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도 부족한데… 이번엔 원료 품질 문제까지?
록시트로마이신·세프디니르 등 항생제 수급 불안 사인도

올해 감기와 독감 합병증 등으로 항생제 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대한뉴팜이 생산하던 '록시트로마이신' 제제의 판매가 불가능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과정에서 원료 문제로 제조를 중단하면서 생산을 의뢰한 곳이 모두 제품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편 '세프디니르' 등 기존 생산 부족을 겪던 제품들도 하나씩 겹치면서 항생제 부족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A사는 최근 자사 영업사원들에게 공지를 통해 현재 판매 중인 록시트로마이신 제제의 판매를 10월부터 중단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 회사가 밝힌 이유는 위탁생산을 진행하는 회사의 원료 품질 문제였다. 해당 제품은 대한뉴팜이 제조해 제공하는 10개 품목(허가 기준) 중 하나다.

록시트로마이신은 인후두염이나 기관지염, 편도염 등을 시작으로 중이염, 생식기 감염증, 여드름 등에 쓰이는 항생제다. 일반적으로 감기나 독감 등에는 항생제의 사용이 불필요하다고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장기간 감기 등과 함께 나타는 합병증 등을 치료하기 위해 함께 쓰인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면역 빚' 증상으로 여타 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부 물품의 경우 물량 수급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뉴팜은 록시트로마이신 제제 중 꽤 많은 수의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하고 있다. 코팅정의 경우 대한뉴팜의 위수탁 생산제품 수를 넘어서는 곳은 국제약품과 한국프라임제약뿐이다.

문제는 원료 문제가 단순히 특정 회사만의 이슈라고 따지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유니메드의 록시트로마이신 공급처는 총 2곳, 제조소는 3곳이다. Zhejiang Guobang Pharmaceutical과 HEC Pharm으로 모두 중국 생산이다. 

이중 HEC Pharm의 경우 국내 9개사가 출발물질 혹은 API 상태로 록시트로마이신을 제공받고 있으며, Zhejiang Guobang Pharmaceutical은 8곳이다. 이들이 모두 겹친다는 점을 감안해도 국내 원료 공급 등록처 40곳 중 20%가 동일한 원료를 쓰고 있다. 그만큼 향후 다른 제제에도 동일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항생제 부족은 조금씩 심화되는 모양새다. 생산비용 그리고 그로 인한 채산성 악화 등으로 항생제 품절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7월 벌어졌던 세프디니르 제제다. 제품을 생산하던 아주약품이 제조를 중단하면서 시장 1위로 4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던 위탁사인 제일약품이 결국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유한양행으로 제조소를 부랴부랴 옮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해당 제제는 제품을 포기한 곳까지 겹치며 10월 중순까지도 제품 자체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록시트로마이신을 비롯해 항생제 부족이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수급 상황에도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나마 제품을 아주 못 구할 정도는 아니라지만, 약국가나 유통업체 등에도 재고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품목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어 이 문제가 언제,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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