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하의 CLUE
정부 수출 전략에는 없는 K-제네릭의 빈자리

[끝까지HIT 7호] 국내 제약시장 25.4조원 중 바이오 의약품이 7조원으로 28%를 차지한다는 정부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가 너무 바이오, 바이오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바이오의 연평균 성장률이 33.1%라니 고속성장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는 없지만 72%를 차지하고도 구식으로 치부되는 합성(화학)의약품 입장에 서면 못내 야속한 일이다. 바이오 CDMO로 주가를 날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매출 실적 면에서 화학-합성 통합 챔피언에 이미 올랐고, 생산규모 면에서도 62만ℓ로 전 세계 1위라니, 상전벽해(桑田碧海) K-바이오의 저력을 인정하지 않을 방도는 없다. 바이오 의약품과 백신 생산기지로 급부상한 K-바이오의 여세를 몰아 정부도 2027년까지 의약품 수출을 지금의 2배 수준인 160억 달러까지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아쉬운 점은 수출 시장에서 합성(화학)의약품, 특히 제네릭 의약품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목소리는 크지도, 주목받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계획을 뜯어 보면 수출 목표 달성의 근간은 신약과 바이오(특히 시밀러)에 있다 그러나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만으로 4년 내 해외 시장 볼륨을 2배 이상 키우는 것이 현실적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내수 산업이란 비아냥 속에 있지만, 기술적으로 탄탄한 기초를 이미 닦아 놓은 합성(화학)의약품 분야에서는 왜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같은 글로벌 CDMO가 나오지 못하는지 고민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건강보험이라는 공적 우산 속에서 비 맞아 젖고 햇볕에 말려가며 닦아 놓은 합성(화학)의약품 분야의 기술적 성숙을 내수에만 묻어두는 것은 아까워도 너무 아까운 일이다. 우리가 가져올 글로벌 제네릭 시장이 없거나, 제네릭으로 세계를 호령한 테바나 썬파마 같은 기업이 없었다면 이런 주장을 내놓지도 않는다. 미국/유럽은 혁신신약과 바이오시밀러, 신흥시장은 개량신약과 바이오베터 라는 정부의 수출 전략 속에 굳은살 잔뜩 박힌 제네릭 의약품의 자리는 왜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제네릭 의약품 수출 제1 장벽은 가격 경쟁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이 가격 경쟁력은 품목별 대량생산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는지 여부가 그 첫 출발이다. 대량생산은 배치(Batch, 1회 생산단위) 사이즈를 얼마나 키울 것이냐의 문제인데, 배치 사이즈를 키워야 설비 투자나 인건비 절감 같은 부속 요인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 성분, 동일 조성의 제네릭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위탁처에 따라 별도 생산, 관리해야 한다면 1회 생산(배치) 사이즈를 늘리는 도전은 아예 꿈꿔볼 수 조차 없다. 해외의 규제 당국들 중에서는 동시 생산한 후 낱알식별과 포장 단계만 별도로 관리하는 사례가 있다니 더더욱 아쉽다. 대량생산을 가로막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한계를 뚫어 내는 열쇠 역시 이 같은 제도 개선의 몫임을 절감한다. 제도가, 정책이 규모의 공장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런 고민에서부터 출발하면 궤를 같이 하는 해외 수출 의약품의 약가 이슈나 보건 안보의 핵심 출발점인 원료 의약품 산업 육성 문제도 자연스럽게 갈피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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