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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울 생각이 있는가

올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은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를 방문해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6월에는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 전략 논의가 시작됐다.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핵심으로 키우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과감한 '혁신'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9월 발표된 2024년 예산안은 혁신, 투자와 거리가 있었다. 2024년 보건복지부 예산에서 '제약산업 육성지원' 예산은 359억원으로, 2023년 446억원 대비 87억원이 감축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보건복지부 산하 재단법인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의 예산은 57% 삭감된다. 2023년 67억6200만원에서 38억6000만원이 사라진 29억200만원이다. 예산의 감소로 인해 스마트 임상시험 시스템 구축,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 임상시험 상담센터, CRO 인턴십 지원 등은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됐다.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우리나라의 신약 개발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에 대해 "임상 3상에서 1인당 1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한국의 바이오 기업 중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 것 같은가. 다들 끝까지 개발하지 못하고 라이선스 아웃(L/O)을 하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 비용 확보가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바이오 초기 기업들이 신약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주요 장벽은 임상 진입"이라며 "이를 도울 수 있는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의 예산이 감소해 신약 개발에 악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결국 국가 예산 감소는 한국의 임상시험 경쟁력의 저하와 신약 개발의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신약 하나가 임상을 거쳐 출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년 이상이다. 금액도 1조원 이상이 든다고 한다. 이 기간동안 임상을 진행하더라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을 뿐만 아니라 성공을 예측하는 것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리 정부는 '2027년까지 글로벌 제약바이오 6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 의약품 수출 2배 기록, 글로벌 50대 제약기업 3곳 육성 등을 통해서다.

정부의 포부는 원대하다. 그러나 업계가 필요로 하는 '실질적 정책' 없이 포부만으로 K-바이오를 발전시킬 수는 없다. 매번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2024년 R&D 예산은 2023년 대비 3조4500억원이 삭감한 21조5000억원이다. 이 R&D 예산은 제약바이오, 우주, 항공 등 여러 분야가 나눠 갖는 구조인데, 제약바이오가 가져가는 예산은 더 줄어든다. 반면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ㆍNIH)의 2024년 예산은 486억달러(약 65조)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비용을 지원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투자 없이 알아서 크는 산업은 없다. 과연 과감한 투자 없는 K-바이오는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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