 겁니다. 그렇게 인재를 확보하면 매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예요. 더불어 이런 부분들을 기업들에게 알리고 컨설팅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내년에 출범한다는 자문위원회가 그런 역할을 할 계획인가요?
"맞습니다. 진흥원 이사장 직속으로 '바이오클러스터 자문위원회'를 구성할 겁니다. 외부 전문가들을 전국에서 모셔오려 합니다. 춘천이나 강원도에 한정하지 않을 겁니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서 최대한 많은 정보와 아이디어를 모아야 합니다."
진흥원장에 취임한지 만 1년입니다. 돌아보면 잘했던 일, 또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주변에서 감사하게도 좋은 말씀과 많은 도움을 주시고 있습니다. 특히 진흥원 이사장인 춘천시장의 적극적인 노력이 춘천 바이오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춘천은 2020년 전국 기초 지자체 최초로 '중소기업 성장지원 펀드'를 결성한 바 있고, 지역혁신 벤처펀드도 조성돼 작년에는 1호 펀드가 200억원 규모, 올해는 2호 펀드가 140억원 규모로 조성됐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큰 힘이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진흥원은 진흥원대로 국비든, 지방비든 다양한 지원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힘을 보태서 2030년까지 춘천에 2조원 바이오 경제 시대를 여는 것이 진흥원의 목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